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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심형진과 헤어질 거란 소리에 이연석의 분노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는 정가혜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손을 들어 품에 안았다. 마치 잃었던 소중한 보물을 다시 얻은 것처럼 꼭 안았고 내려놓기 아쉬웠다.

“가혜 씨, 심형진이랑 헤어지면 예전처럼 나랑 다시 만나요.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여자 만나지 않고 가혜 씨한테만 잘해줄게요. 가혜 씨만 괜찮다면 우리...”

부모님을 만나고 결혼까지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가혜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난 연석 씨 다시 만날 생각 없어요.”

정가혜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연석은 품속의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귀먹었어요?”

정가혜는 무서울 게 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연석 씨랑 다시 만나지 않고 남자 친구도 만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쭉 혼자 살겠어요.”

‘남자 해서 뭐 해.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경로당이나 사서 간병인 찾아 남은 인생을 사는 것도 얼마나 좋아. 나처럼 버려진 고아는 가정을 꾸릴 자격도 없어. 그냥 혼자서 늙다가 죽어야지.’

정가혜는 이연석을 힘껏 밀어냈다. 이연석은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었다.

“당신...”

이연석은 정가혜의 고집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 남자 친구를 만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그와 다시 만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랑 만나는 게 그렇게 싫은가?’

“가혜 씨.”

이연석은 정가혜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날 또 거절했네요. 앞으로 가혜 씨랑 다시 만나자는 얘기 절대 안 할 겁니다.”

정가혜는 그의 말을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든 말든 그냥 짜증 섞인 얼굴로 그를 밀어냈다.

“먼저 나가 있어요. 적어도 형진 선배랑 단둘이 얘기할 시간은 줘야죠. 헤어지는데 옆에서 감시라도 할 거예요?”

정가혜의 말투가 어찌나 차분한지 모든 걸 다 체념한 듯했다.

이연석은 얼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빤히 보다가 결국 돌아섰다. 방을 나가기 전 발걸음을 멈추고 정가혜를 싸늘하게 돌아보았다.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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