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민혁은 발로 현관에 있는 서랍을 밀며 버티고 있었다. “정말 너무하네, 내가 설거지도 했는데 오늘 하루 소파에서 자게 해 준다고 죽기라도 해?!” 꼼짝도 하지 않는 부민혁을 보고 윤슬은 핸드폰을 찾으러 갔다.부민혁은 윤슬이 부시혁에게 전화하려고 하자 재빨리 달려가 윤슬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어디다 전화하는 거야. 빨리 끊어!”“너 안 가면 네 형 부를 거야” 윤슬은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형! 수!”“아무리 형수라고 불러도 소용없어. 이 집에서 안 나가면 형 부를 거야.”부민혁은 통화 버튼이 눌러
부민혁이 윤슬을 형수라고 부르자 고유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유나는 차에 있는 약 상자의 약을 꺼내 부민혁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민혁아,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 아니면 형한테 전화해.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귀찮을 게 뭐 있어~ 그리고 윤슬 씨는 남자친구도 있으니까 네가 가서 방해하는 것도 안 좋아. 아마 남자친구도 안 좋아할 거야.”집에 혼자 사는 것 같던데? 남자 흔적은 하나도 없더라고.”부시혁은 백미러로 부민혁을 힐끗 봤다. 왠지 모르게 부민혁의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아마 집이 하
부시혁이 편지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바쁜가 봐?” 고유나는 검은색 가운을 걸친 치고 있었으며 헐렁하게 묶은 허리띠 때문인지 가운이 아래로 내려와 새하얀 쇄골을 드러냈다. 게다가 코끝을 스치는 향수 냄새가 매혹적으로 다가왔다.고유나는 과일차를 테이플 위에 놓고 부시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만든 과일차야. 마시면서 해.”“일 다 끝났어.” 부시혁은 서랍에 있는 편지를 고유나에게 보여줬다. “잉크 꺼내려다 편지를 봤어. 우리가 이렇게 많은 편지를 썼을 줄 몰랐네.
고유나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윤슬을 도발했다. 윤슬은 그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고유나씨가 먼저 말했으니 사세요.”고유나는 윤슬이 순순히 양보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잠깐 당황했다. “유나야, 윤슬이 너한테 함부로 못 할 거야.” 고유나의 자매들이 득의양양하며 말했다. “부시혁 씨 하고 이혼하고 기댈 곳도 없고, 회사도 파산 직전에 있으니 네 것은 절대 못 뺐지.”그렇다. 지금 윤슬은 파산 직전의 회사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고유나는 자매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계를 챙기고 직원에게 카드를
“정말 대단하네요. 이미영 씨랑 같이 다니다니.” 진서아가 고유나 옆에 있는 여자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이미영 씨는 강남시에서 지난해 퇴직한 분 손녀인데, 저분이랑 같이 다니는 거면 인맥이 대단한 거예요.”윤슬은 거의 집에만 있어서 비즈니스 쪽에서 아는 인맥이 거의 없었다. 어쩐지 고유나가 이미영에게 공손하게 행동했다. 이미영 앞에서는 고유나의 집안도 별 볼일 없다. “어? 부시혁 대표님 전 부인 아니에요?” 이미영이 윤슬을 보고 무시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여겼다.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놀아요. 괜찮죠?”
진서아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담배를 꺼내자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너 뭐 하고 있어?”“브라이트문 클럽에서 대표님들 카드 하는 거 구경하고 있어.” 진서아가 담배를 피우며 전화를 받았다. “왜? 올 거야?”“내가 하이시에 사람 찾으라고 보냈더니 네가 진짜 거기 직원인 줄 알아?”“그만 재촉해!” 진서아는 짜증 나 죽겠다는 듯 화를 냈다. “혼자 살겠다고 부인이랑 아내를 버렸잖아. 참, 이제는 죽었지. 남은 아이들한테 보상해 주고 싶어서 우리한테 찾아오라는 거야?”“빨리 병원 가서 노 선생님한테 말해서 죽으라고
잠시 후, 진서아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서아가 윤슬의 카드 패를 보기도 전에 고유나 입가에 미소를 보고 승부를 알 수 있었다.진서아가 나갔다 온 사이 윤슬은 처참하게 지고 있었을 것이다.진서아가 윤슬 옆으로 가서 카드를 슬쩍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 상대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전 남편의 달빛인데 이대로 지고만 있을 거예요?”“아직 급하지 않아. 다섯 판 삼선 승이야.” 윤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표정이었다.진서아가 말하는 사이 윤슬은 또다시 카드를 냈다.“휴.” 고유나는 윤슬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윤슬의 눈이 떨렸다.윤슬은 하이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이런 가족 관련 일들은 드물었다. 단지 하이시 이가 집안과 남강 고가 집안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이미영이 이렇게 거만한 이유는 든든한 집안과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같은 수준인 이가 집안에 시집을 간다고 하더라고 이가 집안이 신분 상승하는 것이다. 만약 부시혁과 결혼할 때 윤슬 집안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왕수란이 그녀를 존중해 줬을까?윤슬도 이 결혼 생활에서 이렇게 처참하지는 않았을까?윤슬이 지난 일을 떠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