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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단이수는 호텔 문 앞의 기둥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면서 번쩍이는 부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몇 대 피운 후 지루해진 그는 담배를 버리고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술잔을 들고 있는 이연석을 발견했다. 불빛이 어두컴컴해 더욱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아가씨들이 옆에서 이연석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애교를 떨었지만 이연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단이수는 문 앞에서 잠깐 지켜보다가 그의 옆에 앉았다.

“왜 그래? 이젠 여자한테도 관심이 없어? 고자가 된 거야?”

소파에 축 늘어졌던 이연석은 단이수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

“그 입 닥쳐.”

단이수는 가볍게 웃더니 종업원이 건네는 술을 받고 한 모금 마셨다.

“혹시 지금 배하린 때문에 이리 넋이 나간 거야?”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빙빙 돌려서 말했다.

“보고 싶으면 내가 전화할게. 전화 받자마자 바로 달려올걸?”

이연석은 단이수를 째려보았다. 기분이 별로인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단이수는 이연석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처음 연애하고 배하린에게 아무 이유 없이 차였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던 단이수는 시간을 계산했다.

‘샤워하고 분위기 잡고 하면 지금쯤 시작할 때 됐겠네.’

이대로 더 지체했다간 이연석이 잊지 못하는 여자를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 단이수는 독한 술 한 병을 들고 이연석에게 건넸다.

“이거 다 마시면 뭐 하나 알려줄게.”

“관심 없어.”

지금 그 무엇도 이연석의 흥미를 끌어내진 못했다. 부산에 계약하러 온 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밖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연석의 모습에 단이수는 술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혜 씨에 관한 거야.”

그 순간 이연석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변하긴 했지만 그리 선명하진 않았다. 단이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말했다.

“3년이나 아꼈던 누나한테도 이젠 관심이 없는 거야?”

그러자 이연석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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