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이혼한 당일 날, 그들의 이혼 서류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인기 검색어를 장식했다.작성자는 빨간 펜으로 이혼 사유를 표기했는데 그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남편에게 이혼 전에 고지하지 않은 장애가 있어 부부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충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그날 밤, 그 사람이 찾아왔다.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한테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 해주러 왔어."이혼 후, 신연지는 재경그룹의 말단 사원에서 골동품 복원 업계의 에이스가 되었다.하지만 골치 아픈 점이 있다면 이혼 전에는 그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던 전남편이 수시로 찾아온다는 것이었다.어느 날 파티에 참석한 신연지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연지 씨에게 박 대표님은 어떤 사람인가요?""짜증나고, 귀찮고 관심 줄 땐 무시하다가 관심을 끊으니까 그제야 매달리는 비굴한 인간이요."그 대화를 뒤에서 듣고 있던 박태준이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그렇게 비굴하게 매달렸는데도 당신은 어째 관심 한 번 안 주더라."
더 보기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를 피우려고 싶었지만 오늘 담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평소 가끔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가 있어도 참았지만 오늘은 참을수록 짜증이 났다. 게다가 기민욱이 계속 귓가에 재잘거리는 바람에 더 짜증이 났다.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기민욱은 그를 지켜만 볼 뿐 막지 않았다. 재경 그룹에서 손님들을 위해 담배를 준비해서 식당에 두었다. 밖에 작은 발코니가 있어 흡연구역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사람이 많이 있는지 얇은 커튼뒤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쳤다. 박태준은 발코니로 가지 않고, 바깥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외투를 걸치지 않았다. 유리문이 열리자 바람이 눈송이를 휘날리며 그의 옷깃사이로 불어 들어왔다. 박태준은 찬 바람에 살을 칼로 베인 듯한 통증을 느꼈고, 밖으로 나온 지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이 얼었다. 담배를 든 손도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입술은 푸른빛을 띠었다. 한기가 마음속의 짜증까지 가라앉히며, 너무 추워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어 담배 연기가 매우 빨리 타올랐다. 박태준은 담배를 껐지만 연회장에 들어가지 않고 뒤쪽으로 돌아가 안전통로로 위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 위층 방. 욕실에서 나온 사람은 나유성이었다. 그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가운을 입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맨 채 머리카락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욕실 문을 열고 나오는 나유성은 놀라 물었다. "왜 네가 여기 있어?” "어떤 웨이터가 나에게 시어머니가 정원에서 넘어져서 부축을 받아 이 방으로 와서 쉬고 계시다고 말했어. 그래서 방으로 올라와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고, 방문도 열려 있어서 들어왔어.”"비서에게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문을 닫지 않았어. 그리고 아주머니는 본 적이 없는데?”분명히 속은 것이다.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신은지가 막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신은지의 말에 빨간 입술의 여자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정말 CCTV카메라 두 대가 그녀 쪽을 향하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며 눈물도 그치고, 이내 한스러운 듯 신은지를 노려보며 울분을 참으며 돌아섰다.그녀는 원래 신은지가 벙어리 냉가슴 앓는 줄 알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신은지를 자극하려고 한 것이었다.하지만 신은지는 그녀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면을 구기지도 않았다.신은지는 그녀가 떠나자 돌아서서 나유성 앞으로 갔다. 소스로 젖어 있던 나유성의 셔츠는 이미 말랐다.옅은 색의 셔츠였기에 얼룩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미안해. 나 때문에 옷이 더러워졌어. 위층 방에 올라가서 좀 쉬고 있어. 내가 가서 갈아입을 옷을 찾아올게.” 신은지는 발목이 아픈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유성은 그녀의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보고 발목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옷은 다른 사람에게 찾아서 갖다 달라고 할게. 너야 말로 발목을 삐어서 하이힐을 신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부축해 줄 테니 잠깐 앉아 있어. 내 옷 가져다 달라고 하면서 네 플랫슈즈도 한 켤레 사다 달라고 할게. 몇 사이즈 사 오라고 해?” 신은지는 자신의 발에 신은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신고 있는 구두의 굽은 낮은 편이었고, 발목을 삐었지만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도 이제 돌아가려고 했었다. 원래 연회에 올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 귀찮게 할 필요 없어. 내가 가서 어머니, 아버지께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면……” 신은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유성은 다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 “밞지 않게 조심해.” 바닥에 떨어진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웨이터가 청소했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소스가 있었다. 신은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유성이 가까이 있어 서로 거리를 두고 싶어 돌아서지 않고 건너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유성은 신은지가 보지 못
신은지는 자신의 어깨를 누르는 여자의 손을 쳐다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입매를 비틀었다. "그래서 나에게 물이라도 끼얹겠다는 거야?” “……” 여자가 사실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그녀는 신은지가 못마땅했다. 예전에 신은지는 신씨 가문의 큰 아가씨였을 때, 계모와 여동생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당당했었다. 나중에 신은지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된 것을 알고 기뻐했었다. 하지만 결국 신은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판세를 뒤집고,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박태준과 결혼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신은지는 박태준과 이혼했고, 박태준은 죽어 없는 데고 재경 그룹의 행사에 참석했다. 주변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을 보자 여자는 주춤했다. 하지만 신은지의 도발에 그녀는 매우 불쾌했다. 오랫동안 분노를 누르며 겨우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신은지는 한눈에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며 말했다. "왜 면이 서지 않을 까봐 걱정돼? 그럼 비켜, 내 입맛 떨어뜨리지 말고.” 여자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지만 최근에 맞은 보톡스 때문에 큰 표정의 변화 없이 큰 눈을 부릅뜨고 한스러운 듯 신은지를 노려보려 볼 뿐이었다. 신은지는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비켜줄래? 착한 개는 사람의 길을 막지 않아.” “너……”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접시를 들고 스테이크를 집고 파스타를 조금 담았다. 신은지가 돌아서자 그 여자가 그녀 앞을 가로막자 신은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부딪치고 식당 쪽으로 걸어갔다.그 여자는 신은지를 막고 싶었지만 막은 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신은지의 뒷모습을 보며 아래턱을 치켜들고 코웃음 칠 수밖에 없었다. “신은지, 다음에는 불멸의 남자를 찾아보는 것이 어때? 남자 잡아먹는 네 운명덕에 다음에 재수 없이 걸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네……” 신은지는 그녀의 말에 정신이 팔려, 그녀 무리의 다른 하나가
강혜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과거를 꺼내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신은지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것 인지 알 수 없었다. "육정현은 왜 왔어?” 신은지는 박태준의 이름을 내뱉을 뻔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모르겠어요, 이따가 진 비서한테 물어볼게요.” 초대장 일은 모두 그가 처리하고 있으니, 이치대로라면 육영 그룹의 연회에 늦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신원은 알 수 없지만, 육영 그룹은 그동안 사사건건 박씨 가문을 겨냥하여 얼마나 많은 협력을 빼앗았는지 모른다. 이런 관계에서 상대방을 초청한 것은 완전히 자신에게 부담을 준 것이다. 강혜정은 자신이 표정 관리를 잘하지 못할까 봐 박태준 쪽을 쳐다보지도 못하며 물었다. "그 사람 요즘 잘 지내?” 친자 확인 검사서를 묻기 위해 이 질 문을 했지만, 강혜정은 박용선이 자신을 기운 나게 하기 위해 속인 것일까 봐 감히 묻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강혜정은 박태준이 아직 살아있다고 감히 확신했다. "잘 지내요. 기민욱은 감히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기껏해야 그의 자유를 제한했을 뿐이에요." 신은지는 그의 몸에 난 상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박태준의 도착으로 현장 분위기는 묘하게 경직되었고, 그를 이전에 본 사람들 외에는 모두 놀란 상태로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서있었다. 음악 소리 외에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진영웅도 멀지 않은 곳에 박태준이 나타나자 얼떨떨해하고 있었다.그는 육영 그룹의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다. 등장하자마자 시선을 집중시킨 박태준은 자연스럽게 박영헌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은 그의 신원을 알게 되었다. "그 육씨 가문 그 시골 아이? 이건 박 대표랑 너무 닮았어. 정말 똑같이 생겼는데 설마 박씨 가문 사생아는 아니겠지.” 그들이 박태준과 육정현을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는, 박씨 가문의 배경과 능력으로는 자기 자식을 다른 사람으로 살게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한 박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생
기민욱은 박태준한테서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실망한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버지가 올해 설에 좀 보자고 하시네.”박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막 귀국해서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자.”마지막 말은 그냥 인사차레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곧 기민욱한테 돌아온 대답에 박태준은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기민욱의 사상은 일반 사람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대가였다.“알겠어. 그럼 저녁 때까지 휴게실에서 한숨 잘게.”박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반대로 기민욱은 그의 말에 기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기민욱이 휴게실로 향하기 전, 사무실 입구에서 박태준을 돌아보며 물었다.“형은 나 안 버릴 거지?”박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뜨끔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꽉 쥐며 대답했다.“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얼마 전에 형 나이 또래 사람이 결혼하는 걸 봤거든. 현도 형수님이 생기면 날 버릴까 봐 걱정돼서.”박태준은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답했다.“그럴 일 없어.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 마.”“형, 그럼 오늘 약속한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리겠다고 한 거, 잊으면 안 돼. 안 그러면 나 진짜 많이 슬플 거야.”기민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며 자리를 떠났다.휴게실 인테리어는 굉장히 단조로웠다. 간이 침대 하나와 머리맡에는 작은 서랍장, 그리고 옷장이 전부였다. 기민욱은 한쪽에 있는 작은 욕실에 들어가 박태준이 쓰던 세면용품들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어 익숙한 냄새를 코로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자신이 박태준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동시에 지독한 질투심이 속에서 솟구쳐올라왔다.기민욱은 때때로 박씨 가문에 입양되는 꿈을 꿨다. 그랬더라면 자신도 박태준처럼 곱게 자란 도련님이 되었을지도 몰랐다.그가 부드러운 베개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형, 만약 박씨 가문에서 날 못 받아준다면, 내가 형에게 새로운 집을 선물 해줄게.”기민욱
강혜정도 박용선도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선호는 값비싼 물건보다는 실용적인 선물로 골랐다.강혜정은 그동안 많은 선물들을 받아왔지만, 이런 배려가 담긴 선물은 처음이었기에 아주 감동받았다. 그러자 더더욱 진선호가 좋게 보였다. 딸을 낫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선호 씨, 앞으로 자주 놀러 오세요.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고요. 왕 아주머니 요리 솜씨 아주 좋아요.”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신은지는 둘의 사진을 찍어 박태준에게 보내주었다.“빨리 안 오면, 어머님도 빼앗길지도 몰라.”하지만 박태준은 운전 중인지 돌아온 답장은 없었다. 그녀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진선호가 가져온 선물을 보며 말했다.“저한테 줄게 있다고 했던 거, 이거였어요?”“맞아요. 신은지 씨 같은 경우 영양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요.”“….”신은지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진짜 유산한 것이 아니기에 그녀에겐 이런 것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선물을 받아들였다.“고마워요.”두 사람은 이런저런 안부를 전하며 시간을 때웠다. 신은지는 속으로 박태준의 소식을 기다렸다. 지금 즘이면 도착할 때가 됐는데 아까부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선호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요? 왜 계속 핸드폰 아니면 현관문 바라보고 있어요?”하지만 신은지는 그의 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핸드폰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미안해요.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신은지는 진선호가 진작에 박태준을 알아본 줄도 모르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나가서 전화를 하려 했다.“은지 씨.”진선호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저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은지 씨, 지금 찬 바람 맞으면 안 돼요.”그리고는 신은지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을 보며 말을 이었다.“통화하실 거면 여기서 하던가 아니면 위층으로 가서 해요.”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박태준은 휴대폰을 한쪽에 던지고 피곤한 듯 미간을 눌렀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강태민이 보여줬던 남자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결국 참다 못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잔들을 찾아 신은지에게 보냈다.[내가 잘생겼어, 아니면 이 사진들이 더 잘생겼어?[신은지는 한참 게임 중이었다. 그녀가 보스 몬스터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신은지는 무시하고 게임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던 중 실수로 튀어나온 카톡 알림을 누르고 말았다.화면이 순식간에 게임에서 카톡 채팅창으로 전환되었다. 신은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어 남과 외모 비교를 하게 된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욕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다급히 다시 게임 화면으로 돌아갔지만, 화면에 보이는 건 게임오버 그리고 파티원들이 보내온 욕설이 가득 담긴 쪽지들뿐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른 신은지는 그가 보내온 사진들을 대충 훑고는 문자로 쏟아붙였다.[머리에 총 맞았어? 아니면 바닷물을 많이 마셔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뜬금없이 웬 외모 비교냐고! 설마 호스트 될 준비하고 있어? 복근과 기술은 익혔고?]그가 진지한 일로 문자를 보냈다면 그녀도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사진에 나온 남자들이 더 잘생겼어. 당신은 가망 없으니, 알아서 접어.]박태준은 분노가 담긴 신은지의 글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복근이 그렇게 좋아?]그러자 신은지한테서 대답했다.[그럼 넌 싫어?]복근은 남자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가 싫어할 리 없었다.박태준은 지난번 진선호와 싸울 때 봤던 복근이 떠올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확실히 단단하고 보기 좋았다. 그런 진선호가 지금 신은지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만약 신은지가 그를 버리고 진선호를 선택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신은지는 그가 이런 생각 따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요즘 따라 유난히 유치한
”고마워요.”신은지는 살짝 감동했다. 줄곧 진선호가 군인이라 상남자 같은 스타일 거라 생각해 왔었는데, 이런 섬세한 부분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건강 잘 챙길게요.”마음 같아서는 임신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비밀이라는 건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 수로 더 좋은 법이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신은지는 그의 요구대로 집 주소를 알려준 뒤 통화를 마쳤다.진선호는 병원을 나와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백화점 옆 찻집에 들어서던 박태준을 발견하게 되곤 미간을 찌푸렸다. 박태준은 오늘 강태민과 찻집에서 약속이 잡혀 있었다. 박태준이 테이블 위에 가득 올려 놓은 물건을 본 강태민이 물었다.“육 대표님, 이게 다 뭐예요? 사업 제휴라면 저 말고, 경인 지사 책임자한테 바로 연락하면 돼요. 저는 요즘 이쪽 지사에 있지 않아서 잘 몰라요.”강태민은 처음엔 경인 지사로 본사를 옮겨올 생각이었지만, 강태석이 죽은 뒤로 군천 지사를 수습하느라 이쪽은 전문 경영인에게 맞긴 상태였다.박태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어르신께 드리는 거예요.”“그렇다면 더더욱 받을 이유가 없네요. 딱 봐도 귀한 물건들인데, 이런 거는 제 딸이 알아서 챙겨줄 거예요.”“….”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놓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었지만, 공공장소라 듣는 귀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참았다.“제가 이걸 왜 드리는지 어르신께서도 잘 아시잖아요.”“두 회사가 협력을 이룰지는 일단 프로젝트 내용부터 살펴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익 분배에 대한 협의도 잘 되어야 하고요. 이런 거 주신다고 협력이 이뤄질 순 없어요. 하지만 일단 성의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연락은 넣어둘게요.”박태준이 말했다.“어르신,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라….”“협력을 이루려면 우선 서로에게 솔직해야 좀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겠죠. 계속 숨기고 감추기만 해서는 아무리 시간 지난다 한들, 갈등만 더 생길 뿐이에요. 제가 투시
신은지는 강혜정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저지당했다.“나 방금 정원에 있다가 와서 더러워. 이러면 너까지….”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은지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다가왔다.“어머님, 전에 입양할 뻔했다고 했던 남자아이 대해 알려주세요.”여자는 남자보다 세심하다. 박태준은 기민욱 뒤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했다. 강혜정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놓치고 있던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기민욱의 일은 강혜정도 박용선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신은지의 입에서 또 그 이름이 나오자 미간이 짜푸려졌다.“설마 또 뭔 짓 한 거 아니지? 그 녀석는 타고나길 악하게 태어났어. 너의 시아버지한테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보육원에 내버려두라고 했는데, 말을 들어야 말이지.”“그런 건 아니에요.”신은지는 혹시나 강혜정이 감정이 격해질까 얼른 진정시켰다.“그냥 궁금해서요. 해외로 나간 뒤로는 별일 없었어요.”“인간 같지도 않는 놈이 뭐가 궁금하다고, 너도 그 놈한테서 최대한 떨어져. 엮여서 좋을 것 없어.”박용선의 말에 따르면 둘은 기민욱을 딱 두번밖에 만난적이 없었다. 한번은 기민욱의 인성을 시험해보다가 봤던 그 끔찍한 장면, 또 하나는 입양 수속 밟을 때라고 했다. 그 뒤로는 줄 곳 아래 사람을 시켜 그를 돌보게 해서 만날 일이 없었다고 한다. 신은지는 강혜정이 이토록 큰 적개심을 기민욱에게 품은 이유가 궁금했다.“어머님은 그 인간 몇 번 만난적 없지 않나요? 왜 그렇게 싫어하세요?”강혜정의 눈빛에 두려움과 꺼림칙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뭐 부처도 아니고,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을 좋아할 이유가 있니? 그리고 태… 아니, 육정현 대표 뒤에 숨어 있을 것만 생각하면, 소름 끼쳐….”얼마 전, 강혜정의 상태가 엄청 안 좋아졌을 때가 있었다. 그녀가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박용선을 사실대로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혜정이 엄청 흥분할 거라 생각했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강혜정은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