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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파트너요?”

그 말을 들은 이청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가 들은 건 예비 명단이 아니라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최종결정되었다는 얘기였다! 심지어 최후의 평가도 건너뛰고서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모두 다 틀림없는 사실인가요?”

이청아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겠어요? 믿기 힘드시다면 내일 계약을 체결하러 회사에 와서 확인해 보세요. 됐어요. 전 바빠서 이만 끊어야 해요.”

간단한 두 마디를 끝으로 상대가 전화를 끊었다.

이청아는 놀람과 동시에 새어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비 명단에서 삭제될 거란 얘기에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조씨 가문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행복이 너무나도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물론 그녀는 경쟁에서 이긴 것엔 양의성의 그 통화가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전화 한 통만으로 조씨 가문의 결정을 뒤바꿀 정도로 양씨 가문의 영향력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대표님, 결과가 나온 거예요?”

장 비서가 물었다.

“맞아.”

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기 드문 환한 웃음을 지었다.

“조씨 그룹 매니저가 직접 말해줬어. 내가 조씨 가문의 파트너로 선정되었다고!”

그 말에 장 비서가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잘됐네요! 전 잘 될 줄 알고 있었다고요!”

“양 도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순조롭지 못했을 거예요.”

이청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맞아요. 맞아요! 양 도련님은 정말 대단해요. 몇 마디 말로 다 해결해버리다니요!”

장 비서가 연신 감탄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다 제 아버지의 공이죠.”

양의성이 웃으며 말했다.

말은 겸손했지만 그 표정에 드러난 득의양양함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사실 그는 마음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셨단 말인가?

“유진우 씨! 봤어요? 이게 바로 차이라는 거예요!”

장 비서가 돌연 뒤에 앉은 유진우를 보며 조롱했다.

“양 도련님은 단 한마디 말로 파트너 자리를 따냈어요. 반면 당신은요? 도대체 무슨 재주가 있어요?”

“그런 말 하지 마. 그래도 공짜로 얻어먹는 건 잘하잖아.”

양의성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먹고 싸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예요? 하긴,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지금처럼 쓰레기가 되지는 않았겠죠!”

유진우가 반응하지 않자 장 비서는 더더욱 그 정도를 더해갔다.

“그 여우가 있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얼마나 무능한지 똑똑히 봤으면 좋았을 텐데.”

“말 다 끝났어? 끝났으면 비켜. 공연 보는 데에 방해되니까.”

유진우가 덤덤히 말했다.

“왜요? 고작 몇 마디 들었다고 짜증 나요? 생각해보세요. 당신한테 양 도련님의 반 만큼이라도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말을 들었겠어요?”

장 비서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뭐라고? 그럼 나도 좀 알아야겠어. 양의성에게 대체 무슨 능력이 있는데?”

유진우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가 점잖다고 해서 아무나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에게도 인내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양 도련님은 전화 한 통으로 조씨 가문의 파트너 자리를 따냈어요. 이게 바로 능력이죠!”

장 비서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양의성이 했다는 거 확신해? 증거라도 있어?”

유진우가 반문했다.

“양 도련님이 아니면 뭐 당신이 하기라도 했어요? 제 주제를 알아야죠!”

장 비서가 쏘아붙였다.

“이봐, 유씨, 그럼 넌 조씨 가문에서 왜 돌연 생각을 바꿨다고 생각하는데?”

양의성이 오만한 얼굴로 유진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맞아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 있는데 부정한다고 없는 일이 되겠어요?”

장 비서가 말을 보탰다.

“너무 확신하지 마. 내가 너라면 누가 도왔는지 확인부터 해 볼 거야. 엉뚱한 사람한테 굽신거리면 안 되니까.”

유진우가 냉정히 말했다.

“내가 보기엔 당신은 지금 질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에요! 자기가 모자라니까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도 꼴 보기 싫은 거죠!”

장 비서가 소리쳤다.

“마음대로 생각해.”

유진우가 귀찮음에 말했다.

“유씨! 너 증거 필요하다며? 그래! 내가 오늘 우리 둘의 차이를 똑똑히 보여주지!”

양의성은 차갑게 웃음 짓고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버지...”

“또 무슨 일이야?”

핸드폰 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조 회장님과의 얘기는 어떻게 됐어요?”

“얘기는 무슨! 나 지금 회의하는 중이라 그럴 시간 없어! 기억해! 다음엔 이런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

“네?”

양의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어 무정한 ‘뚜’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순간 양의성의 얼굴에선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유진우의 앞에서 으스댈 생각에 잔뜩 들떴었던 그는 이런 진실을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부탁한 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했단 말인가?

설마 그냥 우연인 건가?

“양의성, 아버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얘기해 줘.”

유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양의성의 뒷자리에 앉았던 그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었다.

실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실시간으로 경직되어가는 그의 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양 도련님, 통쾌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 사람에게 두 사람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정확히 알게 해줘야죠.”

장 비서가 재촉했다.

양의성은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아버지가 이미 본인이 조씨 가문에 부탁했다고 하셨어. 아니면 청아 씨는 파트너 자격을 얻지 못했을 거야.”

그 말에 유진우가 이마를 찌푸렸다.

양의성이 저렇게까지 뻔뻔할 줄이야. 사람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그것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유진우 씨! 들었어요? 양씨 집안에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는데도 믿지 않더니, 아직도 할 말 있어요?”

장 비서가 또다시 비딱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양의성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어요?”

유진우가 돌연 반문했다.

“유진우! 그만해!”

그때 옆에 있던 이청아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이제 억지 좀 그만 부려! 네가 양의성 씨를 질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이유 없이 비난하지는 말아야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이청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질려버린 듯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그녀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지만 모함과 비난을 멈추지 않는 유진우의 모습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질투? 비난?”

유진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네 눈엔 내가 고작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지?”

“지금 네 행동을 봐. 아니야?”

이청아가 차가운 얼굴로 반문했다.

그 말에 유진우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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