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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눈 속에 선 서유의 작은 그림자는 남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핏줄기 가득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었다.

이승하는 제자리에 서서 잠시 그녀를 쳐다본 다음 이내 그녀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서유는 그가 회사를 나와 자신의 방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승하 씨, 나...”

그녀가 이승하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서유는 멍해졌다. 눈에 가득하던 액체가 그의 행동을 보자마자 갑자기 흘러내렸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 무리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며 고개도 돌리지 않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훤칠한 그의 그림자에는 담담함과 오만함이 배어 있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다가갈 수 없을 정도의 거리감을 주었다.

서유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가 늘 꾸던 악몽 속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지만 이승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자신을 환생시킨 세상에서 그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윤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나서야 악몽으로 끝났고 이제 곧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받아 거의 미쳤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서유는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꼭 껴안고 찬바람 속에 서서 몽롱한 눈으로 반년 동안 그리워한 그림자를 멀리서 보았다.

“이 모든 게 거짓말이에요. 맞죠?”

충격을 견디지 못한 듯 연약하면서도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계단을 내려와 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남자는 그녀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서유는 그가 멈춘 것을 보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아 감히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걸음을 옮겨 남자 옆으로 다가간 후, 여위고 하얀 작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승하 씨, 당신이에요?”

이 남자는 이승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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