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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아니야! 말도 안 돼!’

이청아는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유진우는 그냥 일반인이다. 얼굴이 잘생긴 것 말고는 별다른 재주도 없는 사람이다.

그와 달리 조민은 조훈 어르신의 뒤를 이었고 대박 그룹의 회장인 데다가 부하도 수백 명에 달한다. 그런 그가 유진우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는가?

‘내가 괜한 생각한 걸 거야.’

조민은 아직도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심하게 얻어맞은 정영준 은행장은 피까지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정영준 은행장을 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유진우가 화를 내어 그의 목숨을 앗아가면 큰일이니까.

“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만 때리세요... 제발 그만요!”

정영준 은행장이 울며불며 처량하게 빌었다.

조민은 유진우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유진우의 낯빛이 조금 풀린 걸 확인하고 나서야 주먹을 멈추었다.

‘화풀이할 놈이 있었길래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일 날뻔했어.’

“나한테 사과해서 뭐 해! 이 대표님이 널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너 오늘 여기서 죽어.”

조민이 으름장을 놓았다.

“이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영준 은행장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이야 발이야 하고 빌었다. 전의 오만방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됐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이청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네, 바로 꺼지겠습니다.”

정영준 은행장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고는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어찌나 급히 도망치는지 벗겨진 신발을 주울 새도 없었다.

“이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에요. 이번 일을 제대로 반성하겠습니다.”

조민이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 머리가 좋은 조민은 유진우가 평소에도 겸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의 정체를 까발리지 않았다.

“조민 씨가 이토록 정의로운 분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조민 씨를 다시 보게 되었네요.”

이청아가 덤덤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요, 뭐.”

조민이 제 발 저린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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