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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5일 뒤, 신경주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

“백소아에 관한 일은 조사했어?”

신경주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뚝 솟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한준희는 긴장했는지 몸을 떨며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떠난 후, 사모님께서는 전에 일하셨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직접 사모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 주소는 가짜였고, 거기에는 백씨 성을 가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주소가 가짜라고?”

신경주는 몸을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네, 현지 경찰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말에 신경주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그와 3년 동안 같이 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비밀 스파이 요원은 아니겠지?

“그럼 그때 구윤이랑 같이 갔는데 구윤을 조사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

“사실, 구윤 대표님께서 정말 작정하고 사모님을 숨기신다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신경주의 눈빛은 미묘하게 흔들렸다.

“구윤 그 사람, 인품은 단정해 보이는데 어떻게 유부녀를 건드릴 수가…….”

“사실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 아닐까요?”

신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준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준희는 깜짝 놀라 숨을 고르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날 밤 구윤이 다정하게 구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가는 것을 본 신경주는 가슴이 왠지 답답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

구아람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기로 소문난 구윤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이혼 안 하면 안되냐고? 사랑한다고? 거짓말쟁이.’

신경주의 온몸에서는 매서운 한기를 풍겼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생각을 멈추고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

“은주야, 왜 그래?”

“오빠, 나 신씨 그룹 로비인데, 좀 데리러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 딤섬을 가져왔는데, 오빠한테 제일 먼저 먹여보고 싶어서.”

김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달콤한 목소리에 옆에 있던 한준희까지 녹아버리는 듯했다.

“너 지금, 회사 로비야?”

신경주는 눈썹을 찡그렸다.

“왜요? 오빠는 제가 보고 싶지 않아요?”

김은주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한 비서 보낼 게. 같이 올라와.”

전화를 끊자, 신경주의 안색이 잠시 침울해졌다. 그는 아직 백소아와 완전히 이혼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외부에 이혼 소식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럴 때 김은주가 버젓이 그를 찾아오면 많은 소문이 돌 것이다.

그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이때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신경주는 발신자를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

“이 멍청한 놈. 내 말을 넌 그냥 흘려들은 거야?”

신씨 어르신이 버럭 소리쳤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넌 소아랑 결혼했으니 다시는 김씨 가문 걔랑 어떤 왕래도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거늘. 그런데 마음대로 회사에 끌어들여? 앞으로 소아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 김씨네 딸래미 당장 내쫓아.”

……

게스트실의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신남준은 지팡이를 짚고 비서와 아들 신광구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신경주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았다. 김은주는 차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밖에 서 있었다.

신남준의 말에 의하면 첩 같은 여자는 그를 만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신남준은 지팡이를 무겁게 땅에 박으면서 말했다.

“아버지, 화부터 푸세요.”

신광구는 서둘러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아들 신경주를 노려보았다.

“할아버지, 3년이 다 됐습니다.”

신경주는 쉰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저에게 3년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라고 하셨잖아요. 3년이 만료돼서 이혼하려는 겁니다.”

그 말에 신남준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3년 동안, 백소아는 그를 매일 즐겁게 해주었다. 천여 일 동안 즐겁게 지내보니, 그는 계약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제 저는 이 결혼을 끝내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뭐라 하시건 전 이혼할 거예요. 백소아도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으니, 나중에 저랑 법원에 갈 겁니다.”

신경주가 말했다.

“뭐? 벌써 이혼에 사인했다고?”

신남준은 버럭 화를 냈다.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러자 신경주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를 부축했지만, 신남준은 화를 내며 그를 밀쳐냈다.

“아버지, 아직 완전히 이혼한 게 아니에요. 단지 계약서에 사인했을 뿐이에요. 뇌졸중이 있으시니까 절대 흥분하지 마세요.”

신광구 회장은 아버지 신남주의 지병이 재발할까 봐 걱정했다.

“젠장, 며느리도 마음에 안 드는데, 왜 손자며느리까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하는 거야?”

그 말에 신경주와 신 회장은 어쩔 줄 몰랐다.

“나는 소아를 볼래. 가서 소아 데려와. 난 소아 말고는 다른 사람은 절대 이 집안으로 들이지 않을 테니까 그리 알어.”

신남준는 나이를 먹을 수록 어린애처럼 억지를 부렸다.

“할아버지, 이러시는 건 무의미해요. 지금 제가 그녀를 불러서 여기에 있으라고 해도, 저와 소아의 결혼은 완전히 끝이 났고, 이 결혼을 계속 이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신경주가 말했다.

그는 신남준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악……!”

신남준은 발버둥을 치며 뒤로 넘어졌다.

그 모습에 신 회장과 신경주는 깜짝 놀라 서둘러 주치의를 불렀다.

신경주는 어쩔 수 없이 백소아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백소아는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전화번호까지 바꾸었다.

“정말 괘씸하네.”

신경주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한편, KS 월드 호텔 정문 앞.

고위 간부들은 이미 밖에서 낙하산 대표를 맞이하는 중이다.

“오늘 오신 사장님은 젊은 여자라면서요?”

“아, 믿을 수 없어요. 전에 네 명의 남자 CEO도 호텔 상황을 바꾸지 못했는데 여자라니……, 그녀가 호텔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전 못 믿겠어요.”

“회장님 딸이래요.”

“딸이요? 그럼 혹시 사생아가 아닐까요? 정말 귀한 딸이면 이런 골칫덩이 회사를 물려주겠어요?”

사람들은 몰래 비웃기 시작했다.

“왔어요. 새 대표님이 왔어요.”

롤스로이스 한 대가 정문 앞에 멈춰섰다. 그 뒤로는 마이바흐 여러 대가 뒤따랐다.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모든 사람이 번호판 9999를 보자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숨을 죽였다.

문이 열리고, 검은색 하이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늘씬한 몸매에, 긴 머리의 예쁜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모습은 어찌나 당당한지 감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구아람은 천천히 말했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쏘옥 들어가는 보조개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제가 바로 새로 부임한 사장 구아람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사생아가 아니에요.”

그러자 방금까지 입씨름하던 몇 사람들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몇 분 전, 차 안.

구아람은 노트북을 들고 호텔 입구의 CCTV 두 개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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