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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싫어요, 난 안 헤어질 거예요!"

허연은 눈물을 흘렸다. 방금 가지만 해도 그렇게 부드러운 남자가 순식간에 가차 없이 헤어지자고 하다니. 그녀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을 버리고 애원했다.

"시원 오빠, 사랑해요. 정말 사랑한다고요. 그러니까 기회 한 번만 더 줘요. 네? 나 앞으로 오빠 말 꼭 잘 들을게요!"

시원은 냉소하며 말했다.

"넌 나란 사람을 사랑하는 거니 아니면 내 돈을 사랑하는 거니?"

허연은 대뜸 말했다.

"당연히 오빠를 사랑하는 거죠!"

시원은 목소리가 차가웠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설백현의 비취는 왜 받았어? 예쁘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하지 마."

허연은 잔뜩 후회해하며 대답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시원 오빠, 진짜로요."

시원은 이미 귀찮아졌다.

"아직 좋은 추억이 좀 남아있을 때 좋게 헤어지자. 날 역겹게 하지 말고. 앞으로 밖에서 내 이름으로 일 저지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할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허연은 달려들었지만 카펫에 걸려 넘어졌다. 그녀는 시원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것을 보며 엉엉 울었다.

"시원 오빠, 나 용서해 줘요. 정말 잘못했어요!"

청아가 보온병을 들고 돌아왔을 때 마침 떠나는 시원과 마주쳤다. 그녀는 놀라서 물었다.

"벌써 가는 거예요?"

시원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허연은 당신 여자친구 아니에요?"

청아는 손에 든 보온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니까 그녀 좀 돌봐줘요. 난 오후에 다른 일이 있어서요."

시원은 책 속에서 나온 귀공자처럼 온화하고 우아했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 아니에요."

말을 마치고 그는 청아를 무시하고 떠났다.

청아는 한동안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민 손도 미처 거두지 못했지만 남자는 이미 떠났다.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병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허연이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원 오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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