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는 빨갛게 물든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두통이 엄습하는 동시에 취기도 모두 사라졌다.그는 여태껏 먼저 여자에게 키스한 적이 없었다.키스도 단 두 번밖에 하지 않았는데, 모두 김은주가 먼저 다가왔고, 그도 단지 그녀의 입가에 뽀뽀를 했을 뿐이었다.그러나 이번에 그가 백소아를 키스하다니, 마치 사자를 풀어놓은 것처럼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여자의 입술을 원했다.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오늘 밤 너무 많이 마셔서 줄곧 정신을 못 차렸어.”신경주는 힘없이 몸을 뒤로 젖히며 시큰시큰한 눈썹을 문질렀다.“앞으로 이렇게 마시면 안 될 거 같아.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개뿔! 너 지금 술주정 부리고 있는 거야! 우리 소아 씨한테 억지로 키스를 하다니! 너 정말 파렴치하군!”이유희는 주먹을 쥐고 화가 나서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신경주가 다치지 않았으면 이유희는 정말 그에게 마대를 씌워 시원하게 그를 때리고 싶었다!독한 술의 자극으로 통제력을 잃었다니.’그러나 그는 전처의 입술이 자신과 닿는 순간, 그 상큼한 맛은 뜻밖에도 그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나 피곤하니까 나가.” 신경주는 초조해지며 가볍게 침을 삼켰다.“너 정말 양심이 없구나, 이런 짓을 하고 싶어도 상황을 가렸어야지! 소아 씨 지금 상처를 입어 몇 바늘이나 꿰맸는데, 너 어떻게 그녀가 다친 틈을 타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니?!”이유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아까워하며 울분을 토했다.신경주는 멈칫하더니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구아람은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을 정리한 다음, 또 찬물로 뜨겁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반복적으로 씻고서야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나왔다.물빛이 자욱한 아름다운 눈동자는 지금 설렘과 분노로 가득 했다.‘이혼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키스할 수 있지?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야?’정말 너무 가증스러웠다!“아람아!”이때 키가 크고 늘씬한 그림자가 총총히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아람아! 미안해…… 큰 오빠가 늦게
구아람은 구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오늘 밤 둘째 오빠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 때, 신경주가 다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이제 겨우 몇 시간이 지났다고 태도가 변한 거예요?”“이야! 구진 형이 고자질했구나! 정말 잘났어!”백정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진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이따 아주 다리를 찢어버릴 거야!”“야, 너 형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정말 위아래가 없어! 아람아, 너 참지 마. 이 사람은 매를 덜 맞았으니 너도 아주 단단히 혼을 내줘야 해!” 그들을 말릴 수 없는 이상 구진은 아예 포기했다!어차피 백정인은 오늘 밤 죽었고, 그는 여전히 백 살까지 살고 싶었다.“정인 오빠! 둘째 오빠 말할 자격이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건가요?!” 구아람은 화가 나서 눈썹을 곤두세웠다.“내가 뭘 잘못했지? 나 백정인은 친여동생을 위해 그 신경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는데,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백정인은 목을 꼿꼿이 세우며 불복했다.“정말 괘씸해요!”구아람은 화가 나서 소파 팔걸이를 세게 두드렸는데, 힘을 너무 줘서 어깨의 상처를 건드렸고 아파서 그녀는 가볍게 신음을 하며 온몸을 움츠렸다.“왜 그래 아람아?!”“아람아, 괜찮아?! 나 놀래지 마!”“아가씨, 괜찮으세요?! 제가 지금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게요!”구윤, 구진, 임수해 그리고 백정인 이 네 명의 남자는 순식간에 구아람을 관심하더니 일제히 그녀를 에워싸고 쩔쩔맸다.백정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의 가슴에 얹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람아! 방금 상처 건드려서 아픈 거지? 다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날 때리든 욕하든 마음대로 해!”“이번에…… 잘못했다는 거 알겠어요?” 구아람은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아파서 땀을 뻘뻘 흘렸다.“난…….”백정인은 친여동생이 몸을 던져 자신을 위해 총을 막는 장면을 생각하고, 후회 때문에 호흡마저 아팠다.“아람아…… 나도 단지 네가 너무
기자 회견으로 진주가 신효린을 위해 다년간 포장해온 재벌 집 아가씨의 이미지가 무너졌다.그날 저녁, 신효린은 기진맥진해졌고, 거의 하인에게 장원으로 들려갔다.“흑흑…… 엄마…… 꼭 날 위해 복수 해줘요! 나 정말 너무 답답하단 말이에요!”신효린은 아무런 이미지를 돌보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지금 인터넷에서 모두 나를 욕하고 있으니 나 창피해서 어떡해요!”“복수? 어떻게 복수하자는 거지? 내가 가서 신경주의 뺨을 때릴 수 있겠어, 아니면 그를 회장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이 머리도 없는 너한테 양보할 수 있겠어?!진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가리켰다.“너 떠나기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반드시 내가 너에게 준 연설고를 그대로 외워야 한다고, 절대로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얼로 나와서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했어 안 했어!근데 넌 어떻게 했지? 내 계획을 전부 망쳤어. 너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너 자신 때문인데, 지금 내 앞에 와서 울다니! 울면 뭐해?! 네 아버지조차도 네가 꼴보기 싫단다!”“엄마…… 잘못했어요……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다시는 안 그럴 게요!”신효린은 징징거리며 진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흔들었다.“엄마…… 이번 일은 신경주와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장본인은 분명히 백소아 그 천한 년일 거예요!만약 그녀가 가만히 있었다면, 난 또 어떻게 이 지경으로 됐을까!”“백소아는 반드시 해치워야 하지.”진주는 길고 매혹적인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눈빛은 무척 음흉했다.“어르신 생신도 곧 다가오잖아. 나는 이미 백소아를 망신당하게 하고 널 위해 복수할 수 있도록 궁리하고 있어!”“엄마! 어떻게 하실 거예요?!” 신효린은 코를 훌쩍였다.“백소아를 해치운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안색을 되찾았다.진주는 두 팔을 안으며 냉소했다.“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야.”이때, 신효린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끽 소리를 질렀고, 진주는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
남자는 무덤덤하게 받아서 살펴보기 시작했다.신경주는 그날 밤 그 남자와 맞붙으며, 그의 솜씨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는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매는 매우 낯이 익어서 신경주는 틀림없이 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신경주도 사관학교를 다녔기에 수사와 관찰능력이 아주 강했다. 그는 손으로 사진 속 학생들의 얼굴을 가리고 기억속의 모습과 대조하기 시작했다.얼마가 지났는지 신경주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벌떡 일어났고, 한무는 깜짝 놀랐다.“사장님, 뭔가를 발견하신 겁니까?”“그였어…….”사진 속 남자는 늠름한 군복을 입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아래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정인.“백소아…… 백정인…… 어쩐지 그가 소아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 했더라니…… 그런 거였어!”이 백정인에 대해 신경주는 인상이 너무 깊었다.사관학교에 다니던 시절, 두 사람은 그야말로 학교를 휘젓고 다닌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백정인뿐이었다.후에 그들은 졸업하면서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백정인도 소식 없이 사라졌다.신경주는 눈빛을 반짝였다. 살인자의 진면목을 발견해서 흥분하기보다 백소아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점차 풀 수 있어서 그는 더욱 흥분했다.그러나 백정인에 대해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사관학교는 모든 학생들의 자료를 기밀로 간주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래도 괜찮았다. 이 사람은 그녀의 오빠이지 그녀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아니었기에 신경주도 마침내 기분이 좀 풀렸다.바로 이때 문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한무는 급히 걸어가서 문을 열었고 바로 멍해졌다.“안녕하세요, 한 비서.”문앞에는 임수해가 손에 비싼 선물을 들고 예의 바르게 웃고 있었다.“아가씨의 분부를 받고 신 사장님을 방문하러 왔는데, 신 사장님은 깨어나셨습니까?”“들어와.” 신경주는 차갑게 대답했다.한무는 입을 삐죽거리며 임수해에게 길을 내줄 수
KS WORLD 호텔.사무실 안, ‘분주한’ 구아람은 게임을 하고 있었고, 전기톱을 든 그녀의 캐릭터는 생존자를 향해 공포스러운 추격을 전개했다.탁자 위에는 맥주와 치킨이 놓여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가 게임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최고의 프랑스 음식이든 일식이든 중식이든, 모두 바비큐나 불고기, 그리고 치맥과 비교할 수 없었다.구아람은 문득 신경주와 결혼한 그 3년, 그녀는 연기 알레르기의 고통을 참으며 주방에서 사시사철 마스크를 쓰고 그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녀의 셋째 새엄마는 구 회장에게 시집을 간 뒤, 연예계에서 은퇴하여 가정 주부로 일하며 좋은 요리 솜씨를 연마하여 구 회장의 위를 단단히 잡았다. 그때의 구아람도 자신이 그렇게 노력하면, 신경주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고, 그럼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를 위해 구아람은 또 몰래 성주의 최고 기술학교에 가서 요리를 연수했다. 요리반에서 그녀는 혈기가 왕성한 남자들 중, 유일한 여자였다.마지막에 학업을 마치자, 그녀의 기술은 선생님보다 더 훌륭했고, 선생님은 심지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모시고 싶었다. 그는 구아람이 요 몇 년 동안 가르쳐준 학생들 중, 가장 희망이 있는 아이라며 가문을 빛내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그러나 결국, 구아람은 신경주의 위를 잡아도 그의 마음을 전혀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더군다나 그 남자는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많지 않은데다, 먹은 그 몇 번도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았다.누가 번번이 자신의 희망이 허사가 되는 기분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날을 그녀는 3년이나 버텼다.구아람은 답답한 나음에 치킨을 움켜쥐고 세게 한 입 깨물었고,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신경주의 목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도 그녀는 더 이상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 세상에 정말 모든 것을 팔 수 있는 전당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난 제일 먼저 사랑을 팔아버릴 거야
저녁 무렵, 구윤의 차 번호가 9999인 롤스로이스는 제시간에 호텔 대문 밖에 세워졌고, 나타나자마자 주위의 부러운 눈길을 끌었다.그리고 볼품없는 구석에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잠복해 있었다.뒷좌석에 앉은 신경주는 얇은 입술이 굳게 닫힌 채 매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는 그 롤스로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소아는 임수해와 함께 나왔다.오늘의 전처는 옷차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사실 그녀는 전에 등장할 때마다 아름답고 도도했지만, 대부분 고급스러운 양복이나 하이힐, 붉은 입술을 하고 있어 짜릿할 정도로 아름다웠다.그러나 지금의 백소아는 정교한 작은 얼굴에 가벼운 화장을 하고 있었고, 새까만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져 있었으며, 황금비율의 아름다운 몸은 파란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치마의 재단은 너무 훌륭했는데, 그녀의 허리를 돋보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치맛자락은 하늘하늘 더욱 그녀의 몸매를 아리땁게 그려냈다.신경주는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마음속에 한 가닥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분명히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한 복장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용모와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결혼한 3년 동안, 그녀는 단조로운 하얀 치마와 흰 운동화만 신었다.그도 구윤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줄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자신과 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렇게까지 참아야 했을까?불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신경주가 여자에게 잘해 줄 능력이 없다고 느끼게 하려는 것일까?전처가 구윤의 차에 타는 것을 빤히 보면서 신경주는 팽팽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따라가!”……롤스로이스는 해문으로 향했다.차에서 구아람은 오뚝한 코를 치켜들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구만복에게 준비한 재무보고와 일련의 업무 확장 계획서를 꺼내 구연에게 건네주었다.“오빠, 나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어요. 이 두 달 동안 내 성과 어때요? 대단하죠?”구윤은 왼손으로 보고서를 보며 오른손은 그녀의 머리를 애지중지 쓰다듬었다
롤스로이스는 해장원의 고색창연하고 우뚝 솟은 대문으로 들어갔다.그들이 들어가자마자 하인들은 기뻐서 뛰어다니며 소식을 전했다.“아가씨 돌아오셨습니다!”구아람과 구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사는 하인들을 데리고 양측에 서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아가씨 돌아오셨습니까!”“아가씨 복 많이 받으세요!”‘왜 새해 인사를 하는 거지? 아예 내가 하늘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하지 그래!’“아람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구아람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둘째 새엄마 유민지가 단발머리에 보라색 리본 스카프를 맨 실크 셔츠, 그리고 검은색 와이드 팬츠를 입은 늘씬하고 수려하며 슈퍼모델과 같은 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바로 구만복의 마지막이자 가장 어린 부인인 강소라였다.“민지 이모, 소라 이모.”구아람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앞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그녀들과 포옹했다.구윤은 이 장면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입꼬리를 치켜세웠고, 마음속으로는 만감이 교차했다.구씨 가문은 해문의 제1호족으로서 그 가족 구성과 인간관계가 상당히 복잡하였다. 그 당시 이 세 명의 부인이 집안에 들어왔을 때, 특히 그보다 여덟 살 밖에 안 큰 이 새엄마 강소라가 들어올 때, 구씨 집안은 거의 뒤집어졌다.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구아람은 그녀의 넷째 오빠를 따라 집안을 떠나 국경 없는 의사가 되어 많은 시간을 떠돌았다.그 후, 이 세 여자가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서 구아람의 마음을 조금씩 돌렸고, 또 구윤이 그녀에게 세 부인의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녀는 비로소 마음의 매듭을 풀고, 그녀들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았다.게다가, 원망하려고 해도 그녀의 아빠를 원망해야 했다!“아람아, 너 살 빠졌어…….”강소라는 솔직한 성격이라 있는 대로 말을 했기에 아예 구윤을 탓하기 시작했다.“구 대표, 만약 너무 바빠서 우리 아람이 돌볼 틈이 없다면 솔직하게 말해야지. 아람이를 집으로 보내면 우리가 잘 돌볼 텐
말을 마치자 한무는 또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얼른 퉤퉤하며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신경주는 안색이 침침했고, 밤보다 더 어두운 눈동자에는 구씨 집안의 등불이 환하게 비쳤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환성과 웃음소리는 마치 심장을 한겨울 호수에 잠긴 것처럼 차갑고 처량한 한기가 온몸에 퍼졌다.백소아는 구윤의 여자친구로서 구씨 집안의 환영을 무척 받는 것 같았다.처음에 신경주는 구씨 집안의 인간 관계가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구만복은 고인이 된 부인을 제외하고 또 세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비록 모두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구씨 집안을 위해 아이를 낳았고, 명분은 없지만 지위가 있었다.백소아가 구씨 집안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 세 부인이 바로 넘기 힘든 산이었으니 그녀의 처지는 틀림없이 매우 어려울 것이고, 그녀도 이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구아람이 그들과 이렇게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줄이야. 신경주는 이렇게 멀리 서 있어도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구씨 집안 사람들은 대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 것일까…….여기까지 생각하자 신경주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고, 마음은 전례 없는 답답함으로 가득 차서 숨을 쉴 수 없었다.“너한테 담배 있어? 한 대 피우고 싶은데.”……“구 회장! 나 왔어요!” 구아람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왜 이제야 온 거야? 나 배고파서 토하는 줄 알았어!”구만복은 푸념을 하면서 구진과 함께 총총히 걸어왔다.“어머, 오늘 꽤 차려입으셨네. 구 회장, 이렇게 차려입고 뭐 하려고요? 구씨네 남자들이랑 누가 잘생겼나 비교하려고?” 구아람은 웃으며 아버지를 훑어보았다.오늘 밤 구만복은 양복 조끼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옷자락에는 금사슬이 달린 시계를 걸치고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히 뚜렷하고 잘생겨서 마치 그 옛날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자 집 나리와 같았다.“비교해? 내가 그런 사람이야?”구만복은 눈썹을 들었다.“네 아버지는 아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