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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2 화

잠시 고민 끝에 연승우는 차라리 운전기사가 되어 정체를 숨기려고 했다.

연승우는 주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높은 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연승우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주가인이 말을 이었다.

“승우 씨, 기사 업무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운전 말고도 저의 방패막이 되어주세요. 페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기존에 약속드린 월급의 2배로 드릴 겁니다.”

‘방패막?’

연승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주가인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줄게요. 앞으로 당신이 모실 사람은 바로 진북왕입니다. 근데 바로 그 진북왕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나와 결혼하지 못해서 아주 안달이 났다고 해요. 예상하다시피 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거든요. 그러니까 셋이 같은 자리에 있을 때, 승우 씨는 내 남자친구인 척만 해주세요. 아차, 우리가 결혼을 약속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암시해야 합니다. 빨리 정신 차리고 허황한 꿈을 접도록 말이에요.”

주가인의 말을 듣고 난 연승우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

‘내가 당신을 호시탐탐 노려?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이나?’

연승우는 심기가 불편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진북왕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분 아닌가요? 모아둔 재산이 국고에 견줄 만하며, 전 국민의 우상인 분이신데, 대표님은 왜 그렇게 대단한 분과 결혼하지 않으려 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이유를 알고 싶네요.”

“할아버지보다 늙은 영감탱이와의 결혼을 원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뭐라고?'

“진북왕이 영감탱이인 건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이런 엄청난 부를 축적해 놓으려면 적어도 팔구십 년은 걸리지 않았겠어요?”

“아 뉘에... 아마도 그렇겠죠.”

연승우는 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기꺼이 돕겠습니다.”

이어서 주가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파라곤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진북왕의 차, 라페라리 아페르타를 가져오세요. 언제든지 진북왕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그리고 오늘 밤 유 청장님과의 식사 자리도 잊지 말고 참석하세요. 절대 늦으면 안 돼요.”

연승우는 그제야 조금전에 건네받은 차 키가 자신의 라페라리 아페르타 차 키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시 이 차는 주성 그룹이 유엔에서 받아 온 거라 그녀에게는 여분의 차 키가 있었다.

연승우가 떠나자마자 주가인은 비서를 불러들였다.

“연승우 씨를 잘 조사해 보세요.”

“주 대표님, 이분이 마음에 걸리시나요?”

“의료사고를 해결한 건 어쩌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방금 모셔야 할 분이 진북왕이라고 말했을 때도, 전혀 놀라지 않는 눈치였어요. 이 두 가지 만으로도 그가 마음 놓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닐 거 같아요.”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우리의 적수 쪽에서 보내온 스파이가 아닌지 신경 써서 조사해 주세요. 그 패거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연승우는 1층에 도착하여 막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다급하게 들어오던 남녀 한 쌍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커플 중 여자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제기랄! 아저씨, 눈뜨고 다녀요.”

이어서 커플 중 남자도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빨리 비켜, 내 앞길을 막아? 너 때문에 중요한 일을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어?’

연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두 남녀는 바로 처남이었던 안성찬과 그의 아내인 박세영이었다. 연승우는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무시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연승우를 알아본 안성찬이 일을 크게 키우기 시작했다.

“어? 연승우 아니야? 너 거기 서!"

연승우는 하는 수없이 걸음을 멈췄다.

“왜?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러자 안성찬이 범인을 다그치듯 물었다.

“우리 누나가 이혼위자료로 10억 원을 줬다면서? 우리 집에서 5년 동안 공짜로 먹고 자고 해놓고 무슨 낯짝으로 돈까지 받아? 당장 돈을 돌려줘.”

연승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누나가 준 돈이야. 돌려준다고 해도 혜윤이에게 돌려줄 거야.”

“이 X끼가!”

안성찬은 욕설을 퍼부었다.

“어머, 빌어먹을 놈이 말대꾸하는 법은 어디서 배웠어?”

옆에서 지켜보던 박세영이 말렸다.

“성찬 씨! 됐어, 나중에 다시 얘기해. 운전기사 면접을 보는 게 급선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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