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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주먹을 내리치려고 하는데 달려드는 정가혜를 보고 이연석은 주먹을 거두었다.

이미 눈을 감고 얻어맞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살짝 당황했다.

이연석이 주먹을 거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심형진의 얼굴만 내려다보았다.

“선배, 괜찮아요?”

그녀가 달려들 때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괜찮아.”

정가혜가 달려들어 자신을 감싸줄 줄은 몰랐다. 그녀를 위해 나선 일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많이 다쳤지만 의식은 잃지 않는 그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연석을 돌아보았다.

“이연석 씨, 날 괴롭힌 것도 모자라 지금 내 남자 친구까지 때린 거예요?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경찰서에서 봐요.”

말을 마친 그녀는 심형진의 몸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밀쳐내고 심형진을 부축해서 VIP룸을 빠져나갔다.

해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두 사람이 떠난 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이연석을 부축했다.

“일어나.”

그는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새빨개진 두 눈으로 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정가혜, 심형진과 헤어질 거라고 약속했잖아. 왜 그 약속 안 지키는 건데?

정말 심형진을 좋아하게 된 거야?

정말 그런 거라면 그럼 난? 난 어떡하라고...

항상 체면을 중시하던 이연석은 친구들 앞에서 이런 낭패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근데 정가혜라는 여자 때문에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바람이 빠진 공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누구를 닮은 건지? 생각해 보니 딱 예전 그의 모습이었다. 소중히 여기라고 했건만. 여자랑 다투지 말라고 했건만. 그렇게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쌤통이다.

단이수는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을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하고 다들 그만 돌아가. 여기는 나한테 맡겨.”

사람들은 이연석을 비웃지 않았고 그저 단이수에게 잘 타이르라고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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