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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따로 만남

그렇게 허지영은 무려 5년 동안이나 배인호를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빠져있는 자기 모습에 허지영 자신도 탄복할 지경이었다.

허지영의 마음에 대해 배인호는 상대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분명하게 거절까지 했었지만, 이에 허지영은 기죽지 않았다.

대학에 붙고 나서 허지영은 박정아, 오세희 그리고 이민정을 알게 되었다.

세 친구는 처음에 적극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라고 허지영을 격려해 주고 지지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졸업할 때 쯔음에 그만두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이에 허지영 또한 배인호를 내려놓겠다며 자신있게 말했지만, 배인호를 마주치게 되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지영아, 배인호는 그냥 좀 잘 생기고 돈도 좀 많은 것뿐이야. 대단한 거 하나도 없으니 인제 그만 마음 접고 내가 비슷한 남자, 아니, 더 좋은 남자로 소개해 줄게.”

박정아는 매번 이런 식으로 허지영을 타이르고 했다.

허지영은 지금 술을 마시고 한숨을 풀풀 내쉬고 있다.

왜냐하면 어젯밤에 배인호가 어떤 여자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두 사람은 사이가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인기가 많은 배인호는 여자 친구를 옷 갈아입듯이 자주 바꾸어 이름난 바람둥이다.

“맹세할게! 나, 허지영은 오늘부로 다시는 배인호를 찾아가지 않을 거야!”

허지영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이미 헤아릴 수없이 했던 맹세를 거듭했다.

그들의 우정이 참 예쁜 것은 허지영이 여러 번이나 맹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친구는 여전히 그녀를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 사람은 허지영을 위해 소개팅까지 주선하고 있었는데, 인연이 되면 그대로 만나는 것이고 인연이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

“지영아, 저 어정쩡하게 생긴 남자들 봐봐,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얼마 지나지 않아 박정아가 허지영의 앞으로 다가와 수상쩍은 웃음을 드러냈다.

“어정쩡한 것도 아닌데, 그냥 느낌이 오지 않아.”

허지영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배인호의 얼굴과 목소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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