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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가혜와 시답잖은 말 몇 마디를 나누던 김시후는 다시 서유를 언급하자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지난 몇 년간 서유랑 이승하는 연인보다는 계약으로 묶인 관계에 가까웠어."

"근데 서유가 이승하를 좋아했던 건 맞아.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서유는 아직도 많이 힘들어했을 거야."

가혜는 숨기는 것 없이 김시후에게 말했다. 가혜도 김시후가 빨리 그 아픔 속에서 헤여나오길 바랬다.

모든 일은 김시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김시후를 잊기 위해 서유가 이승하를 사랑했던 것이니.

김시후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더 착잡해졌다. 마음속에 난 구멍이 점점 더 커져가 김시후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한번 놓치면 이번 생엔 기회 없어. 빨리 잊어."

가혜는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김시후는 시트에 기댄 채 하도 울어 이미 충혈된 눈을 감았다.

그때 부산에서 걸려 온 연락을 받은 경호원이 차창을 두드렸다.

"대표님, 이사장님 전화 오셨습니다."

김시후는 마음을 추스리고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낮고 힘 없는 이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후야, 이제 그만 부산으로 돌아와."

김시후는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서유가 살고 있는 그곳을 쳐다봤다.

김씨 가문, 그 망할 놈의 김씨 가문 때문에 김시후는 서유를 잃었다.

서유가 몸을 판 일로 크게 싸웠을 때 화가 난 서유가 뛰쳐나간 틈을 타 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때는 큰형이 아니라 집사가 와서 싫다는 김시후를 억지로 납치해 갔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김시후는 차에서 뛰여내리기 까지 하며 발버둥 쳐봤지만 결국은 예정된 결말이었다.

큰형이 말하길 그들은 쌍둥이고 태어날 때 일이 좀 있었는데 작은 아버지가 김씨 가문의 승계권을 탐내 온 가족을 납치했었단다.

그 사이에 사고가 생겨 어머니는 그 자리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되셨다.

그때 유괴범에게 잡혀간 김시후는 2년이 지나서야 양부모를 찾았는데 그들마저 죽자 고아원에 보내진 것이다.

큰형은 다행히도 아버지가 목숨걸고 지키신 덕에 살아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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