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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두 사람은 몰디브로 향했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정가혜와 심형진의 왕래는 점점 더 잦아졌고 아무리 병원 일이 바빠도 심형진은 틈틈이 그녀를 보러 왔었다.

아침이면 그녀에게 아침을 가져다주고 저녁에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끔 클럽의 일 때문에 새벽까지 밤을 새우면 그는 잠도 자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

묵묵히 자신을 기다려주는 심형진을 볼 때마다 그녀는 감동받았다. 이렇게 그녀한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시간을 내어 심형진과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봤다.

점점 데이트도 많아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손도 잡게 되고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오늘도 늦게까지 일하고 나온 그녀는 우산을 쓰고 입구에 서 있는 그를 보고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선배, 비가 오는 데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해요?”

사귀는 사이는 맞지만 선배라고 부르는 게 더 편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자연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아.”

무슨 일이라도 생긴 듯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 있어요?”

검은 우산을 쓰고 있던 그가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우산을 내려놓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남자의 턱이 어깨에 닿자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 그러나 그를 밀어내지 않고 그의 포옹을 받아주려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녀를 품에 안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고 눈 밑의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

“오늘 저녁에 수술이 있었는데. 환자가 죽었어.”

그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나 결국은 살리지 못했고 심장 박동수 그래프가 점차 일직선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의학을 배우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사람을 살리는 것인지 아니면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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