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호는 정성스레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에 참석 명단을 정리했다. 정재계 유명 인사들은 모두 파티에 초대되었다.게다가 모든 브랜드 협찬을 거절하고 파티장 인테리어부터 술, 음식까지 모두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했다.일주일 정도가 흐르니 소은정을 향한 악플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그 대신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1시간 만에 100억을 소비한 플렉스의 정체였다.한 시간 동안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잠깐이나마 엿본 재벌 2세의 삶, 사람들이 가장 동경하고 가지고 싶은 삶이니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거기다 아무리 캐봐도 여전히 미스터리인 플렉스의 신비로움이 사람들의 관심에 박차를 가했다.소은정은 그녀를 향한 동경, 부러움, 질투가 섞인 댓글들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어차피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도, 연예인도 아니고. 굳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결제도 소은해의 카드로 했으니 정체가 드러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며칠 후, 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파티장, 밖을 내려다보면 번화한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이 바로 SC그룹의 창립 기념일 파티가 열리는 장소다.도시의 가장 큰 번화가, 초 단위로 요금을 받는 큰 빌딩들의 전광판은 오늘 밤, SC그룹을 위해서만 빛날 예정이었다. 화려하지만 우아한 인테리어의 파티장, 정재계 유명 인사들과 수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해마다 있는 창립 기념일에 왜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하는 걸까? 사람들은 의아했다.한편, 소은정은 진작 파티장 휴게실에 도착했고 소찬식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딸을 위해 드레스아 액세서리를 골라주고 있었다.행거에 걸린 드레스는 모두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심혈이 담긴 작품들, 고급 브랜드라면 질릴 정도로 봐온 재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의상들이었다.“은정 씨, 첫 번째 타임에는 어느 드레스로 입으실 거예요?”디자이너가 웃으며 물었다.화려하고 정교한 드레스를 하나하나 훑어보던 소은정을 바라보던 소
소찬식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그래, 마침 잘 됐네. 내가 직접 맞이해야겠어.”소은정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아버지의 소맷자락을 잡았다.“아빠, 오늘은 우리 회사에도 중요한 날이에요. 그쪽 사람들한테 복수하는 것도 좋지만 괜히 우리 회사한테까지 영향 가는 건 저도 싫어요.”“이 자식, 며칠 출근했다고 아빠를 가르치려고 그러네. 아빠가 알아서 할게.”소찬식은 소은정의 코를 살짝 집은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휴게실을 나갔다. 마침 들어오던 한유라와 김하늘이 소찬식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소찬식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유라야, 하늘아, 너희들이 있어서 아저씨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 오늘 아저씨가 액세서리를 많이 준비했거든? 어차피 은정이는 그런 데 관심이 없으니까 너희들 마음 드는 거 있으면 마음껏 골라.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니까.”한유라와 김하늘은 살짝 시선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제야 소찬식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휴게실을 나섰다.한유라와 김하늘은 소녀처럼 들뜬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드디어 네 신분을 밝히는 날이네. 이제 사람들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면 내 속이 다 시원하다니까.”발랄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소은정도 미소를 짓다가 살짝 표정이 어두워졌다.“글쎄. 이번 일로 회사에 피해까지 주고. 내 맘이 편하지 않네.”한유라가 앞으로 다가갔다.“야, 그게 뭐 네 탓이야? 자책하지 마. 그건 그렇고 내가 누굴 봤는지 알아?”“넌 상상도 못할걸.”김하늘도 거들었다.“누군데?”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태한그룹에서 글쎄 서민영 그 불여우까지 데리고 왔지 뭐야?”한유라는 단단히 화가 난 듯 하이힐로 바닥을 탁 내리쳤다.“너도 여기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데려온 게 아닐까?”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정성이 갸륵하네.”“그쪽 집안사람들은 네가 은호 오빠나 은해 오빠와 사귀고 있다고 믿고 있어. 그래서 깽판 치려고 온 거지. 내가
소은정의 등장에 이민혜와 박예리의 눈이 커다래졌다.“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박예리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소은정은 이미 버림받은 거 아니었어? 이민혜도 적잖게 놀랐지만 곧 감정을 감추고 여유롭게 웃었다.“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지. 소은정, 이제 널 원하는 사람은 없어. 정신 차려.”어차피 곧 진실이 밝혀질 텐데 굳이 여기서 입씨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소은정은 말없이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박예리는 화장실 입구를 막은 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나한테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박예리의 어깨를 퍽 치며 화장실 문을 나섰다. 어깨에 느껴지는 충격에 비틀거리던 박예리는 겨우 중심을 잡고 바로 욕설을 내뱉으려 했으나 마침 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차가운 눈빛과 시선을 마주치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은정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박예리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주인 잃은 강아지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해. 두고 봐. 오늘 네가 망신 당하는 모습, 내가 똑똑히 봐줄 테니까.”한편, 파티장, 소찬식 소은호 부자는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아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뒷선에 물러났지만 여전히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는 소찬식의 모습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소 회장님...””박 회장님, 이런 자리에까지 참석해 주시고 영광입니다.”반가운 듯 악수를 청했지만 소찬식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저씨.”박수혁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하하, 박 대표 인사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 형식적인 인사는 거둬요.”소찬식이 비아냥거렸다.예상치 못한 소찬식의 태도에 박수혁은 흠칫 뒤로 물러섰지만 다시 무표정을 유지했다. 나름 아버지 세대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친밀하게 다가간 건데 소찬식의 말에 숨겨진 가시를 느낀 박수혁의 마음속에도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반면 박대한은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소찬식과 형식적인 대화를
소찬식은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설령 저한테 딸이 있다고 해도 박 대표처럼 훌륭한 청년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박대한은 살짝 당황했으나 곧 화제를 돌렸다.“참, 요즘 그 여자의 루머 때문에 마음이 많이 복잡하시죠. 주가도 많이 떨어졌던데...”한편, 서민영은 박예리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물었다.“정말 제대로 본 거 맞아? 소은정이 여길 온다는 게 말이 돼?”“내가 그 계집애 얼굴을 잘못 봤을 리가 없잖아. 엄마도 봤단 말이야...”박예리의 확신에 서민영도 그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중에서 소은정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여기서 어떻게 찾아...”“뭐 어디 숨어있나 보지 뭐. 여기 나타난 이상 아직 여기 있을 거야. 기자들 앞에서 강제로 결혼 발표라도 할 생각인 거라고.”머리를 긁적이던 박예리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소은호와 결혼 발표라도 먼저 하려는 속셈이겠지.곧 펼쳐질 재밌는 상황에 서민영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소은정, 너도 이런 악수를 두다니! 한참을 눈동자를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던 서민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저기 있다!”서민영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소은정이 꽃다발을 들고 입구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너 해외로 출장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온 거야?”깔끔한 정장 차림의 성강희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오늘 같은 날에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 파티만 참석하고 바로 돌아가야 해.”눈부신 그의 미소에 꽃다발을 든 소은정의 손이 살짝 떨렸다.“오늘 아저씨도 오셨던데 인사라도 드리지 그래?”“아니. 내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아마 때리실지도 몰라. 오늘 같이 좋은 날 인명 사고가 나면 안 되잖아? 어차피 프로젝트도 막바지고 아마 곧 귀국할 수 있을 거야.”성강희가 고개를 젓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귀국하는 날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약속한 거다?”환하게 웃던 성강희는
어차피 이혼한 사이인데 소은정이 비난을 받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지는지 박수혁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왜 여기 나타난 걸까? 아직도 소은호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다들 그녀를 멀리하는 걸 정말 느끼지 못하는 걸까?특히 그녀의 손에 들린 꽃다발이 박수혁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만들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니야. 지금 다들 네 행보만 주시하고 있어. 여기서 네가 돌발행동이라도 하면 그땐 나도 널 지킬 수 없어.”박수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도 모자라 SC그룹까지 적으로 돌리면 그때는 박수혁도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다.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의 그런 호의가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지켜줘? 당신이 언제 나를 지켜줬다고 그런 말을 해? 날 지키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 집안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거겠지.”지켜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꼬리라도 흔들면서 고마워할 줄 알았을까?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은정 씨...”이때 서민영이 달려오더니 바로 박수혁의 팔짱을 꼈다.“은정 씨, 다 나 때문이야. 은정 씨가 나 싫어하는 거 알아. 저번 패션쇼장에서 나 때린 거 내가 용서해 줄게. 나도 은정 씨 마음 이해하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가만히 있어줘.”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서민영을 바라보았다.“용서? 네까짓 게 뭔데 용서란 단어를 입에 올려?”서민영은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지만 예전처럼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에 표정이 살짝 굳었다.“은정 씨, 은정 씨는 이미 수혁이랑 이혼한 사이야. 평생 그렇게 증오 속에서 살 거야?”“평생? 당신 같은 사람들을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민영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나도 수혁이도 은정 씨가 과거 일은 잊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 하지만 오늘은 SC그룹 창립 기념일 행사잖아.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은정 씨만 더 힘들어져. 멀리 봐야지.”서민영의
경쾌한 음악과 반짝이는 조명이 파티장을 장식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고 소찬식이 무대로 올라가자 음악이 멈추었다.오늘 파티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것이란 예감에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꽂혔다. 비록 지금 SC그룹의 실무는 모두 소은호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소찬식 옆에 서 있었다.“여러분, 바쁘신 시간 쪼개서 저희 SC그룹 창립 기념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응원과 서포트가 있었기에 오늘날 SC그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자, 이 소찬식, 여러분들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소찬식이 와인잔을 들자 모두들 그를 따라 와인잔을 들고 담긴 술을 원샷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SC그룹과 더 좋은 인맥을 쌓고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축하한다고 말하며 박수를 쳤다.소은호는 직접 다가가 소찬식의 와인잔에 샴페인을 따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소찬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무대 아래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해명하고 싶은 사안이 있습니다. SC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기자님들도 아마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여자 소은정 씨에 대해서요.”소찬식의 말에 모두들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역시 그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들까지 부른 것이라며 다들 생각했다.특히 박대한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소찬식이 이혼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리가 없지. 소은정, 이게 주제를 모르고 나댄 자의 결말이야.이민혜와 박예리도 서로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소은정 이 계집애 어디 간 거야?”박예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불평했다. 반면 이민혜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진작 쫓겨났겠지 뭐. 소은정은 SC그룹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애를 여기 남겨둘 리가 없지.”소찬식은 박씨 일가 사람들을 한 번 바라본 뒤 살짝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소은정 씨는 저희 SC그룹에서 일하는 동
소찬식의 말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멍하니 소찬식, 소은정 두 사람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딸? 친딸?그와 동시에 SC그룹 창립 기념일임을 홍보하던 전광판에 소은정의 사진이 걸렸다.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이 고개만 들면 바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물론, 소찬식의 말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박씨 일가였다. 자신감 넘치던 미소를 짓던 박대한의 얼굴은 어느새 차갑게 굳어버렸고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박수혁이 눈동자에도 충격과 놀라움이 서렸다.파티장의 적막을 깨트린 건 바로 이민혜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 소은정은 고아라고 했단 말이야!”“닥치지 못해?”박대한이 바로 호통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찬식이 직접 발표한 사실이다. 거짓일 리가 없지 않은가!소찬식은 이민혜의 경거망동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또다시 폭탄선언을 시작했다.“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립니다. 오늘부로 제가 가지고 있던 SC그룹의 지분은 모두 제 딸 소은정에게 양도할 것입니다. 은정이는 제 후계자로서 SC그룹의 대표이사 직을 역임할 것입니다.”쿠궁!소찬식의 딸인 것도 모자라 SC그룹의 후계자라니. 재벌가 며느리 자리를 노리며 몸을 팔던 천박한 여인에서 국내 최고 그룹의 후계자가 되다니.충격 발언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술렁대기 시작했고 기자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게 위해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다.사람들이 아직 충격에 휩싸여있을 그때, 소은호가 다가왔다.“여러분...”지금 SC그룹의 대표이사는 소은호다. 그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두의 시선이 다시 무대로 향했다.소은호는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입을 열었다.“사랑하는 동생 은정이가 다시 저희 품으로 돌아온 걸 축하하기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지분 10%를 은정이에게 양도하겠습니다. 이로써 은정이는 SC그룹의 지분 71%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저는 은정이의 오빠로서 은정이를 서포트
소은정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그 뒤의 말이 어떤 것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할 수 있었다. 박씨 일가에서 일부러 퍼트린 루머,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영원히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한 사람의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은 태한그룹 일가의 추악한 행동에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소은정은 이 자리를 빌려 박씨 일가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인지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그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박대한은 처음 느껴보는 당혹감에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저 조용히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소은정이 SC그룹의 딸이었다니! 박수혁과 결혼하기 전, 박대한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소은정의 과거를 조사했지만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고아라고 말하는 소은정의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그래, 고아라고 해도 모든 기록을 지울 수는 없었을 터, 한 사람의 기록이 말끔하게 지워졌을 땐 어떠한 세력의 간섭이 있음을 의심했어야 했는데!반면 박수혁은 또 다른 이유로 충격에 잠긴 상태였다. 소은정의 진짜 정체보다도, 소은정이 SC그룹의 대표로 된 것보다 그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긴 건 바로 이혼이 정확한 선택이었다는 말이었다.그와 결혼이 실수였다고 말할 정도로 끔찍했던 걸까?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한 마디 더 묻겠습니다. 항간에 소은정 씨와 박수혁 씨의 이혼 사유가 박수혁 씨의 불륜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사실입니까?”기자는 이 기회를 빌려 이혼 당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또 다른 루머에 대해 질문했다. 파티장은 또다시 사람들의 술렁거림으로 가득 찼다.기자의 질문에 서민영은 혹시 누군가 그녀를 알아볼까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그녀가 상간녀라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분명, 소은정이 우스워지는 꼴을 보기 위해 온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기자의 질문에 흠칫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