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고 있는 조수아를 가리키며 욕했다.“네 엄마 닮아서 너도 똑같이 재수 없는 년이야. 할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우기더니 결국 이렇게 만들 작정이었어? 우리 모두 할아버지 월급에 의지해서 살고 있었는데.”“아마도 쟤가 할아버지를 죽인 걸 거야. 그 보물을 혼자 차지하려고.”“자손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쟤 혼자 가질 수 있어? 돈만 쓰는 년이잖아, 저년. 안 돼, 그 보물 팔아서 우리 모두 나눠 가지자.”“그래, 팔아서 한 푼이라도 더 얻자.”순식간에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재산 분배
임다윤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굳이 잘못을 뽑자면 내가 실수로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흘렸다는 거야. 하지만 난 분명 어르신께 우리 육씨 가문에서는 그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냥 문주가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고. 다른 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그 말을 들은 황애자가 화가 나서 탁자를 세게 쳤다.“안 그래도 병이 있는 분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서 일부러 괴롭게 만들려고 했니? 임다윤, 이 일은 너로 인해 시작된 거야. 어르신께 사죄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
그녀는 더 이상 가족의 생명을 걸고 싶지 않았다.육문주를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조수아는 힘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고는 절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 아빠가 몸이 안 좋으셔서, 난 이만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하지만 육문주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그렇게 조수아의 손을 잡고 막 떠나려다 말고 그의 시선은 임다윤에게로 향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정이 가득하던 그의 눈이 이번에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이번 생에 수아
육문주는 긴장하며 조수아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최근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야? 잘 먹지도 못하고. 우리 병원에 가보자, 어때?”조수아는 변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몇 번 헛구역질만 했을 뿐, 아무것도 토하지 않았다.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중에 위장약 좀 먹으면 괜찮을 거야.”육문주는 여전히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큰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다.“의사를 집으로 부를게. 이렇게 있는 건 마음이 놓이지
조수아는 달력을 펼쳤다.11월 13일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그녀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서 자주 날짜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달력에 표시하는 습관을 들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다.별안간 조수아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홍수처럼 몰려왔다.‘생리가 20일이나 늦었다고?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일찍 왔으면 일찍 왔지 한 번도 늦어진 적은 없었는데.’조금 전의 구토 현상을 다시 떠올리며 조수아는 두 다리가 풀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바로 그때, 한지혜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황급히 전
허연후의 질문에 화가 난 한지혜는 그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었다.‘아직 남자랑 자본 적도 없고만 임신은 무슨!’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는 곧 조수아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아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한지혜는 억울한 마음을 삼키고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제가 누구 아이를 가졌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시죠. 제가 누구랑 잤는지까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지 않나요?”화가 난 허연후가 한지혜의 턱을 꽉 잡았다.그의 눈빛에는 전례 없던 차가움이 드러났다.“한지혜 씨, 어디서
“임다윤은 내가 문주 씨와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 내가 문주 씨랑 헤어지면 그 여자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조수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는 왜 지난번 사고에서 죽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드라마 속 악덕 시어머니도 저렇게 악랄하진 않아. 수아야,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너한텐 내가 있잖아. 아이도 내가 같이 키울게. 요즘 남자들은 당최 믿을 수가 없어, 오직 자기 자신만 믿을 수 있어.”조수아는 지금의 감정을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육문주는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것
돌아서 보니 송미진이 그녀의 배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눈빛에는 송미진이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훤히 드러났다.조수아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임신했다면 제일 먼저 송미진 씨에게 알려줄게요. 그게 당신에게 가장 큰 타격이니까요.”그러자 송미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수아, 잘난 척하지마. 너는 이미 문주 오빠랑 헤어졌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 지켜. 너 때문에 다윤 이모가 채찍을 백 대나 맞아서 네가 돌아오면 이모가 가만히 있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