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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작가: 고기가 좋아

제1화 이혼

——딩동——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어서 병원으로 가서 헌혈부터 해.”

문자를 확인한 소은정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누군가 세게 때리기라도 한 듯 가슴이 얼얼했다. 문자 메시지의 발신인 목록에 찍힌 이름은 바로 “남편”이었다.

——딩동——

곧이어 휴대폰에 또다시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체크카드에 1억이 입금되었다는 은행 측의 메시지였다.

소은정은 덤덤한 눈빛으로 문자 기록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병원 가는 거 잊지 마.”

1억이 입금되었습니다.

“오늘 병원에 가서 헌혈해.”

1억이 입금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

1억이 입금되었습니다.

......

3년 동안의 결혼 생활 중 박수혁이 소은정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 단 한 가지, 바로 그녀가 병원에 가서 헌혈, 아니 피를 팔아야 할 때뿐이었다. 그녀의 피를 받는 사람은 바로... 서민영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남편 박수혁은 그녀를 항상 소 닭 보듯 무시했었다.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 헌혈 요구, 그녀의 몸도 이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소파에 앉아있던 소은정의 코 끝이 시큰해지더니 눈가에 차오른 눈물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어제 그녀는 박수혁이 퇴근하길 기다리다 집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비를 맞았었다. 그 때문인지 머리도 천근만근이고 컨디션이 별로라 출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수혁은... 아마 그녀의 몸이 안 좋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겠지.

“콜록콜록...”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까 망설이던 그때, 낯선 전화번호로 전송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과 고집을 완전히 짓뭉개버렸다.

“네가 수혁 씨 아내인 건 맞지만 그것도 허울뿐인 거 알아. 뻔뻔하게 3년 동안이나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수혁 씨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널 봐준 적 있어? 어젯밤 수혁 씨 우리 집에서 잤어. 내가 너였다면 진작 죽었을 거야. 넌 결국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상간녀일 뿐이라고!”

상간녀?

상간녀란 단어에 충격을 받은 소은정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웠다. 그녀는 누가 뭐래도 박수혁의 법적인 아내였다. 친인척 전부를 포기하고 3년 동안 힘들게 이어온 결혼생활의 결실이 상간녀라는 저속한 단어라니.

정체 모를 누군가의 문자를 받은 순간,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비굴하게 쌓아온 감정들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사진 한 장이 그녀의 휴대폰에 전송되었다. 사진 속 박수혁은 너무나 편안하게 잠든 상태였다. 한때 모든 걸 버리고 불나방처럼 뛰어들게 만들 만큼 사랑했던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방금 전 받았던 문자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박수혁의 어깨에 기대어있는 사람은 바로 서민영이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모두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서민영의 얼굴은 그녀가 지금 깨어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은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이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박수혁의 본가, 그녀의 시댁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은 순간, 박수혁의 어머니의 앙칼진 목소리가 바로 울려 퍼졌다.

“소은정, 오늘이 무슨 날인 거 잊었어? 오늘은 일하는 아줌마 쉬는 날이잖아. 얼른 와서 밥이나 해!”

소은정은 차갑게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3년 동안 그녀는 행여라도 박수혁의 심기를 거스를까 조심스레 그를 마주하며 종잇장처럼 얇은 결혼생활을 유지해 왔었다.

회사에서도 모든 직원들이 그녀를 무시했지만 역시나 박수혁의 비서로서 최선을 다해왔다.

박 씨 집안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수혁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출신조차 알 수 없는 그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건 물론 요리, 설거지, 빨래 심지어 청소까지 그녀에게 모두 맡겼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정부처럼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그들의 요구에 모두 따랐다. 그리고 혹시나 박수혁이 난처해질까 그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욕감을 인내하는 건 이제 그녀에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를 무시해도 소은정은 기꺼이 박수혁을 위해 참아왔다.

3년 동안, 박수혁은 회사 일을 맡기고 헌혈을 강요한 뒤 입금을 해줄 때를 제외하고 그녀와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묵묵히 참아왔지만 이젠 그녀는 너무 지쳤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만큼.

서민영이 처음 그녀를 도발한 것도 아니었다. 입에 담기도 힘든 모욕들을 웃음 한 번에 흘러넘겼던 그녀지만 방금 전 서민영이 보낸 사진이 그녀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난처함, 처량함, 외로움, 부정적인 감정들이 차가운 기운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가 3년 동안 이어왔던 결혼생활이 그에게는 장난이었던 걸까?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의 그녀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그래, 이 장난도 이제 끝날 때가 된 거야.

소은정은 박수혁의 연락처를 클릭한 뒤 망설임 없이 문자를 보냈다.

“우리 이혼해.”

천근만근인 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내린 결정이 맞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때, 박수혁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그도 화가 단단히 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은정, 지금 나랑 장난해? 돈이 부족한 거면 말해. 얼마를 원하는지. 의사 말로는 민영이가 지금 위험한...”

소은정은 어지러움을 애써 참으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쉬어버린 목소리로 말했다.

“박수혁, 1시간 뒤에 법원에서 봐. 싫으면 서민영이 죽는 걸 보고만 있든지.”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문자 메시지 알림 창이 휴대폰에 떴다.

2억이 입금되었습니다.

“하하...”

힘없이 웃던 그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참 웃기네,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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