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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갚을 거야

하영은 어리둥절해서 눈을 깜박거렸다. 잠시 뒤, 유준과 허 비서가 어제 병원에 왔었다는 게 생각났다.

얼른 핸드폰을 꺼내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강 비서님.]

“허 비서님, 어제 사장님이 저희 어머니 병원비 내주셨어요?”

[네, 사장님께서 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강 비서님 어머니의 병원비 계좌에 1억 원을 넣었습니다. 강 비서님한테는 비밀로 하라고 했구요…….]

돈의 출처를 확인한 하영은 바로 정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지금 어디시죠?”

정유준은 여전히 냉담했다.

[뭔 일이야? 말해.]

“1억 원, 꼭 갚을 거예요!”

하영은 확고하게 말했다.

정유준은 코웃음 쳤다.

[난원으로 와.]

하영은 전화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병원을 나섰다.

……

난원.

하영은 별장 안이 캄캄한 것을 보고 불을 켜려 벽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스위치에 닿을 때쯤 익숙한 기운이 갑자기 밀려왔다.

미처 고개를 돌리지 못했는데 허리를 감싼 손이 넓고 따뜻한 품으로 끌어당겼다.

유준이 그녀를 들쳐 안고 소파 쪽을 향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영은 긴장하여 그를 밀었다.

“사장님! 저는 오늘 돈 갚는 문제로 이야기하러 왔어요!”

정유준은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하영을 소파에 눕히고 하영의 몸을 누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

말이 떨어지자 바쁘게 유준은 하영의 속옷 단추를 가볍게 풀었다. 그러고는 거칠게 키스를 하며 그녀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한바탕 격전을 치른 후.

하영은 격전의 흥분을 애써 참으며 옷으로 몸을 가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첫사랑 그분께서 질투할까 걱정되지 않은가요?”

정유준은 입에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건 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야.”

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1억……, 꼭 갚을 거예요.”

정유준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로 갚을 거야? 그 몸뚱어리?”

굴욕감이 감돌자, 하영은 옷을 손에 꼭 쥐고 말했다.

“어떻게 갚을지는 제 문제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유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5천만 원은 너에게 주는 성과금, 인센티브고, 나머지 5천만 원은 네 몸뚱어리 값이야.

넌 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감정 따위가 뭐가 중요해? 그러니까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질문할 자격 같은 건 없어!”

유준의 말에 하영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뺨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얼굴이 아프고 따가웠다.

‘그래, 그의 눈에는 난 단지 돈만 밝히는 오피스 와이프일 뿐이지, 반항은 무슨……?’

……

금요일.

회사의 일을 마치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 아버지의 처량한 고함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

“하영아! 빨리 와서 나 좀 살려줘, 이놈들이 내 손가락을 자르려고 한다…… 빨리 와서 아빠 좀 살려줘!!”

아연실색한 하영은 연유를 묻고자 했지만, 갑자기 웬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강하영 맞지? 네 아버지, 오늘 우리 도박장에서 천만 원을 잃었어. 갚을 돈이 없다는데…… 어쩌겠어? 딸인 너한테 연락할 수밖에…….”

“나 돈 없어요!”

하영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설령 돈이 있다고 해도 그 도박 빚을 갚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돈이 없다고?”

남자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시작해!”

명령이 떨어지자 잠시 후 아버지의 비명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내 손가락!! 내 손가락, 아…… 아악……!”

아버지의 울부짖는 소리에 하영은 몸이 굳어지고 얼굴색도 창백해졌다.

그녀는 단지 상대방이 겁만 주려고 하는 걸로 생각하고, 진짜 손가락을 자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니가 천만 원, 갚을 거야 말 거야?”

남자가 다시 말했다.

하영은 급하게 소리쳤다.

“천만 원…… 지금 없어요. 며칠만…….”

“손잘라.”

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이 또 명령을 내렸다.

공포와 절망이 섞인 비명소리가 하영의 심장을 찔렀다.

일순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그만 해요! 줄게…… 줄게요. 주소 보내줘요,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진작 이렇게 나왔으면 네 아버지가 고생 덜 했을 텐데…… 잠깐만. 지금 문자로 주소 보낼게. 안오면 아버지 두 다리 없는 병신으로 만들 테니까 알아서 하셔.”

하영은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리 쓸모없는 아버지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죽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주소를 받은 하영은 자신의 잔고에 천만 원이 안 되는 것을 확인했다.

여러 번 망설이다가 결국 정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같은 시각, 스카이캐슬 카지노.

사치스럽고 화려한 최고급 VIP룸에는 젊은 남자 몇 명이 섹시한 여자 딜러를 끼고 앉아 있었다.

가운데 앉은 남자의 자태는 제왕처럼 근엄했다.

화려한 불빛이 그의 얼굴에 비춰지자, 남자의 온몸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발산되는 듯 보였다.

옆에 있던 여자는 남자의 코트를 안고 그의 옆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양다인은 이 남자의 곁에만 잘 붙어 있으면 영원히 보호받으며 아무도 감히 그녀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부귀영화,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설레게 하고 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정유준의 유일한 여자가 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양다인은 정유준에게 담배를 건네주려 했다. 그런데 마침 팔에 걸쳐진 코트에서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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