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라는 이름은 구아람의 가슴속 깊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울리는 휴대전화를 보니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났다.“받아?”구윤이 물었다.“받아!”구윤은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말을 안 했다.“구사장님, 제 아내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까?”신경주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구아람은 아내라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을 느꼈다.“신 사님장, 말 조심해요, 난 이제 니 부인이 아니야, 전처 일뿐이에요.”“백소아, 너 역시 그 사람과 같이 있네.”신경주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다.“설마 나보고 당신 집에서 이불에 돌돌 말려서 밖으로 내던져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란 말인가요?”참 각박하다.한편 신경주는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 아직 이혼 절차가 진행중이야, 이혼 확인서가 없는 이상 당신은 여전히 내 와이프고. 우리 집안과 당신의 체면을 좀 생각 해야지.”“우리가 이혼을 안 했을 때 당신은 김은주를 그냥 관해정원에 데려와선 나보고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했어요. 그때 내 생각을 해봤어요?”구아람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단지 이에는 이일 뿐이에요. 내가 신씨의 체면을 고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사장 부인 자리까지 다 내줬으니 그녀한테 가요!”구윤은 살며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 차를 마셨다.이게 구아람의 진짜 모습이었다. 지난 3년 동안 그 집에서 억울하게 지냈던 그 얌전하고 온순한 아내는 그녀가 신경주를 위해 만든 컨셉일 뿐이었다.그의 동생은 언제나 완벽했지만, 그는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고 거침없고 위험한 사랑을 택했었다.다행히 그녀가 돌아왔다.“난 지금 당신 이랑 말장난 할 시간이 없어.”신경주는 피곤한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너를 꼭 만나겠다고 아우성치고 약도 안 드셔.”아람의 마음이 갑자기 흔들렸다.설령 그녀와 신경주가 헤어졌다고 해도, 3년 동안 신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매우 친절했다. 그 집에서 혈혈단신으로, 아무 것도 바란 적 없고,
병실 안.아픈 신남준은 구아람을 보자마자 되살아났다. 눈에서도 빛이 났다.“소아야, 어서 와! 어서 할아버지한테 오너라!”구아람은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고, 얌전하게 신남준 옆에 앉았다.“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세요? 어디가 아프세요?”“아무리 아파도, 너를 보니 다 나은 거 같어! 니가 내 만병통치약이야.”신남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애타게 물었다.“소아야, 이놈이 그러는데 너희들 이혼했다고 한 게 사실이야?”“네, 할아버지, 우리 이혼했어요.”구아람은 긴 속눈썹을 떨궜고, 마음도 텅 비었다.“너 이 한심한 놈, 이렇게 좋은 손주 며느리를 두고 또 누구랑 결혼하려고?”신남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신경주는 할아버지의 몸이 걱정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제가 먼전 이혼하자고 했어요. 저랑 경주씨도…… 같은 생각을 했나 봐요.”구아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신남준의 등을 두드렸다.신경주의 몸이 움츠러들었다.할아버지 앞에서 원망하지도, 하소연하지도 않았다. 할아버지를 이용해 복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의외였다.설마 이런 발칙한 방식으로, 그의 마음을 다시 잡으려는 건가? 이미 끝난 인연을 다시 만회하려고?‘백소아, 넌 뭘 믿고 네가 나를 다시 니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소아야, 설마 우리 집에서 억울한 일 당했니? 진주가 너를 괴롭혔어?”신남준은 안쓰러운 말투로 구아람에게 물었다.“아니에요 할아버지, 저랑 경주 씨랑 잘 맞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사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거 낫다고 판단했어요.”구아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경주 씨한테 화내지 마세요. 지난 3년 동안 좋은 추억을 남겼으니 그거로 충분해요. 우리 둘 다 후회하지 않아요.”신경주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살짝 흔들렸다.신경주는 백소아와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와 형식적인 결혼식조차 하지 않았다.두
“아이고! 은주야! 괜찮아?” 진주는 대경실색하였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이에 놀란 신경주는 쏜살같이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김은주를 바닥에서 끌어올렸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흑흑, 오빠…… 나 아프기도 하고, 정말 창피해 죽을 꺼 같아. 얼른 안아줘…….”김은주는 무릎이 부숴지도록 넘어져 울부짖었다.구아람은 가슴에 두 팔로 팔짱을 끼고, 바닥 위에 드러누워 있는 김은주를 냉냉하게 보았다.“오빠…… 저 여자가…… 날 이렇게 밀었어!”김은주는 남자의 품에 안겨서 구아람의 눈빛을 흘끗 보았다.“은주야, 뭐라고?”신경주는 놀라서 구아람을 째려보았다.“저기, 김은주씨, 내가 밀었다는 확실한 증거 있어?”구아람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오히려 김은주의 어설픈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럼 설마 내가 혼자 바닥에 넘어진 건 거란 말이야?”김은주는 오히려 자신이 화를 내며, 여태껏 부드러웠던 목소리가 날카롭게 높아졌다.“나야 모르지. 그렇게 죽을 것처럼 아프다니까…… 어쩌면 바람에 날려 쓰러졌을지도 모르지……?” “너…… 나 놀리는 거야?”김은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내가 걸어올 때, 분명히 니 손이 내 팔에 닿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정 못하겠단 거야?”“이봐, 여기 곳곳에 카메라가 있는데, 어디서 생떼 쓰는 거야?”구아람은 논리 정연하게 김은주를 압박했다. 방금 아람의 말에 모든 걸 집어 삼킬 것 같던 기세는 전부 사라졌다.“일단 내가 증거를 찾게 되면, 너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어.”신경주는 지금의 백소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더 이상 답답하게 독수공방하고, 고분고분하던 그 어리석은 아내가 아니다.김은주는 구아람의 강한 카리스마에 눌려 진주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아이고, 오해야, 다 오해야!”진주는 정수리 위의 카메라를 몰래 보고 웃으며 말했다.“은주가 똑바로 보지 못하고 부주의로 넘어지면서 소아를 부딛혔나봐. 그래서 소아가
구아람은 멋있게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길을 질주했다. 스피커에는 밤의 여왕 아리아 가 틀어져 있었다.그녀는 결코 신경주가 자신을 뒷조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3년 동안 투명인간 취급하고 살았다.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과 말하지도 않던 남자가 왜 갑자기 결혼이 파국으로 치닫고 서야 그녀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역시 남자들은 모두 미천한 동물이다. 내가 좋아한다고 쫓아다닐 때 시큰둥하더니, 싫다고 떠나니 이제야 다가온다.백미러를 본 구아람은 미간이 찌푸렸다.뒤쪽 멀지 않은 곳에 신경주의 람보르기니가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감히 날 추적하려 해? 다음 생에나 따라올 생각해.”구아람은 입술에 힘을 주고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았다.구아람의 차는 좌회전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빨리, 바짝 따라가!” 신경주는 조수석에 앉아서 재촉했다.한준희는 이렇게 과속으로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터질 듯하였다.질주하고 있는 아람의 차 후방등을 지켜본 신경주는 은근 한 숨을 돌렸지만 안심하고 있을 만큼 여유는 없었다.“사장님, 사모님의 운전기술은 정말 대단하네요. 후지와라 두부가게 이름은 정말 괜히 붙인 게 아니네요……”한준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무슨 두부가게……?”신경주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사모님의 엉덩이를 보세요!”신경주의 낯색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본 한준희는 놀라서 말을 이었다.“아, 말이 헛 나왔습니다…… 제 말은 사모님 차 뒤쪽을 보시라는 말이었습니다.”신경주가 차 뒤쪽을 자세히 보니 확실히 하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장님은 모르셨습니까? 사모님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니셜D”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매번 사모님을 뵀을 때 거실 텔레비전에 항상 그 애니메이션이 켜져 있었습니다.”
한편, 관해정원.도도한 전처가 전화를 끊자 신경주는 잠시 동안 넋을 잃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지금의 백소아, 아니 구아람은 더 이상 연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이혼하지 말자고 울고불고하는 그 연약한 아내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그래서 지난 3년 동안 그녀가 그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이 계약만을 위해 억지로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에 신경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장님, 여기 커피요…….”한준희가 들어와서 그의 안색을 살피곤 자기도 모르게 떠보듯 물었다.“사장님, 사모님께 연락은 드렸어요? 새 핸드폰 번호는 알아냈어요?”신경주는 짜증이 나 이마를 짚고, 화만 냈다. 결국 해야 할 일을 끝내 하지도 못했다.백소아가 떠난 후 모든 게 그의 뜻대로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녀가 구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더 숨이 막혔다.어떻게 이럴 수 가 있지! 이 여자는 대체 어떻게 감정을 컨트롤하는 거야?“다음에 다시 기회를 봐서 알아봐야겠어, 지금은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아.”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이 커피 뭐야? 이 맛이 아니잖아.”“저, 저는 사모님이 저에게 알려준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는데요?”한준희가 의아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레시피?”“사모님이 대표님을 떠나기 전에 준 수첩이 있어요. 대표님의 취향과 금기사항,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대표님이 몇 년 몇 월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까지 상세하게 적은 작은 수첩이에요.”한준희는 품에서 그 작은 노트를 꺼내 신경주에게 건넸다.신경주는 노트를 받아 들고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펼쳐보았다.눈에 띄는 것은 청순하고 반듯한 글씨였는데, 예전 백소아의 필체처럼 반듯했다.“내린 커피에 소금을 조금 넣어 풍미를 더 하니, 경주 씨가 좋아했다.”“아침에 신선한 조개로 끓인 해물야채죽을 경주 씨가 두 그릇이나 드셨다. 앞으로 자주 만들어 드려야겠다.”“너무 단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한다. 슈가 쇼트닝 치즈, 오스
그 시각 구아람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질끈 묶고 옥비녀로 고정했다. 자줏빛 치마를 입고 옷소매를 하늘거리며 구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흐느끼는 듯한 슬픈 눈동자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노래가 끝내자 구윤은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웃음을 머금은 얼굴엔 온통 사랑으로 가득했다.“좋아, 아주 좋아, 셋째 사모님이 잘 가르쳤어. 조선 시대였다면 귀비가 됐을지도 몰라.”“누가 첩이 된대? 난 여왕이 될 거야.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말이야.”구아람은 1초 만에 이미지를 뒤엎고 손가락으로 소리를 냈다.“하긴 누가 아니라니? 안 그랬으면 우리에게 새어머니가 세 명이나 생기지 않았을 테지.”구윤은 쓴웃음을 지었다.구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옷소매를 걷은 채 큰오빠 곁에 앉았다. 세명의 새엄마를 생각하니 표정이 좀 애매해졌다.“아람아, 지난 3년 동안 새어머니들이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했어. 진심으로 널 많이 걱정했어. 몰래 나에게 니 상황을 많이 물어보았어.”“오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아람아, 처음에 네가 집을 떠나서 혼자 타국에 가서 국경 없는 의사로 일할 때, 사실은 난 네가 아빠에게 화가 나서 그런 줄 알았어.”구윤은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잘생긴 눈매엔 수심이 가득했다.“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본디 그런 분이셔. 우리가 아버지의 인생을 선택할 수는 없잖아. 하물며 이 세상에 단점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비록 네가 몇 년 동안 신경주를 사랑했더라도, 넌 그와 3년 같이 생활하면서 그 놈의 많은 결점을 발견하지 않았어?”구아람은 깃털 같은 속눈썹을 바르르 떨며, 가느다란 손목에 찬 옥 팔찌를 움켜쥐었다.“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넌 신경주를 떠날 수 있지만, 영원히 아버지와의 천륜을 끊을 수는 없다는 거야. 끊을 수 없다면 받아들여.게다가 아버지는 너를 아끼고 사랑해, 그리고 새어머니들도 착한 분들이야. 몇 년 동안 집안을 질서정연하게 관리해왔고, 어떤 사람도 나쁜 마음 가진 적 없어, 내 모든 걸 걸고 맹세
구아람이 임수해를 향해 눈짓했다.임수해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구 사장님! 구 사장님!”어제 사고를 친 부사장 고명이 임수해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구아람은 불쑥 나타난 고명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 선생님, 왜 아직도 여기 계시는거죠? 선생님의 사직서는 제가 이미 수리한 상태에요. 다른 일자리 알아보셔야 할 겁니다.”“구 사장, 당신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돼! 내가 이 호텔에서 일한지가 20년이야, 난 내 몸이 병들어가면서도 이 호텔을 위해 일했어. 구회장도 날 쉽게 대하지 못하는데 당신이 날 해고해?”고명이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제가 호텔의 모든 인사 자료를 읽어봤는데, 확실히 많이 아프시더라구요. 지방간에, 담낭염에 공짜를 아주 많이 드셨나 봐요.”구아람이 피씩 웃으며 말했다.고명은 구아람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애리, 애리스가 저질 침구를 판매한 건 전 정말 몰랐던 사실이에요. 3년동안 쭉 애리스와 합작을 해왔고 또 가격도 마침 적당했고 중요한 건 성주에서 아주 유명한 브랜드인지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아람은 서류를 고명한테 던졌다.“3년동안 당신이 애리스와 거래했던 모든 내역이에요, 지금껏 재무관리하시면서 이 재무제표가 문제 있는 건 보이지 않았다는 거에요?”고명은 서류를 집어 들어 부리나케 펼쳐 댔다.“심지어 저한테 익명의 제보까지 들어왔어요.”구아람이 커피잔을 들어 홀짝이며 말했다.“누군가가 요즘 들어 당신이 애리스와 부쩍 가깝게 지내면서 거액의 돈을 빼돌려 저질 침구를 사드렸다는 제보를 들었어요.”화들짝 놀란 고명이 휘청거렸다.“전 증거 없이 사람을 해고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에게 증거가 쥐여진 이상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고 선생님, 의의 있으시면 우리 법적 수단으로 해결보도록 하시죠.”“구 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이 일 소문나기라도 하면 저 성주에서 쫓겨나요!”고명
“은주?”신경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경주 오빠, 나 좀 도와줘.”김은주가 울먹이며 말했다.“나 지금 신씨 그룹 아래에 와있는데……. 기자들이 쫙 깔려있어, 나 너무 무서워.”“지금 내려갈게.”신경주는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안돼요, 신사장님.”한설희가 앞을 막아나섰다.“사장님 경호원들한테 시키시면 되세요, 혼자 내려가셨다간 사장님도 갇히게 될거에요.”신경주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김은주 아가씨, 혼인날자 정하신건가요?”“언론에서 아가씨랑 신사장님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사이라고 하던데, 예전부터 알던 사이 맞아요?”“신사장님 전 와이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와이프가 두 분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기자들이 속사포마냥 김은주한테 질문을 던졌다. 경호원들이 막아섰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아주 혼란스러웠다.김은주는 가련한척 연기하고 있었지만 사실 기분이 날것만 같았다.결혼소식은 김은주가 매체에 뿌린것이고 백소아가 외간녀라는 찌라시도 김은주가 퍼뜨린거였다.김은주는 백소아가 자신의 팔찌를 빼앗은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들앞에서 모욕을 준데 대해 꼭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마음먹었다.“신사장님과 저한테 좋은 소식이 생기면 꼭 제일 먼저 기자님들한테 말씀드릴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김은주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며 말했다.“그리고 신사장님 전 와이프 백소아 씨에 대해선 저도 아는바가 없기에 다들 공격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백소아 씨와 신사장님은 현재 아무 사이도 아니므로 각자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김은주의 말에 기자들이 더 달려들었다.김은주가 뒤로 밀려나고 있을때 누군가가 나타나 김은주의 어깨를 잡아주었다.“왔어? 경주 오빠.”김은주는 울것만 같은 표정으로 신경주를 바라보았다.신경주는 얼어붙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경주는 갑자기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신경주는 백소아가 주위에서 이 모든걸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