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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신세희는 민정연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준명은 알고 있었다.

"비켜주시겠어요?"

신세희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서준명과 민정연이 길을 막고 있어 그녀는 옆으로 돌아갔다. 카운터에 도착한 그녀가 말했다.

"실례합니다, 동 사장님께서 제게 두세 차례 전화를 거셨거든요. 오늘,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습니다."

직원은 바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신세희입니다. 나흘 전에 3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빌렸어요. 오늘은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고요."

신세희가 다시 한번 말했다.

"신세희 고객님!"

카운터 직원의 낯빛이 밝아졌다.

"잠시만요, 안 그래도 사장님이 고객님을 찾고 계셨거든요."

신세희는 입을 다물었다. 약속 기한보다 사흘이나 늦었으니 사장이 위약금을 물라고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괜찮았다. 수중에 60만 원이나 있으니 아마 돈은 넉넉할 터였다.

그 돈을 떠올린 신세희는 다시 한번 속으로 조의찬에게 감사했다. 조의찬은 그저 한 뭉치를 대충 건네준 것이었는데 세어보니 60만 원이 조금 넘었다.

그녀는 조용히 홀에 앉아 동 사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앞쪽에서는 서준명과 민정연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신세희는 서준명을 모른 척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부 씨 저택에서 처음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한시가 급했던 그녀가 그를 붙잡고 돈을 빌린 게 전부였다. 이러니 상대방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서로 모른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서준명은 생각이 달랐는지, 먼저 신세희 곁에 다가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신세희 씨, 혹시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

신세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서준명 씨,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부 씨 저택 연회에서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사과드립니다."

서준명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카운터 안쪽에서 30대 남자가 나왔다. 신세희를 발견한 그가 다가오며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아이고, 신세희 고객님, 드디어 오셨네요!"

재빨리 몸을 돌린 신세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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