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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운수 나쁜 날

허하진이 다시 매달리려던 그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렇게 된 이상 숨는 것도 의미도 없으니 소은정은 자연스레 나오며 전화를 받았다.

“야, 그 근처에 수배범이 나타났대.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기사 보낼 테니까.”

소은해가 말했다.

“됐어. 내가 알아서 갈 수 있어.”

소은정은 두 사람을 자연스레 지나쳤다.

“은정아...”

하지만 박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내가 데려다줄게.”

이 인간이 도대체 왜 그래? 왜 친한 척이야?

“오해하지 마. 근처에 수배범이 나타났대.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겨 봐.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연쇄 강간범이라는 소리에 박수혁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순간 스쳐지나는 불안감을 개치한 소은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별꼴이야.

박수혁의 뒤를 따라온 허하진이 소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괜찮아. 수배범이랑 마주치는 것보다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게 더 끔찍하니까.”

단호하게 돌아선 그녀의 뒤에서 허하진이 소리쳤다.

“저 여자 뭐야? 자기가 뭘 잘했다고 오빠한테 저래?”

박수혁의 호의를 대놓고 거절하니 방금 전까지 그에게 매달렸던 그녀의 꼴이 더 비참하게 느껴져서였다. 저 여자 분명 일부러 저러는 거야.

하지만 박수혁의 시선은 여전히 소은정을 향해 꽂혀있었다. 마침 이한석이 운전한 차량이 도착하고 차에 탄 박수혁이 말했다.

“얼른 가.”

허하진이 목이 터져라 박수혁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차장을 나선 박수혁의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거리에 가로등이 몇 개나 고장 난 걸 발견한 박수혁은 왠지 불안한 예감에 더 초조해졌다.

이때,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길가에 세워진 빈 차량이 눈에 띄었다.

“소은정 씨 차입니다.”

뭐야?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건데?

“차 세워!”

다급하게 소리친 박수혁이 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 이한석도 부랴부랴 그 뒤를 따랐다.

갓길에 세워진 차량 앞에 소은정과 대머리 남자가 서 있었다. 온몸이 흙투성이인 박수혁은 흉기까지 들고 있었는데 소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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