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이다!’서강빈은 그 팻말을 주어서 얼른 주머니에 넣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바닥에 있던 용팔 일당은 서강빈이 팻말을 주어서 기분 좋게 떠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형님, 저 자식이 주운 팻말이 좋은 물건인가 봐요.”칠복이 붙어오면서 이렇게 말하자 용팔은 그를 째려보면서 질타했다.“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가서 뺏을 수 있어? 얼른 병원으로 가자...”한편, 서강빈은 이 거리를 몇 걸음 못 나가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게 깔린 목소리에 발목이 잡혔다. “젊은이, 잠깐 멈추게. 방금 당신이 검은색 팻말을 주운 것을 보았는데 내가 부주의로 떨군 물건일세. 나한테 그 물건을 돌려주고 우리 좋은 인연을 맺은 셈 치는 게 어떻겠나?”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린 서강빈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회색 도포를 입고 도관을 쓴 그는 나이가 지긋해 보였는데 손에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칼을 들고 있었고 노란색의 천 가방을 메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그 웃음은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려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유독 이상한 그의 차림새로 보아 일반적인 도사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사이비의 신도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사악한 기가 맴돌고 있었고 기운의 움직임을 보면 대가의 경계에 이런 사람인 것 같다. 웃는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던 늙은 도사의 시선은 지금 두 눈에 빛이 나면서 서강빈이 저승패를 넣은 주머니를 향했다. 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도사님, 이 팻말이 당신이 떨어뜨린 것이라고요? 너무 황당한 얘기인 것 같은데요. 이 팻말은 제가 분명히 아까 깨진 도자기 안에서 주운 것입니다.”서강빈은 말을 하면서 검은색 팻말을 꺼내 들었다. 늙은 도사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말했다.“젊은 친구가 뭘 모르나 본데, 방금 내가 그 근처에서 돌아보고 있었다네. 내 주머니에 있던 저 팻말이, 그러니까 지금 자세 손에 있는 그 물건이 어떻게 된 일인지 공교롭게도
그 말을 듣고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도사님,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도사님 맞으십니까?”“정신 나간 놈!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그 팻말은 내가 반드시 손에 넣을 거야! 그러니 눈치챘으면 순순히 내놔. 지금이라도 내놓는다면 아까 약속한 2억을 줄게. 만약 아직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면 내가 너 같은 일반인을 건드려도 날 탓하지 마.”악랄한 말을 뱉는 늙은 도사의 미간에서는 사악한 기가 넘실거렸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대화로 안 되면 와서 뺏으세요. 도사님이 어떤 실력인지 마침 보고 싶었어요.”“미친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그까짓 실력으로 그 사람들 몇을 쓰러뜨리니까 네가 천하무적이라도 되는 것 같아? 이 세상은 네 생각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 세상에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거든!”늙은 도사는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나를 화나게 한다면 나는 너를 뼈도 못 추리게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뼈도 못 추린다고요? 이 세상에 다시는 태어나지 못한다고요? 도사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 도포를 입고 도목검을 메고 있는 자신한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말해, 내놓을 거야 말 거야? 안 내놓겠다면 지금 당장 뺏을 거니까.”늙은 도사가 화나서 소리치자 서강빈은 미간을 치켜뜨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저도 아까 그 얘기입니다. 자신의 실력을 믿으면 뺏으러 오세요. 도대체 도사님이 어떤 재주가 있는지 한번 봐야겠어요.”“이 자식이 죽고 싶구나! 정 그렇다면 지금 당장 황천길로 보내주지!”성을 내던 늙은 도사는 다짜고짜 손바닥으로 서강빈을 치려고 했다. 상대가 공격해오는 것을 보고 서강빈은 표정이 변하여 미간을 찌푸렸다. 이 늙은 도사는 처음부터 대가의 실력을 다 내보이며 한 번에 자신을 죽이려는 생각이었다. 만
“고작 불 부적 몇 개인데 무서울 거 없어요.”차갑게 말한 서강빈이 허공에서 손을 몇 번 젓더니 그 불 부적들은 통제를 벗어나 뒤돌아 늙은 도사를 향해 날아갔다. 이 광경을 본 늙은 도사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허공을 부적으로 간주하여 손으로 봉인을 풀다니, 너너... 너 도술 고수야?”지금 늙은 도사는 이미 서강빈의 실력에 놀라서 넋이 나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가 계속 넋이 나가 있을 새도 없이 불덩이로 변한 부적들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늙은 도사는 어쩔수 없이 허리에 꽂은 도목검을 꺼내 휘둘러서 불덩이들을 모두 쳐냈다. 하지만 회색의 도포에는 불에 타서 생긴 구멍들이 몇 개 나 있었다. 늙은 도사는 얼른 도목검을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다. 그는 자신이 서강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허공에서 부적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도술이 자기보다 몇 배는 더 대단할 것이다. 하여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없을 게 뻔했다. 서강빈도 굳이 쫓아가지 않았다. 이런 타입의 늙은 도사들은 미꾸라지 같아서 따라잡는다고 해도 진흙탕 싸움이 될 게 뻔했다. 서강빈은 지금 서둘러 돌아가 주머니에 있는 화전옥으로 권효정을 위해 옥으로 된 영기를 만들 생각뿐이었다. 화전옥의 크기로 봐서는 두 개 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만물상점에 돌아온 서강빈은 더 지체하지 않고 화전옥을 조각하기 시작해 두 개의 옥패로 만들었다. 이윽고 그는 이 두 개의 옥패에 소형의 진법을 배치하였고 이와 동시에 자신의 몸에 있는 영기로 이 두 개의 옥패에 자양분을 공급하여 기본적인 영성을 띠게 했다. 그러고 나서 서강빈은 만물상점의 뒤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구멍을 하나 파서 영기를 모을 수 있는 진법인 소형의 구영진을 배치하여 옥패를 거기에 묻어두었다. 7일 동안 구영진에 갇혀있으면 이 두 개의 영기가 완성되게 된다.서강빈이 이 두 개의 영기에 배치한 것은 방어 진법이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이것들은 팔괘가 새겨진 청색 방패가
서강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분명히 말했잖아. 내가 한 거 아니라고.”“그래, 나 너 믿어. 그러니까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송해인의 말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지금 볼 일이 있어서 안 돼. 내가 돌아가면 다시 얘기해.”“무슨 일인데 그렇게 바빠? 나한테 해명할 기회도 포기할 만큼?”불만스러운 말투로 묻는 송해인의 말에 서강빈은 미간을 치켜들고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효정 씨의 지인이 아프다고 해서 지금 거기로 가야 해.”“효정 씨, 효정 씨, 네 마음속에는 그 효정 씨 밖에 없지?”이 말을 듣고 화가 난 송해인은 질투 어린 말투로 소리쳤다. 이렇게 말하고 난 송해인은 전화를 끊고 씩씩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서강빈, 쓰레기 같은 자식! 내가 다시 너랑 잘해보려는 걸 알면서도 왜 효정 씨와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거야! 짜증 나!”송해인은 씩씩거리면서 분을 못 이겨 발로 차바퀴를 찼다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절뚝거리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한편, 서강빈도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무슨 일이에요? 해인 씨가 당신 찾아요?”권효정이 떠보는 말에 서강빈은 그렇다고 하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물었다.“환자는 어떤 상황이에요?”권효정이 대답했다.“성회의 전씨 가문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서강빈이 고개를 저었다.“잘 몰라요.”권효정이 설명해주었다.“성회의 전씨 가문은 무도 명문가예요. 가문 내부의 핵심적인 인물은 모두 무도인들이고 성회의 무도계에서 꽤 큰 지위와 세력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전씨 가문의 어르신은 무도의 고수인데 소문에는 10년 전에 이미 대가의 경계에 이르렀고 올해 일흔이 되는 나이인데 몸이 아주 건강했다고 해요.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5일 전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 갑자기 병들어서 앓아누웠다고 해요. 명의를 여러 명 찾아서 보여도 소용이 없대요. 전씨 가문의 셋째 딸인 전유진이 제 절친인데 저한테 연락이 와서 의술이 높은 사
‘서른도 안 되는 신의, 거기다가 한의사라니...”전태산이 만났던 명의들을 봤을 때 한의학 영역에서 명의라고 소문난 사람들은 모두 50이 넘는 나이었고 모두 많은 경험을 쌓고 나서야 자신이 한의학 영역에서 성과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 곁에 있던 전유진은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며 서강빈을 훑어보다가 물었다.“효정아, 이거 맞아? 이분이 바로 네가 나한테 얘기했던 그 신의라고?”권효정은 전태산과 전유진이 불신하는 눈빛을 보고 해명했다.“태산 아저씨, 유진아, 강빈 씨가 나이가 어리다고 의술이 별로 없을 거라 판단하지 마세요. 이 사람의 의술이 전에 찾았던 나이 드신 한의사분들 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전태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권효정의 체면을 보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효정 씨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니 한번 믿어보겠습니다.”전태산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서강빈 씨가 잠시 기다려주셔야 할 겁니다. 마침 오늘 다른 한 분의 신의를 불렀는데 곧 도착할 거예요.”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전씨 가문처럼 큰 가문에서는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신중한 게 당연했다. 서강빈과 권효정은 자리에 앉아서 담담하게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그러던 중, 발랄한 성격의 전유진은 계속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감해진 서강빈도 그녀에게 웃어 보였지만 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때 서강빈은 전유진의 얼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는데 그녀의 몸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서강빈은 따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바로 이때, 회색 도포를 입은 늙은 도사가 걸어들어왔다. 전태산은 그 사람을 보더니 서둘러 다가가서는 친절하게 맞이하였다.“삼절 도장, 드디어 오셨군요.”전태산이 다가가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삼절 도장, 옷에 왜 탄 구멍이 났습니까?”전태산은 삼절 도장의 회색 도포에 난 네, 다섯 개쯤 되는 큰 구멍을 주목했다
전태산은 흠칫하여 의아한 눈길로 서강빈을 보았다.“삼절 도장, 무슨 오해가 있었든 게 아닙니까? 서강빈 씨는 권효정 씨가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려고 데리고 온 의사입니다.”전태산이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삼절 도장은 불쾌한 표정으로 퉁명하게 물었다.“뭐라고요? 저 자식이 어르신의 병을 치료한다고요?”전태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절 도장은 미간을 찡그린 채 서강빈을 몇 번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물었다.“너 의술을 알아?”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좀 알아요.”“좀 안다고? 그럼 모르는 거야!”삼절 도장은 차갑게 말했고 그의 미간에는 화가 넘쳤다. 특히 서강빈과 싸웠던 그 장면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숨이 거칠어졌다. 두 사람이 싸우려는 징조가 보이자 전태산이 얼른 말했다.“두 분께서는 모두 어르신의 병을 고쳐주려고 오셨는데 이러지 맙시다. 이러지 마세요.”“흥!”삼절 도장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전태산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전 가주님, 제가 어르신의 병을 고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무슨 조건이요?”전태산이 물었다. 삼절 도장을 모셔온 이유는 전태산이 친구한테서 삼절 도장은 도술이 대단한 것뿐만 아니라 의술도 대단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도문의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서의학이나 한의학보다 더 대단한 의술이었다. “이 자식은 끼어들 수 없습니다.”삼절 도장이 서강빈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난처해진 전태산은 잠시 망설였다. 서강빈은 권효정이 데리고 온 사람인데 그렇게 하면 권효정의 체면을 저버린 격이 된다. 전태산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삼절 도장은 옷깃을 휘날리며 차갑게 말했다.“전 가주님께서 승낙하지 않으시니 저는 뒤에 또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삼절 도장이 뒤돌아 가려고 하자 전태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삼절 도장, 잠시만요. 그 제안을 승낙하겠습니다.”전태산이 승낙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삼절 도장의 얼굴에는 오만한 웃음이 피었다. 전태산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서강빈, 우리 이혼하자.”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보, 농담하지 마.”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농담하는 거 아니야.”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때문에 그래?”“누구?”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서강빈 씨,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얼른 사인해요.”여비서는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냈다.“사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이 서강빈 씨와 이혼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요. 대표님은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서강빈 씨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고 화를 자초하지도 말아요.”“화를 자초하지 말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줄곧 말이 없는 송해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송해인,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난 그냥 너랑 말로 잘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서강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송해인에게서 약간의 미련이라도 보이길 바랐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해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사인해. 당신 요구는 최대한 다 들어줄게. 사인 끝나면 계속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송해인은 잠깐 고민한 뒤 빨간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그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어쩌면 지난 3년간 서강빈 홀로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송해인은 그를 그저 디딤돌로 보았을 것이다.“사인할게. 집, 차, 돈.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서강빈은 잠깐 침묵하더니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사람 관상 봐주고 풍수 봐주고 부적 써주는 그 가게로?”송해인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1년 사이 서강빈은 몰락했다.그가 작은 가게를 열어 남의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고, 액을 막고 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사기를 쳐서 부적을 파는 걸 생각하면 황당했다.이것이 송해인이 그와 이혼하려는 이유였다.서강빈은 달라졌다. 그는 이상하게 변했고 더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