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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8화 왜 안 봐

남유주는 환히 웃는 박수혁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 있었지만 여전히 한기가 느껴졌고 다가가기 힘든 얼굴이었다. 그녀는 영원히 박수혁 마음속의 제일 중요한 존재로 남을수 없었다.

박수혁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그 말은 남유주의 가슴을 제대로 찔렀다.

박수혁은 그녀 마음속 어두운 곳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듯했다.

남유주는 멈칫하더니 벌떡 일어나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갔다. 그러고는 애써 정서를 조절하고 고개를 돌려 쌀쌀맞게 말했다.

“포장할 필요 없어요. 주제넘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 사과도 했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모욕을 줘야겠어요?”

박수혁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모욕할 생각은 없어. 난 당신과 진지하게 대화했을 뿐이야.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다들 복잡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요, 메시지 봤어요. 그래서요? 두 사람 대화에 사업 기밀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왜 나한테 보여줬어요? 아니라면 못 볼 건 또 뭐 있어요?

왜요, 결혼할 수 없다고 해서 여자친구로서 이런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친구가 천유희로 바뀌기라도 했나요?”

남유주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드디어 내뱉었다.

그녀는 참고 또 참는 사람이 아니다.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만들다니, 그녀도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다.

방안은 한순간에 침묵으로 뒤덮였다.

박수혁의 눈빛은 이내 평온해졌고, 쌀쌀해졌다.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비록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팽팽한 입가는 그의 기분을 충분히 표현했다.

침묵, 그리고 냉담.

남유주가 불만을 다 토로하자 그제야 박수혁은 자리에 앉아 턱을 들어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결혼 문제도 설명했고, 천유희의 일도 설명했는데 왜 자꾸 지난 얘기를 꺼내는 거야?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때 말했어야지. 왜 이제 와서 또 따지는 건데?

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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