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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신세희는 병원을 나와 회사로 출근했다.

다행히 오후 내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퇴근할 무렵, 디렉터를 대신해 디자인 팀을 관리하던 한 디자이너가 신세희에게 말했다.

"신세희 씨,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공사장으로 가세요. 거기 일손이 부족해요."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사실 공사장에 가고 싶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그리고 공사장 식당은 밥도 많이 주었다.

배 속에 아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늘어났다.

하지만 공사장에 가면 점심에 하숙민을 보러 갈 수 없었다.

퇴근 후 신세희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저녁이 다 되어갔으니 더 이상 하숙민을 보러 올 손님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숙민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병실 밖에서 바라보니 부소경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숙민의 병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하숙민은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로 몸에 기계를 가득 달고 있었다.

신세희는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문득 하숙민은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부소경이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

하숙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었다.

극도로 씁쓸해진 신세희는 몸을 돌려 병원을 나가려다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를 발견했다.

신세희는 그의 옆을 슬쩍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엄선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부 소경이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는 사모님이었지만 지금은 죽이지 못해 안달 났으니 그녀는 엄선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였다.

신세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채 한 발짝을 내딛기 전에 엄선우가 그녀를 불렀다.

"사모... 세희 아가씨... 아니, 신세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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