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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진짜 기민욱이야

기민욱은 박태준한테서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실망한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가 올해 설에 좀 보자고 하시네.”

박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 귀국해서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자.”

마지막 말은 그냥 인사차레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곧 기민욱한테 돌아온 대답에 박태준은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기민욱의 사상은 일반 사람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대가였다.

“알겠어. 그럼 저녁 때까지 휴게실에서 한숨 잘게.”

박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반대로 기민욱은 그의 말에 기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기민욱이 휴게실로 향하기 전, 사무실 입구에서 박태준을 돌아보며 물었다.

“형은 나 안 버릴 거지?”

박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뜨끔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꽉 쥐며 대답했다.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

“얼마 전에 형 나이 또래 사람이 결혼하는 걸 봤거든. 현도 형수님이 생기면 날 버릴까 봐 걱정돼서.”

박태준은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답했다.

“그럴 일 없어.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 마.”

“형, 그럼 오늘 약속한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리겠다고 한 거, 잊으면 안 돼. 안 그러면 나 진짜 많이 슬플 거야.”

기민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며 자리를 떠났다.

휴게실 인테리어는 굉장히 단조로웠다. 간이 침대 하나와 머리맡에는 작은 서랍장, 그리고 옷장이 전부였다.

기민욱은 한쪽에 있는 작은 욕실에 들어가 박태준이 쓰던 세면용품들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어 익숙한 냄새를 코로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자신이 박태준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동시에 지독한 질투심이 속에서 솟구쳐올라왔다.

기민욱은 때때로 박씨 가문에 입양되는 꿈을 꿨다. 그랬더라면 자신도 박태준처럼 곱게 자란 도련님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가 부드러운 베개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형, 만약 박씨 가문에서 날 못 받아준다면, 내가 형에게 새로운 집을 선물 해줄게.”

기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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