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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3 화

안성찬은 연승우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흥, 너 오늘 운수 좋은 줄 알아.”

안성찬은 말을 마치자마자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준표 형님! 지금 막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곧 면접 보러 올라갈 거예요.”

“네? 뭐라고요? 누군가 앞질러 면접을 보고 운전기사 자리를 가로챘다고요? 누굽니까? 연승우요? 풉, 빌어먹을 연승우 말하는 거예요?”

통화를 마친 안성찬은 몇 걸음 빨리 달려가 연승우를 가로막았다.

“연승우, 너 설마 운전기사 면접 보러 온 거야?”

연승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성찬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X발! 감히 내 일자리를 뺏어? 간이 배 밖에 나온 거야? 당장 가서 그만두겠다고 말해. 일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박세영도 화가 잔뜩 났다.

“정말 우리 인생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이네, 우리가 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이고 애를 썼는지 알아요? 당신이 우리가 계획한 큰일을 망쳤어요! 당장 가서 그만두겠다고 하세요. 당장!”

탐욕스러운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연승우는 구역질이 났다. 두 사람은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연승우를 집에서 부리던 종으로 생각하는 듯했고 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연승우는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고 당연시했다.

4년 전, 안성찬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쳤을 때, 그는 이춘화와 짜고 연승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감옥에 가라고 강요했었다. 재작년, 도박에 빠진 안성찬은 연승우의 전신 장기를 걸고 내기를 했었다. 연승우는 그 일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었다. 그리고 작년, 요독증에 걸린 안성찬은 염치없이 연승우에게 신장을 기증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이와 같이 유사한 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 불이익을 겪을 때마다 연승우는 안혜윤의 체면을 봐서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이제 이혼까지 했으니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연승우는 길길이 날뛰는 두 사람을 쿨하게 무시하고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안성찬이 갑자기 달려들어 연승우의 팔을 덥석 잡으며 난동을 부렸다.

“X발! 네 어미는 너를 낳을 때 귀때기를 만들어 주는 걸 깜빡한 거야? 내 말이 안 들려?”

“개자식!”

연승우는 다른 사람이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만큼은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있는 힘껏 안성찬의 뺨을 후려갈겼다.

“계속해서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안성찬과 박세영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동안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했던 연승우가, 갑자기 발끈하고 먼저 달려들어 손찌검까지 하다니,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고 잔뜩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

“너 미쳤어?”

박세영은 팔을 휘두르며 연승우를 향해 돌진했다.

“빌어먹을 놈! 감히 내 남편을 때려? 넌 내 손에 죽었어.”

연승우는 식은 죽 먹기로 박세영의 팔을 잡아 제압하고 말했다.

“경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여자라고 해서 봐줄 생각 없으니까.”

연승우가 가볍게 밀자, 박세영은 뒷걸음치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안성찬과 박세영 부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연승우를 향해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바락바락 악을 썼다.

이때, 때마침 외출하려고 회사를 나서던 주가인은 이 어수선한 상황을 보게 되었고 얼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상황이죠?”

주가인을 보자 안성찬과 박세영은 안색이 180도 돌변했고 갑자기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다.

“주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안성찬입니다. 오늘 운전기사 면접에 지원했습니다.”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지원자에게 주어졌으니, 죄송하지만 이만 돌아가셔야겠습니다.”

안성찬은 황급히 말했다.

“주 대표님, 제 충고 한마디만 들어보세요. 이 사람은 해고해야 합니다.”

박세영이 옆에서 부추겼다.

“맞아요, 주 대표님. 저 사람을 옆에 두신다면 조만간 화를 입으실 겁니다.”

주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유는요?”

주가인이 이유를 묻자, 안성찬은 이때다 싶어 입을 나풀거렸다.

“주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고용한 이 운전기사는 제 누님의 전남편입니다. 이 녀석은 결혼생활 내내 빈둥빈둥 집에서 놀았고, 도벽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악질적인 것은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다는 겁니다! 제 누님은 결혼생활 5년 동안 저 녀석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성한 구석이 없게 됐어요. 그리고 방금도 우리 두 사랑에 폭력을 행사했다니까요!”

박세영이 타이밍을 놓칠세라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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