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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모든 사람이 강지찬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혼자?” 강지찬은 잠시 생각하다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누구죠?”

강지찬의 시선이 빤히 유진의 얼굴에 머물자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한빈 씨요.”

강지찬은 이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는 꼬았던 다리를 풀더니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상위 포식자 같은 압박감에 유진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은 그녀의 몇 마디 사정에 쉽게 먹잇감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정유진은 용기를 내 강지찬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제 예비 신랑을 놔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누군가가 피식 비웃었다.

“혼자 드라마 찍네. 뭐든 하겠다니, 제까짓 게 대표님한테 뭘 도와줄 수 있다는 거야?”

“그냥 꺼져버리지, 여기서 흥이나 깨고 있지 말고. 대표님이 구구절절 매달리는 여자를 제일 싫어하는 거 모르나 봐?”

그때, 예상밖에 강지찬이 입을 열었다.

“더는 마시고 싶지 않네요.”

추호의 흔들림 없는 시선이 유진의 얼굴에 닿았다.

“이 술들 다 마셔줘요.”

자리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전 같으면 정유진 같은 여자는 일찌감치 내쫓았을 것이 분명한데 오늘 강지찬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유진이 테이블을 확인하자 역시나 손도 대지 않은 몇 병의 양주가 놓여있었다.

이걸 다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위에 출혈이라도 생기겠지?

하지만 7년 동안 사랑한 약혼자를 생각하며 유진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강지찬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이 술을 다 마시면 그이는 봐주시는 건가요?”

“그러죠.”

모두의 경악한 눈빛 속에서 정유진은 술병을 움켜쥐고 들이붓기 시작했다.

강지찬의 차디찬 눈빛이 언뜻 흔들렸다. 유진이 진짜로 마실 줄 생각지 못한듯했다.

그 남자가 뭐라고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로 뛰어드는지, 그 정도로 사랑하는 것일까?

쉬지 않고 들이붓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며 강지찬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유진은 주량이 약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갑자기 들어오는 알코올에 버티지 못했다.

술이 목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희고 여린 목덜미가 반짝거리자 몇몇 남성의 눈빛도 달라졌다.

강지찬 역시 깊고 뜨거운 눈빛으로 유진의 목덜미를 옭아맸다.

유진은 이미 몇 병째 들이키고 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위의 구경꾼들은 흥을 돋우며 빨리 마시라 재촉했지만, 그녀의 눈앞은 이미 흐릿해져 갔다.

결국 테이블에 엎드리다시피 쓰러지면서도 다시 새로운 양주병을 잡아들었다.

이때 소파에서 지찬이 일어나자 유진은 그가 가려는 줄 알고 황급히 뛰어가 바짓가랑이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유진의 몸이 붕 떠올랐다.

유진은 자신이 이미 강지찬의 품에 안긴 줄도 모른 채 그의 목을 꽉 안고 사정했다.

“가지 말아요... 제발, 가지 말아요...” 술도 채 마시지 못했는데...

강지찬은 입술을 그녀의 귀에 바짝 붙인 채 속삭였다.

“안 가요.”

모두의 경악한 눈빛 속에서 서울에서 여색을 멀리하기로 소문난 강 씨 가문 실권자 강지찬이 술에 취한 여성을 안은 채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심지어 그 여성은 다른 이의 예비 신부였다.

유진은 이미 만취한 채 자신과 강지찬 사이의 일이 이미 상류층에서 빠르게 소문이 퍼졌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술만 취하면 사람에게 엉겨 붙고 안아달라 달래달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평소의 위풍당당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새하얀 침대 위에 갈색 웨이브 진 머리가 널브러졌다.

누가 봐도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강지찬은 서서히 슈트 단추를 풀며 냉소적으로 내뱉었다.

“다 당신이 자초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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