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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임서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수줍음과 두려움이 섞인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소경 오빠, 전 이미 오빠에게 몸을 내줬어요. 제 인생에서 유일한 남자는 오빠밖에 없어요. 제가 싫다고 해도 괜찮아요. 다른 뜻도 없고요. 전 그저 오빠를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부소경은 가까스로 구역질을 참았다.

임서아는 현재 그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애원하고 있는 이가 본인을 희생해 자신을 구해준 임서하만 아니었더라면 발로 걷어차 버렸을 것이다.

"소경 오빠..."임서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결혼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내가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겠어! 넌 앞으로 F그룹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되는 거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지금은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느라 네 감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한 번만 더 성가시게 굴면 정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

창백하게 질린 임서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 알겠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꺼져!"

부소경은 임서아를 확 뿌리치며 말했다.

도망치듯 나온 임서아는 집으로 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

저택에서는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서아가 들어오자 허영이 잔뜩 기대하며 물었다.

"서아야, 어떻게 됐어? 이번에는 성공..."

형편없는 임서아의 몰골을 본 허영은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임지강도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또... 또 쫓아낸 게야?"

"엄마, 아빠! 흑흑... 나 어떡해? 이러다가 우리 집안 다 망하는 거 아니야? 소경 오빠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모든 신경을 신세희한테 쏟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신세희는 오빠 아이도 가졌잖아, 만약 오빠가 이걸 알게 되면 우리 가족은 오빠 손에 죽을지도 몰라. 엄마, 아빠... 나 너무 무서워."

임서아는 허영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임씨 집안으로써도 속수무책이었다.

신세희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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