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5화

주서희는 코트를 고급져 보이는 쇼핑백에 넣어 들고는 별장을 나갔다.

서재 문을 여니 석양이 진 하늘의 노을빛이 통창 너머로 이승하의 얼굴에 드리워지며 그의 몸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이승하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고고한 뒷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손가락 사이에 꽂혀있는 담배는 한 눈에 들어왔다.

담배 연기가 이승하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어 어딘가 더 고귀하고 신비로워 보이면서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주서희는 쓰레기통에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있는 담배꽁초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알던 이승하는 담배를 피지 않았었는데 언제부터 손을 대기 시작 한건지 이미 제대로 인이 박힌 것 같았다.

하지만 주서희는 이승하의 일에 간섭할 수 없었기에 그저 못본 척 하며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

"들어와."

이승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마치 그 어떤 것에도 감흥이라곤 없는 사람 같았다.

주서희는 쇼핑백을 들고 들어갔다.

"대표님, 서유씨가 돌려보낸 옷입니다."

쇼핑백을 건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바라본 이승하가 차갑게 말했다.

"버려."

지나치게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말은 마치 이 물건이 이승하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네."

주서희는 짧게 답을 하고는 쇼핑백을 들고 방을 나섰다.

주서희는 이승하가 버리라고 할 것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어찌됐든 이승하의 물건은 그녀가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서희가 문 앞까지 걸어가 쇼핑백을 버리려 할 때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렸다.

"거기 그냥 둬."

주서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지만 이승하는 여전히 그녀를 등지고 서 있었다.

여전히 노을 아래에서 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는 한 모금 한 모금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럼 이 대표님, 전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서희가 떠난 뒤에야 고개를 돌렸다.

서유가 걸쳤던 옷일 뿐인데, 그저 옷 한 벌일 뿐인데, 그 옷 하나가 언제나 단호했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