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윤유성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겼다.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물었다.“지난번에 내가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사람, 서현에게 접근한 사람을 알아냈어?”우 비서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난감해하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윤 사장님,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알아내지 못했다고?”윤유성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제, 제가 쓸모가 없습니다!”우 비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하지만 모든 인맥을 동원했는데도 그 남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의 정보는 국가 비밀인 것처럼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그래? 허, 재밌는 사람이네.”윤유성은 입술을 치켜올렸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요즘 서현을 감시해 줄 사람을 보내라고 했잖아. 서현이 말을 잘 들어?”“그럼요, 서현 씨는 천세당 아니면 사장님께서 마련하신 별장에 있어요. 다른 곳에 가지 않았어요.”“잘 지켜봐. 이제는 나가게 하지 마.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병원에 도착한 윤유성은 서둘러 아람이 있는 병실 층에 도착했다. VIP 병동 복도에 도착하자마자 구윤이 배치한 경호원들이 그들을 막았다.“윤 사장님과 구아람 씨가 무슨 사이인지 몰라요? 몰라도 구 회장님과 우리 윤 회장님의 사이,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사이는 알겠죠?” 우 비서는 윤유성을 막는 것을 보자 화를 냈다. 경호원은 이 말을 듣자 서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윤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안경을 올렸다. 입을 열려고 하자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사이를 따져? 말장난을 하고 있어?”윤유성은 차갑게 눈을 들자 동공이 흔들렸다. 바로 우석이 조사해 내지 못한 남자, 그날 밤 서현에게 접근한 남자였다.‘도대체 누구야, 왜 여기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백신우는 검은색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잘생긴 눈에서 지루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유성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만하고 차가웠다.“그래서 윤 사장님이 우리 동생과 도대체 무슨 사이에요? 좀 궁금하네
백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며 몰래 윤유성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날 밤 술집에서 아람처럼 보이는 여자가 서둘러 술집에서 나와 윤씨 가문의 차를 탔다. 골목이 어둡고 차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기에 백신우는 차 안의 남자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고 요원인 백신우의 관찰력과 기억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다. 남자의 실루엣을 보고 70% 이상 확신할 수 있다. 그날 밤 서현 옆에 앉은 남자가 바로 윤유성이다.“넷째 형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윤유성은 바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를 했다.“응? 저를 알아요?”백신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깜짝 놀랐다.“저와 아람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요. 아버지와 만복 아저씨도 좋은 친구예요. 어렸을 때 자주 놀러 갔었어요.”윤유성은 부드럽게 말하며 웃었다.“알고 있어요. 사모님께서 다섯 명의 자녀가 있어요. 아람에게 오빠 네 분 있어요. 그중 셋째 오빠와 넷째 오빠가 어머니의 성을 따랐어요.”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윤유성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셋째 형은 백진이에요. 뵌 적이 있어요. 지금은 군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요. 넷째 형님은 처음 봬서 이름을 몰라요.”윤유성은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괜찮아요. 아람의 오빠이니 저도 형이라고 부를게요. 제 친형처럼 생각할게요.”“잘 분석했네요, 우리 가족에 대해 많이 알고 있네요.”백신우는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아람에 대한 일이라면 더 알고 싶어요. 관심이 있어서 그래요.”윤유성의 눈빛이 애정으로 불타오른다. 백신우는 구윤을 통해 윤유성이 아람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아람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오빠로서 잘 알아야 봐야 했다. 백신우는 아람이 나쁜 남자를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경주를 만난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신경주는 평생 블랙리스트에 있어. 이 윤유성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게다가 그날 술집에서 윤유성이라는 걸 확신하진 않지만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
해문 구가네 집, 해장원.고급스러운 저택 마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레드카펫 중앙에 자리를 잡고 멈추자, 구가네 둘째인 구진이 직접 마중 나와 여동생을 위해 문을 열어줬다.“우리 집 공주의 귀환을 환영합니다.”구아람의 얼굴은 화려한 등불에 비쳐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차에서 운동화를 벗고 높은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마치 여왕처럼 도도하게 차에서 내렸다.“오빠, 다들 별일 없었지?”“그럼, 네가 돌아와서 다들 너무 기뻐하고 있어. 불꽃놀이 예쁘지? 내 생일 선물이 도시 전체 시민의 관심을 끌어서…… 글쎄 인터넷 실검에 올랐지 뭐야?”구진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은 아람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응. 봤어. 엄청 아름다웠어.”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구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하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람아, 이제 어디 안 가지?”“안 가. 쫓겨난 마당에 가긴 어딜 가?”구아람은 더는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살짝 때렸다.“아이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3년 안에 남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니…….”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았다.그녀는 신씨 가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신경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 이상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신경주,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내 여동생을 차다니. 내가 내일부터 그놈 뒷조사를 철저하게 할 테니, 내일 넷째 형님한테 시간을 내라고 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게…….”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멘. 오빠, 장난치지 마.”구윤이 말했다.“맞아요. 사랑과 평화를 중요시해야죠.”그러자 구진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쳤다.“어쨌든,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내 여동생을 괴롭힌 것들은 내가 똑같이 배로 되돌려 줄거야.”구아람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구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세 남매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5일 뒤, 신경주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백소아에 관한 일은 조사했어?”신경주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뚝 솟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한준희는 긴장했는지 몸을 떨며 말했다.“그리고 그날 밤 떠난 후, 사모님께서는 전에 일하셨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직접 사모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 주소는 가짜였고, 거기에는 백씨 성을 가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주소가 가짜라고?”신경주는 몸을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네, 현지 경찰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그 말에 신경주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그와 3년 동안 같이 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비밀 스파이 요원은 아니겠지?“그럼 그때 구윤이랑 같이 갔는데 구윤을 조사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사실, 구윤 대표님께서 정말 작정하고 사모님을 숨기신다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신경주의 눈빛은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윤 그 사람, 인품은 단정해 보이는데 어떻게 유부녀를 건드릴 수가…….”“사실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 아닐까요?”신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준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준희는 깜짝 놀라 숨을 고르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날 밤 구윤이 다정하게 구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가는 것을 본 신경주는 가슴이 왠지 답답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구아람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기로 소문난 구윤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이혼 안 하면 안되냐고? 사랑한다고? 거짓말쟁이.’신경주의 온몸에서는 매서운 한기를 풍겼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생각을 멈추고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은주야, 왜 그래?”“오빠, 나 신씨 그룹 로비인데, 좀 데리러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 딤섬을
이 말에 고위층 인사들은 구아람을 볼 면목이 없었다.“말도 안 돼요. 사장님은 구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무슨 소리죠?”조수석에 앉은 비서 임수해는 화난 얼굴을 했다.“괜찮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써. 난 전혀 개의치 않아.”구아람은 말하면서 임수해의 볼을 어루만졌다. 임서해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아람아, 너는 미래의 KS 그룹 대표야. 그러면 권력자의 면모를 보여야 해. 사람들한테 너무 가볍게 보여선 안 돼.”구윤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왜? 남자들은 여자 비서를 희롱해도 되고, 내가 내 비서 얼굴을 만져도 안 된다는 거야?”구아람은 얼굴을 찡그렸다.그러자 구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위층 간부들은 두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호텔 부사장은 그들을 VIP 엘리베이터 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때, 구아람이 입을 열었다.“먼저 식당에 가보고 싶어요.”“네.”막 호텔에 들어서자, 인사치레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호텔을 둘러보았다.부사장은 두 사람을 뷔페로 안내했다.구윤은 구아람 뒤에 서서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투명 인간’이 되어 그녀를 조용히 수행했다.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미 차례차례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구아람은 요리를 스윽 훑어보더니 갑자기 해산물 코너에 멈춰 섰다.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을 유리 상자 안에 넣고 수백 마리의 새우 중에서 죽은 새우 한 마리를 정확하게 집어 들었다.“어떻게 된 거죠? 누가 설명 좀 해줄래요?”“아, 이건 아직 죽지 않았어요.”부사장은 말을 더듬었다.“그럼, 제가 이 새우로 오늘 부사장님 점심 대접할까요?”구아람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사장님, 보시다시피 새우가 아주 많잖아요. 하나 정도 죽어있는 건 정상적인 일입니다.”“새우가 죽는 건 정상인데, 죽은 새우를
신경주라는 이름은 구아람의 가슴속 깊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울리는 휴대전화를 보니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났다.“받아?”구윤이 물었다.“받아!”구윤은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말을 안 했다.“구사장님, 제 아내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까?”신경주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구아람은 아내라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을 느꼈다.“신 사님장, 말 조심해요, 난 이제 니 부인이 아니야, 전처 일뿐이에요.”“백소아, 너 역시 그 사람과 같이 있네.”신경주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다.“설마 나보고 당신 집에서 이불에 돌돌 말려서 밖으로 내던져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란 말인가요?”참 각박하다.한편 신경주는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 아직 이혼 절차가 진행중이야, 이혼 확인서가 없는 이상 당신은 여전히 내 와이프고. 우리 집안과 당신의 체면을 좀 생각 해야지.”“우리가 이혼을 안 했을 때 당신은 김은주를 그냥 관해정원에 데려와선 나보고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했어요. 그때 내 생각을 해봤어요?”구아람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단지 이에는 이일 뿐이에요. 내가 신씨의 체면을 고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사장 부인 자리까지 다 내줬으니 그녀한테 가요!”구윤은 살며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 차를 마셨다.이게 구아람의 진짜 모습이었다. 지난 3년 동안 그 집에서 억울하게 지냈던 그 얌전하고 온순한 아내는 그녀가 신경주를 위해 만든 컨셉일 뿐이었다.그의 동생은 언제나 완벽했지만, 그는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고 거침없고 위험한 사랑을 택했었다.다행히 그녀가 돌아왔다.“난 지금 당신 이랑 말장난 할 시간이 없어.”신경주는 피곤한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너를 꼭 만나겠다고 아우성치고 약도 안 드셔.”아람의 마음이 갑자기 흔들렸다.설령 그녀와 신경주가 헤어졌다고 해도, 3년 동안 신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매우 친절했다. 그 집에서 혈혈단신으로, 아무 것도 바란 적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