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21 - 챕터 1330
1376 챕터
제1321화 돌아온 시윤
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잘 있어요. 며칠 뒤 사모님 증세가 호전되면 만날 수 있어요.”시윤은 예전처럼 미친 듯이 도윤을 찾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시윤도 지금 상태로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를 돌보는 건 더욱 불가능하다.이에 시윤은 한참 고민하더니 말을 꺼냈다.“제가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도윤이 안 볼 거예요. 아이 놀라면 안 되니까.”시윤의 말에 석훈은 미소를 지었다.“지금 상태가 날로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곧 가족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가족을 언급하자 시윤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그날 저녁, 시윤은 처음으로 멀쩡한 정신으로 병상에 누워 창 밖의 달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정신이 다시 돌아온 탓인지 애써 외면하던 것도 하나둘 밀려오기 시작했다.가족, 아이, 그리고 도준까지...한순간 진실을 회피하려 했을 뿐인데 이성을 잃게 될 거라고 시윤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위해서라도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이혼하든 직면하든 빨리 나아져야 해.’정신이 돌아온 뒤로 시윤은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가 점차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게, 시윤의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대부분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생긴 거라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데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하니 회복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덕분에 입원한 지 보름 만에 시윤은 매일 그리워하던 도윤을 만났다.보름 안 본 사이 전보다 무거워진 도윤은 포도알 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시윤을 바라보았다. 이목구비가 또렷해져 전보다 더 예뻐진 아이를 보자 시윤은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아가야, 엄마 기억나? 엄마 잊지 않았지?”시윤이 우는 모습을 보자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려던 도윤은 실패하자 입으로 뭐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천진난만한 도윤의 모습에 시윤은 이내 웃음이 터져 조심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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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속박
석훈은 도준을 말없이 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무의식을 건드려 결정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위험이 따릅니다. 사모님은 전에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해 병을 앓았기에 또 간섭하면 심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도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리 벽 안에서 도윤의 얼굴을 문지르며 미소 짓는 시윤을 응시했다. 도윤이 태어나고 나서 도준은 시윤이 이렇게 미소를 짓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솔직히 시윤이 왜 저를 그렇게 억압했는지 도준은 알고 있다. 아마 본인이 어떻게 하든 도준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거다.도준은 이혼도 동의할 리 없고, 시윤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도 동의할 리 없으니, 혼인과 아이 모두 시윤에게는 속박이나 다름없었을 테니까....그 뒤 일주일 동안, 시윤의 치료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비록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매번 완전히 회복했다고 느낄 때마다 시윤은 불안 증세를 보이곤 했다.그렇게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친 석훈은 시윤을 보며 결과를 말했다.“시윤 씨의 몸이 지금 회복하는 걸 저항하고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이곳에서 나가면 보기 싫은 사람과 마주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그 점이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이건 저로서도 도와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시윤은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후볐다. 확실히 석훈의 말대로 일주일 뒤면 퇴원해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로 시윤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누군가 아들을 꿈에서 납치해 필사적으로 찾아도 찾지 못하는 꿈은 거의 매일 반복됐다.시윤의 꿈을 얘기하자 석훈은 그걸 상세히 기록하며 건의했다.“가끔 어려움을 직면하지 못하는 건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지 그 자체를 두려워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되도록 민 사장님과 얘기 나눠보세요.”도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시윤은 가슴이 따끔거려 답답해나기 시작했다.그러다 결국 꽉 그러쥔 손을 풀면서 더듬더듬 대답했다.“고려... 해볼게요.”벌써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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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그동안 도준 씨였어요?
어둠 때문에 가려진 도준의 억압 대신 저를 꼭 끌어안은 따뜻한 품과 힘 있는 팔이 고스란히 느껴져 시윤은 순간 코끝이 시큰거렸다. 결국 참지 못해 베갯잇으로 눈물을 훔치던 시윤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도준 씨예요? 그동안 도준 씨였어요?”시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도준은 시윤이 깨어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진정을 되찾을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동시에 시윤이 어떤 반응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싫어할지 아니면 아예 밀어낼지. 그런데 의외로 시윤은 그러는 대신 불쌍한 목소리로 그동안 왔던 사람이 그가 맞는지 물었다.도준은 시윤을 품에 꼭 안으며 대답했다.“응, 나야.”그 말을 듣는 순간 시윤은 더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예전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시윤을 제 쪽으로 돌려 위로해 주면서 다른 짓도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이것도 만족한다는 듯.조용한 병실 안에는 순간 여자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도준은 시윤의 팔을 따라 어깨를 꼭 껴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왜 도윤이보다 더 울어? 됐어, 그만 울어, 여기가 싫으면 우리 집에 가자.”집이라는 단어를 듣자 애써 피하려던 기억이 밀려오면서 시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급기야 몸을 웅그리고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싫어요.”시윤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지만 병세가 점점 악화할까 봐 도준은 결국 시윤에게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려고 허리를 문지르며 위로했다.“그래, 자기 말 들을게. 돌아가기 싫으면 여기 있어.”그 말을 들었음에도 시윤은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도준의 품에서 떨고 있었다.절대 저와 만나면 안 된다던 여자가 몸을 쪼그린 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앙상한 팔로 본인을 감싸 안고 떨고 있는 걸 보자 도준은 끝내 손을 스르르 풀었다.“휴식 잘해.”시윤은 여전히 쪼그리고 있다가 병실 문이 닫히자 뻣뻣하게 등을 폈다.고개를 들고 캄캄한 천장을 올려다보는 시윤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사실 시윤도 도준과 얘기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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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우리 이혼해
석훈은 시윤을 도와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고는 시윤의 요구대로 다음 날 아침 8시로 시간을 정하고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조금 더 지나야 민 사장님을 만나려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시윤은 눈을 내리깔았다.“우리 아들과 빨리 만나고 싶어요.”석훈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모성애의 잠재력은 늘 대단하긴 하죠. 심지어 가끔은 심리학과 과학의 범주를 뛰어넘을 때도 있으니까요.”“그럴지도 모르죠.”시윤은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밖은 어느새 또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그동안 치료를 잘 받은 덕에 시윤은 소극적인 생각을 던져버리고 도윤을 제대로 마주했다. 물론 도윤이 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났든 간에, 본인과 피로 맺어진 천륜이기에 도윤을 사랑하고 낳은 걸 후회하지 않았다.때문에 도윤을 위해서든, 본인을 위해서든 시윤은 물러날 수 없었다.다음날.아침 7시 50분, 석훈은 시윤을 데리고 병원 아래의 공원으로 향했다.물론 아직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햇빛은 따스했다.석훈은 시윤과 나란히 벤치에 앉더니 넌지시 말을 건넸다.“여기는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비교적 편할 겁니다. 그리고 민 사장님과 대화할 때, 시윤 씨가 멈추라고 하면 저희가 개입해 바로 대화를 중단할 거고요.”다들 제 병이 발병될까 봐 걱정한다는 걸 알았기에 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자 석훈은 시윤의 뒤쪽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석훈이 떠남과 동시에 낙엽을 밟으며 다가오는 발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분명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도준이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늦겨울이 가고 초봄에 들어서 여전히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두꺼운 외투마저 남자의 압도하는 분위기를 억누르지는 못했고, 검은 눈동자는 이른 아침의 안개를 뚫고 주먹만 한 여자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시윤의 볼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시윤은 옷소매 안의 손을 꽉 그러쥐었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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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이제 자유야
시윤은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고 믿지 않았다.“뭐라고요?”그러나 그때 도준이 이혼합의서를 내밀었다.“이거 이혼 합의서야. 난 이미 사인했어.”시윤은 [이혼합의서]라는 커다란 글자를 보고 나서야 눈앞의 사실이 진짜라는 걸 발견했다.‘도준 씨가 정말 나랑 이혼하려 하는 건가?’순간 마음이 허전하여 짐을 덜어낸 것 때문에 가벼워서인지, 아니면 괴로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왜요?”시윤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도준은 싱긋 웃었다. 하지만 서리가 한 층 낀 것 같은 두 눈에서 진심이 무엇인지 좀처럼 보아낼 수 없었다.“자유를 준다는데 왜냐니? 바보야? 자기 이제 자유야.”도준은 시윤의 손에 있는 서류를 펼쳐 내용을 확인시켜 주었다.“봐 봐, 마음에 들어?”흰 종이에 찍힌 검은 글자를 확인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시윤은 안에 적힌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백제 그룹의 지분을 모두 자기한테 넘겨준다는 조항을 보자 시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건 받을 수 없어요. 전 도윤이만 원해요.”시윤은 도준이 거절할까 봐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그 말에 도준은 시윤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가볍게 대답했다.“다 자기 거야. 난 기르기 귀찮아.”그제야 시윤은 마음속 돌멩이가 사라진 듯 홀가분해졌다. 아이를 빼앗기는 악몽에 수없이 시달려 느꼈던 공포가 도준의 한마디에 순간 사라져 버렸다.시윤은 도준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도준 씨가 안 놓아줄 줄 알았어요.”“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그런데 왜...”서로 눈길이 마주친 순간 시윤은 도준의 눈동자 속에 비친 저를 발견했다. 그녀의 그림자는 마치 도준의 동공 깊숙히이 박혀 있는 것만 같았다.시윤이 멍하니 있을 때 도준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자기한테 선택권을 주려고. 앞으로 나랑 같이 있을지 말지는 자기가 선택해.”“...”이 순간, 도준은 자기가 갖고 있던 바둑알을 판에서 모두 치워 시윤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돌을 걷어내고 자진해서 패배자가 되었다.시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제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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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화 직접 확인할 계획
퇴원하기 전, 시윤은 병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했다. 그러다 이혼 합의서가 적힌 봉투를 보자 귓가에 석훈의 말이 맴돌았다.시윤은 다시 한번 이혼 합의서를 꺼내 확인했지만 사인은 하지 않았다. 전에는 조건이 너무 터무니없어 사인할 수 없다고 본인을 설득했지만, 솔직한 심정은 사인하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으니까.아직 직접 확인해 봐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퇴원 당일 양현숙은 도윤을 품에 안은 채 시윤을 데리러 왔다. 도윤은 시윤을 보자마자 입으로 옹알이를 해대며 짧은 다리를 마구 굴렀다.도윤의 새하얀 손을 꼭 잡고 얼굴에 갖다 댄 순간, 시윤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미소가 피어올랐다.도윤이 태어난 뒤로 빌라는 예전처럼 정갈하지 않고 곳곳에 젖병과 장난감이 널려 있었고, 베란다에는 침대 시트와 소독한 옷들이 널려 있었다.양현숙은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을 위주로 준비하고 몸에 좋은 보신탕까지 끓여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그러고는 시윤이 식사하는 걸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그걸 본 시윤은 이내 숟가락을 내려놓고 난감한 듯 말했다.“엄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가 퇴원한 게 아니라 출옥한 줄 알겠어요.”양현숙은 시윤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이내 눈물을 닦았다.“너도 참. 그래도 네가 웃으니까 나도 한시름 놨다. 지난 1달 동안 네가 고생하는 것만 보면 엄마가 얼마나...”말을 채 잇지 못하고 또 울먹이는 양현숙을 보자 시윤은 얼른 위로했다.“괜찮아요, 다 지난 일이에요.”“그래, 다 지났어.”식사하는 동안 양현숙은 도준의 소식을 몇 번이고 물어보려 했지만 결국은 다시 목구멍으로 삼키기를 반복했다.그도 그럴 게, 말을 꺼냈다가 겨우 회복한 시윤을 또 자극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으니.사실 지금의 시윤은 양현숙이 생각한 것만큼 나약하지 않다. 하지만 저와 도준이 어떻게 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시윤도 도준의 얘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시윤은 스스로 폭발 사고의 진실을 알아내고 나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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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돌 잔치
시윤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시영 언니한테 말했어요. 민씨 집안 쪽은 시영 언니가 알아서 전달할 테니 여기 쪽만 신경 쓰라던데요.”그 말에 양현숙은 헛웃음을 지었다.“그럼 다행이고.”하지만 봉투에 인장을 찍고 있던 시윤의 생각은 진작 딴 데로 샜다.시윤은 양현숙이 물어보는 게 민씨 집안 식구가 아니라 도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난 반년 동안 진태섭과 정은숙 부부는 그나마 선물이라도 보내왔지만 도준은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까.일상적인 소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뉴스, 심지어 가십 기사에조차 도준에 관한 소식은 실리지 않았다....돌잔치 전날, 시윤은 잠을 설쳐 밤새도록 몸을 뒤척였다.심지어 본인이 대체 도준을 부르고 싶은지 아니면 부르기 싫은지조차 알지 못했다.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도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시윤은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가 벌떡 일어나 분유를 풀고는 맛나게 먹는 도윤을 보자 화가 나는 듯 배를 콕콕 찔러댔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사건을 조사하러 가지도 못하고 네 아빠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고.”도윤은 아직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여 그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뿐이었다.그 천진한 모습을 보자 시윤은 또 이내 화가 사르르 풀려 도윤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됐어. 내가 낳았는데 어쩌겠어. 용서해야지.”...돌잔치 당일 현장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특히 이제는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된 도윤의 귀여운 모습이 사라들의 이목을 끌었다.진태섭과 정은숙 부부는 호텔 청소부보다도 빨리 도착해 도윤의 사지만 몇백장을 찍어댔고, 시영은 시윤을 도와 손님들을 접대했고 수아는 윤영미와 함께 도윤과 장난을 쳐댔다.“여기 봐, 도윤아.”그리고 소혜는 카펫 위를 어렵게 걷는 도윤이 힘겨워 보여 부축하려고 다가갔다. 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도윤은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다행히 평소 잘 울지 않는 도윤은 넘어졌으면서도 눈만 깜빡이며 저를 넘어뜨린 소혜를 보더니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내자 그제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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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식구들의 도움
도준을 설득하지 못한 시영은 결국 할 수 없이 연회장 안으로 돌아갔다.그러면서 문을 닫으면서 밖을 한 번 더 힐끗거렸다.사실 도준을 막고 있는 건 문이 아니라 시윤의 병이다.시윤이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기는 도준은 시윤의 병이 발작하는 걸 더 두고 볼 리 없다.‘둘째 오빠도 이젠 점점 인간미가 느껴지네. 물론 형수 한정이지만. 어쩜 아들한테도 무뚝뚝할 수가 있지?’...진태섭과 정은숙 부부는 오랫동안 손주를 보지 못한 터라 서로 안으려고 투덕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다 시윤이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러 가야 할 시간이 되자 그제야 놓아주었다.시윤이 도윤을 안고 복도로 나왔을 때, 시영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윤이 씨, 그쪽 해 등진 곳이라 도윤이 추워할지도 몰라요. 저쪽 휴게실로 가 봐요.”시윤은 별생각 없이 시영이 안내한 방향으로 걸어갔다.아까까지만 해도 배고프다고 찡얼대던 도윤은 휴게실에 도착하자 이상하게도 바로 울음을 멈췄다. 오히려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시윤은 안쪽을 보지 않고 시선을 오롯이 도윤에게 두고 있었다.“어딜 그렇게 보는 거야? 뭘 알고 보는 거야?”도윤은 시윤의 무시에 불만이라도 내비치는 듯 입을 뻐끔거리더니 갑자기 눈을 굴리며 한쪽을 가리켰다.“아- 야- 야-”도윤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시윤은 다음 순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반년 동안 소식도 없던 남자가 이 순간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도준은 외투를 입지 않고 있었고, 얇은 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가슴근육이 팽팽하게 드러난 데다 대충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핏줄이 튀어나온 팔이 훤히 보였다. 게다가 이 시각 도준은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 시윤을 보고 있었다.한참 뒤에야 반응한 시윤은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여...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건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 내 방엔 어떻게 들어왔어?”그제야 시윤은 방금 시영이 일부러 저를 도준이 있는 곳으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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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자기랑 우리 아들 위해 일하느라 바빠
시윤은 벌써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도준의 장난기 섞인 말에 당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윽고 그게 억울하고 화가 났는지 삐진 듯 투덜댔다.“벌써 도준 씨를 잊었는데 어떻게 보고 싶을 수가 있어요?”도준은 몇 번 웃더니 시윤에게 바싹 다가갔다.“도윤이 엄마도 나 안 잊었는데, 도윤이가 어떻게 날 잊어? 그거 뭐였더라? 모전자전이란 말도 있잖아.”말로는 한 번도 도준을 이긴 적 없는 시윤은 아예 그를 무시했다.그때 도준이 도윤을 품에 안은 채로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아직도 약 먹고 있어?”시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이제 끊었어요. 나 쌤이 두 달 전에 이제 상태가 안정됐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먹을 필요 없어요.”사실 이 모든 걸 도준은 진작 석훈한테서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시윤한테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그도 그럴 게, 시윤이 그렇게 미쳐 있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도준의 관심에 시윤도 예의상 반문했다.“요즘 잘 지내요? 소식도 없던데.”“응. 자기랑 우리 아들 위해 일하느라 바빠.”도준은 그룹 지분을 모두 시윤에게 넘겼기에 이 말도 어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하지만 시윤은 그 말이 불편했는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직 이혼 서류에 사인도 안 하는데, 저를 위해 일한다고 할 순 없죠.”말을 마친 순간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져 시윤은 무의식적으로 도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도준의 뜨거운 눈빛과 마주치고 말았다.그제야 시윤은 방금 제가 한 말이 화해하려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걸 인지하고 바로 설명했다.“전 그런 뜻이 아니라...”“쉿.”도준은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나 지금 무척 기뻐. 자기가 설명하고 나면 나 기분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설명하지 마.”그 말에 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사람이 왜 이래요? 어떻게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해요?”도준은 시윤의 성화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우리 아들 태어난 데 나도 한몫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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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아직도 나 좋아해?
시윤은 이번에 교훈을 삼았는지 빠른 속도로 손을 넣어 단번에 물건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손에 쥐어진 물건을 본 순간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이거 뭐예요?”시윤이 꺼낸 물건은 다름 아닌 작은 시계였다. 물론 정교한 디자인이긴 했지만 여주 여성스러워 도윤이 하기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었다.결국 그 선물에 시윤은 실망하고 말았다.‘아무리 도윤한테 감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본인 지식인데. 첫돌 생일 선물을 어쩜 이렇게 대충 고를 수 있지?’잔뜩 찌푸린 시윤의 표정만 봐도 그녀가 적잖게 화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윤의 괴상야릇한 목소리가 이내 들려왔다.“고마워요. 도윤이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빼고는 괜찮네요.”그 말에 도준은 피식 웃더니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대답했다.“응. 원래 도윤이 거 아니야.”“그럼 누구 건데요?”“자기 거.”시윤은 잠깐 어리둥절했다.“저요? 오늘 도윤이 생일인데.”“자기가 도윤이 낳은 날이기도 하잖아.”도윤은 시윤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도윤이는 선물 많이 받았는데 자기만 못 받았잖아.”왠지 모르겠지만 분명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지만 시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도윤이 아들이라 시윤은 당연히 아들한테서 선물을 뺏을 리는 없다. 하지만 이 특별한 날 선물 하나는 저한테 차려진다는 게 왠지 대접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시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도준은 유혹하듯 속삭였다.“열어 봐.”시윤은 고분고분 시계 뚜껑을 열었다. 시계 안쪽에 그들 세 식구의 사진이 찍혀 있었는데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생동감이 넘쳤다.도준은 도윤을 한 순으로 안아 들고 시윤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이 시계는 도윤이가 태어나던 날 만들어진 거라 도윤이랑 동갑이야.”“정말요?”“응, 정말.”시계는 원래도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만 가격이 이런 특별한 의미보다 중요할 리는 없었다.사람은 물론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기록할 수는 있다. 시윤도 도윤의 엄마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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