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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지민 씨, 소개할게요. 내 남자 친구 심형진입니다.”

정가혜는 숨기지 않고 심형진을 이연석의 여동생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공항에서 이지민을 귀찮게 한 일은 눈치 있게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이지민은 화들짝 놀랐다.

‘가혜 씨한테 남자 친구 생기면 우리 오빠는 어떡해요?’

그런데 곧바로 자신이 당했던 일을 떠올린 그녀는 같은 여자로서 정가혜의 기분이 이해가 되었다. 이 세상에 양쪽에 여자를 끼고 사는 바람둥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지민의 오빠는 단이수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바람둥이인 건 사실이었다. 성인이 된 후로 옷을 갈아입듯 여자를 바꿨기에 딱히 나을 것도 없었다.

그 생각에 이지민은 하려던 얘기를 삼키고 예의 바르게 정가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혜 씨 남자 보는 안목이 있네요. 그럼 언제 결혼해요?”

이지민이 떠보듯 물었다. 아직 오빠가 정가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빠를 도와주려는 건 아니고 나중에 두 사람의 사이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질 수도 있기에 미리 오빠에게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할 생각이었다.

결혼 문제에 관해 정가혜가 대답을 망설이자 심형진이 말했다.

“아직 프러포즈도 안 했는데요, 뭐. 프러포즈한 다음에 날짜 잡으려고요.”

심형진은 정가혜의 의견을 먼저 물었다. 정가혜가 그와 결혼할 마음이 있는 걸 확인하고 프러포즈를 하는 게 상대를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지민은 두 사람이 아직은 그냥 만나는 단계고 결혼 얘기까지 나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

“좋은 소식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요.”

그녀는 두 사람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 후 짐을 챙기고 공항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공항 밖에서 양복 차림의 김태진이 휠체어를 밀면서 천천히 공항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휠체어에 탄 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무릎 위에는 얇은 담요를 덮고 있었다. 도도한 자태에 깨끗한 얼굴은 마치 그림을 찢고 나온 비주얼이었다.

이지민은 김시후를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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