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지나 아홉 번째 장로의 몸에서 기혈이 솟구치면서 순식간에 3품 존왕으로 승급했다.호흡을 정리하고 나서 주광해가 놀라움으로 가득 찬 얼굴로 감격하며 말했다.“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수련해도 입문하지 못한 원인이 처음부터 수련을 잘못한 탓입니다.”주광해가 이태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계속해서 말했다.“이 장로님 정말 감사합니다. 장로님이 아니면 저의 주씨 가문에 대일진권 수련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한 명도 없을 겁니다.”나머지 주씨 가문 장로들이 그 말을 듣더니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이태호에게 허리 굽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그 모습에 이태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그저 제가 경험했던 비결을 가르쳐드린 것뿐입니다.”주씨 가문 장로들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것을 주서명이 제지하면서 말했다.“다들 그만하세요. 이 장로님은 9품 존왕으로서 수행이나 다른 방면에서 저희가 따를 수 없는 분이십니다. 장로님들이 자꾸 이러시면 이 장로님이 불편하실 거예요.”며칠 동안 이태호와 교류하면서 주서명이 이태호의 성격과 기호 같은 것을 알아냈다. 주서명은 이태호가 상당히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태호와 같은 사람이 자신의 가문을 도와준다면 이건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마움을 표시하는 주씨 가족들을 보면서 이태호가 고개를 젓더니 말이 없이 웃었다.오늘 주씨 가문이 이태호를 존경하는 원인은 아주 간단했다. 이태호의 실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만일 이태호의 실력이 부족했다면 주광해같은 주씨 가문 장로들이 이런 태도로 자신에게 대일진권의 비결을 물어보면서 친분을 쌓으려고 했을까?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이게 바로 성인이 살아가는 법칙이다.주위가 조용해지자 이태호는 성호 대결에 관한 생각에 빠졌다.성호 대결이 이제 15일 남았는데 이번 황씨 가문과의 대결에서 이름을 날리는 바람에 몇몇 호사가들이 이태호를 무항시 랭킹 최강 10명 중의 세번 째로 순위를 매겼다.1,
무항사에 왔을 때 이태호의 딸 신은재는 이미 6급 존자였다. 그동안 수행하면서 주씨 가문의 각종 단약의 도움도 받아서 수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아무리 빨라도 이태호는 딸이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려면 보름 후에 성호 랭킹이 끝날 무렵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딸이 앞당겨 돌파할 줄이야!남두식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영기의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태호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태호야, 은재는 역시 자네를 닮아서 강한 천부를 가졌군. 이제 얼마 됐다고 벌써 존왕으로 돌파하다니!”대장로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턱에 난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부러워하였다. “맞아요. 여태까지 살면서 여덟 살의 존왕은 본 적이 없어요!”그 옆에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주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파격적인 소식을 듣고 모두 놀란 나머지 순식간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특히 이미 축하 인사를 준비한 주서명은 마음속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이 방에서 돌파한 자는 이태호의 아내 중의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의 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태호의 딸 신은재를 만난 적은 있지만 여덟 살에 불과한 여자애였다.주서명은 놀라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입을 크게 벌렸다. 다른 주씨 가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에남두식 등은 웃고 싶었다.“여덟 살짜리의 존왕?!”“이태호 장로님, 장로님의 따님이십니까?”“어머나, 여덟 살에 존왕으로 되었소? 내가 여덟 살 때는 막 무왕으로 되었는데!”“역시 남과 비교하면 화가 난다니까!”“...”주씨 가문 장로들의 탄성과 함께 눈앞의 영기 소용돌이는 점점 커졌고 곧 주씨 가문 위의 하늘을 뒤덮였다. 사면팔방 수십 리 천지의 영기는 주씨 가문을 향해 모여들어 곧장 마당에 수직으로 떨어졌다. 이태호는 점점 많은 영기가 모여드는 것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졌고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성인이라면 존자에서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는 것은 쉬
방문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어떤 무형의 힘으로 열렸다. 흰색 연공복을 입은 신은재가 깡충깡충 뛰쳐나왔다. 신은재의 머리는 양 갈래로 묶여 있고 돌파를 해서 그런지 온몸의 살결이 매끄럽고 눈처럼 하얗다. 특히 젖살이 조금 남아 있는 얼굴은 방금 껍질을 벗겨진 달걀처럼 뽀얗고 귀여운 것이 멀리서 보면 동화 속에서 걸어 나오는 정령 같았다.이태호는 걸어 나오는 딸을 보고 허리를 굽혀 품에 안은 뒤 딸의 작은 코를 살짝 긁어주었다. “잘했어. 기특하기도 해.”이태호는 딸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기초가 튼튼하고 부실하지는 않았다. 이에 이태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여덟 살의 존왕이라니. 이 아비도 부러워죽겠어!”그가 천청종에 있을 때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 그때 당시 5급 단약의 도움을 받아서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는 것 같은데 자기 딸도 순조롭게 존왕으로 돌파할 줄은 누가 알겠느냐?멀지 않는 곳에서 주성명을 비롯한 주씨 가문의 장로들은 입을 약간 벌리고 멀뚱히 즐겁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태호 부녀를 보고 있었다. 신은재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내공의 파동을 직접 감지한 주서명 등의 심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그들이 여덟 살 때는 수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껏해야 무왕이었다. 하지만 이태호의 딸은 여덟 살에 이미 그들과 같은 존왕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 다들 놀란 나머지 모두 부러워했다.여덟 살의 나이에 존왕으로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은재가 열 몇 살에는 존황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고 몇십 살에는 성자로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보기엔 여덟 살에 존왕이 된 신은재가 어쩌면 훗날에 이태호보다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할 수 있고 심지어 비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서명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심호흡을 하고 이태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이태호 장로님, 따님이 존왕으로 된 것
만면에 흥분이 가득한 주서명은 정신을 차린 후 급히 이태호에게 축하 인사를 하였다. “이태호 장로님, 축하합니다. 따님의 타고난 천부는 전대미문이라 훗날에 꼭 성자로 되고 신선으로 될 것입니다!”이태호는 주서명의 아부에 가까운 말을 듣고 그냥 웃어넘기면서 겸손하게 말하였다.“성자가 되든 신선이 되든 아직 너무 이릅니다. 저는 은재가 행복하게 잘 자라나기를 바랄 뿐입니다.”주서명은 이태호에게 아부를 한바탕 한 후 엄숙한 표정으로 주변의 장로들을 보면서 정중하게 말하였다.”오늘의 일은 절대로 소문내면 안 된다. 그때 가서 내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라!”여덟 살의 존왕,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천남에서 가장 강한 종문인 태일종의 천재 제자들은 여덟 살 때 기껏해야 존자였을 것이다. 존왕의 수명은 천년에 이르는데 지금의 신은재는 겨우 여덟 살이니 남은 기나긴 수명으로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이토록 무서운 천부를 가진 천재가 앞으로 성장해서 오늘날 주씨 가문과 맺은 정을 생각하면서 눈곱만한 자원을 줄지라도 주씨 가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남들이 이 소식을 알게 되면 무항시 내의 가문들은 딴마음을 품게 될 것이고 태일종도 놀라게 될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부정적인 쪽으로 간다면 주씨 가문은 궐기하기는커녕 바로 이태호에게 박살 날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주서명은 즉시 현장에 있는 주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이 일을 외부에 발설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주씨 가문의 장로들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받아들였다. 옆에 있는 이태호는 주서명의 이런 행동에 매우 만족하였다. ‘눈치가 빠른 재주가 있는 자이니 앞으로 도와줄 수 있지.’그는 자신의 9급 존왕의 내공을 드러낼 수 있고 남두식과 대장로 등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내공이 더 강해지기 전에 이태호는 신은재를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실력이 충분히 강해져야만 비로소 신은재가 내공을 드러나게 할
이태호는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후 연단을 그만두었고 여유롭게 곧 열릴 성호 랭킹을 기다렸다....이날.마당에서 이태호는 아내인 남유하를 껴안으면서 한가롭게 흔들의자에 누워있었다. 그는 손에 란 기행문을 들고 홀리듯이 읽었다.이 책에는 수백 년 전에 청허도인이란 수사가 무항시에서 출발하여 창란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현재 창란 세계에서 각 세력의 순위, 강자들의 이름, 천남과 요수와의 싸움, 마수가 서역을 침입하는 등 여러가지 잡다한 내용이 있다. 이태호의 시야와 견문을 극히 많이 넓혀주었고 창란 세계가 얼마나 광활하고 끝없는지를 알려주었다.창란 세계의 13개 주는 광활한 지역과 수많은 강자를 가지고 있다.책의 기록에 따르면 천남 지역만 해도 종문 1개, 가문 2개, 문파 3개가 있다. 천남의 성호를 장악한 태일종은 창립된 지 수만 년이 넘었다는 소문이 있다. 종문을 창립한 선배는 벌써 선계로 비승해서 오랜 역사와 강한 실력을 갖춘 종문이었다.다른 2개 가문, 3개 문파도 실력이 약하지 않다. 이들의 문하 제자는 최소한 존왕의 내공을 갖고 있다. 이태호는 책을 내려놓은 후에도 여전히 책 속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무항시는 작은 곳이야. 연못에서는 용을 키울 수 없고 미꾸라지만 키울 수 있지.”그가 창란 세계에 오는 목적은 더욱 강해져서 선계로 비승하는 것이다.주씨 가문에 있는 동안, 수련에 소홀한 것 같다.옆에서 차를 따르고 있던 남유하는 그의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호호 웃었다.“됐어. 언니들이 9급을 돌파하고 성호 랭킹이 끝나고 우리가 존황이 된 후에 무항시를 떠나면 되잖아?”딸이 존왕으로 돌파한 지 이틀 만에 남유하는 9급 존왕으로 돌파하고 폐관을 마쳤다. 그녀는 원래 8급 존왕으로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 원래 쌓은 내공은 9급 존왕과 종이 한 장의 차이라 폐관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돌파하였다. 요 며칠 동안, 백지연 등 여인들이 아직 폐관 중이라 이
밀실 안.백지연을 비롯한 세 여인은 눈을 꼭 감고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그녀들이 숨을 내쉬면서 주위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그녀들의 몸으로 밀려들어 가는 것이 휘황찬란해 보이는데 마치 선계에서 인간 세상에 내려온 선녀 같았다. 세 여인이 그 방대한 영기를 모두 흡수하자 내공이 빠르게 상승하여 바로 9급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 정신력으로 이를 감지한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중에 백지연과 신수민은 그를 따라서 창란 세계에 왔을 때 내공이 가장 낮은 6급 존왕이었다. 이들은 보름 동안의 폐관 수련을 진행하였고 이태호가 준 고급 5급 단약의 도움으로 드디어 9급 존왕의 경지로 돌파하였다.백정연의 내공은 이 둘보다 한 단계 높았다. 그녀도 여러 자원의 지원으로 여유롭게 돌파하였다. 다만 이태호가 생각지 못한 것은 세 여인이 동시에 돌파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그들이 돌파할 때 뿜어나오는 숨결을 차단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주씨 가문 전체가 시끄럽게 될 뿐만이 아니라 온 무항시가 놀라게 될 것이다. 성호 랭킹이 곧 다가오면서 이태호는 아내들의 내공이 점점 높아지기를 원했다. 그래야 성호 랭킹에서 순조롭게 존황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으니까.이태호는 세 여인의 숨결을 차단했지만, 이 마당 안은 제외하였다. 그래서 이 마당에 거주하고 있는 남두식과 대장로 등은 제일 먼저 반응했다. 원래 대국하고 있던 장로들이 잇달아 방에서 나와서 이태호의 곁에 갔다.“태호, 수민 등이 돌파한 건가?”남두식은 이태호 앞에 와서 대단히 기쁜 얼굴로 물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셋이 동시에 돌파할 줄은 몰랐습니다.”“허허. 그럼 더 좋은 것이 아닙니까?”대장로는 웃으면서 입가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이태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9급 존왕입니다. 이틀 후에 열릴 성호 랭킹에서 우리가 다 차지하게 될 것 같군요.”그들 일행은 모두 12명인데 현재 9급 존왕은 11명이다.그러나 이번 무항시에서 성호 랭킹에 참여할 수 있는 정
극지 감옥!이 감옥은 북극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그 깊이가 족히는 500미터를 넘었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흉악함 범죄자들이 모인 곳으로 수감자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옥이 세워진 이후로 이곳에서 탈옥을 성공한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때, 지하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동양인의 외모를 지닌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출소했다, 축하한다!”이곳을 지키는 우람한 교도관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섹시한 몸매의 중년 여성이 고요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저기 저 대문을 넘어서면 넌 자유의 몸이 된다.”전방에 있는 대문을 보는 이태호의 심경이 복잡했다.“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어!”중년 여성은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어 입만 뻥긋거렸다.지하에 갇혀 있는 흉악범들, 요원, 군벌, 심지어 조폭 두목까지 이태호 앞에선 순한 양이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이름을 떨치던 신 같은 존재들도 그의 앞에선 입을 떼지 못한다.3년 전, 용성연합국에서 전란이 일어났고 용성연합국은 결국 외부의 침입을 막지 못해 정부는 4명의 젊은이를 파견하여 갓 출소한 이 남자한테 배움을 얻도록 했다.반년 후, 다시 용성연합국으로 돌아간 네 젊은이는 곧바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 후 그 네 젊은이는 용성연합국에서 모두가 아는 군신이 되었다.대문 앞에 도착한 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성루 같은 커다란 건물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쿵’ 소리가 나도록 땅에 머리를 박았다.“어르신! 먼저 갑니다! 5년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이 감옥에 왔을 때 그는 한 백발의 늙은이를 알게 되었다. 늙은이가 남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다른 죄수들한테 밥을 빼앗겼을 때 이태호가 먼저 다가가 그한테 밥 절반을 나누어
펑!침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특히 남자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얼른 이불로 자기 몸을 가렸다. 여자 역시 깜짝 놀라 이불을 뺏으며 몸을 가렸다.“누구야? 거지야?”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를 본 하현우가 흠칫 놀랐다.“10년이라도 기다리겠다더니 고작 5년이 지났는데...”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이마에서 핏줄이 꿈틀거렸으며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이...태호?”정희주는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네, 네가 왜 여기에...”이태호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아팠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이 자식이랑 같이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이놈이랑 같이 있는 거야?”하현우는 거지 같은 몰골의 남자가 이태호란 걸 발견하고 순식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바지를 챙겨 입으며 말했다.“왜? 이 몸이 희주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권세와 돈을 모두 잡고 있어. 거지처럼 차려입은 너보단 훨씬 나아!”이태호는 눈에 핏발이 빨갛게 섰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고 정희주만 노려봤다.“하하, 진짜 웃겨. 이제 돌아와서 너한테 모든 걸 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심지어 애당초 널 폭행한 남자한테 들러붙어?”이태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어갔다.“날 기다리지 않았더라도 네 탓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근데 이런 놈이랑 붙어있을 줄 몰랐어.”그의 말에 정희주가 가운을 두르며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웃기지 마, 나한테 모든 걸 준다고? 거렁뱅이인 네가 나한테 뭘 준다는 거야? 넌 하현우 같은 재벌한테 비비지도 못해! 지난번에 현우가 나한테 사준 백이 천만 원이 넘어! 네가 지금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너 같은 병신이랑 있다간 나만 손해야. 하지만 하현우는 날 평생 누릴 수 있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