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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재벌로 변신한 나의 아내
이혼 후, 재벌로 변신한 나의 아내
Author: 아이스커피

제1화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

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

“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

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

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

“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

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그때 당신이 저한테 시집온 건 큰 실수였어요. 제가 할아버지와 싸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선택권도 없던 제게 당신은 결혼이라는 구속을 시켰어요……. 그리고 우린 몇 가지 이유로 이젠 함께 할 수 없었어요. 이제 3년이란 기간도 만료되었고 은주도 M 국에서 돌아왔으니, 저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겁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당신의 자유를 찾아서 가세요.”

백소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영롱한 눈물방울이 테이블 위에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신경주의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히 냉담하고 속을 알 수 없었다.

이때, 신경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 은주야. 너 비행기 탔어?”

너무도 부드러운 말투, 그녀가 아는 이 차가운 남자가 정말 맞는 사람인가?

“오빠, 벌써 성주 공항에 도착했어요.”

휴대폰 너머로 김은주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오늘 밤 늦게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어?”

“오빠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요.”

“알았어. 기다려, 지금 데리러 갈게.”

말을 마치자 신경주는 백소아의 곁을 한 줄기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쿵-

방문이 닫혔다. 방안은 무겁고 슬픈 기운들로 가득했다.

10년 동안 짝사랑하고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했었다. 그녀는 이 시간 동안 신경주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에 대한 애정을 쌓아왔다. 하지만, 신경주에게 있어 그건 단지 괴롭고, 고통의 시간일 뿐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이제 신경주는 권력을 되찾은 왕처럼 그녀를 매몰차게 버리고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진짜 사랑을 찾아 떠났다.

백소아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신경주의 얼음 같은 마음을 녹일 수 없었다니…….

백소아는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이 이혼 서류 위로 떨어졌다.

……

저녁, 신경주는 김은주를 데리고 관해정원으로 갔다.

연약하고 어린 여자가 신경주의 품에 안겨 버젓이 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빠, 오빠는 아직 이혼한 건 아니잖아요. 우리……, 너무 붙어있지 말아요. 언니가 보기라도 하면 저를 미워할 거예요.”

김은주가 속삭였다.

“상관없어.”

신경주는 냉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게다가 난 백소아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어. 우리는 단지 계약 관계일 뿐이고, 그녀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이집에 와서 단지 식모처럼 있었던 것뿐이야.”

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김은주를 에워싸고 안부를 물었다. 백소아 혼자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경주는 온 집안이 떠들썩한 가운데, 혼자 쓸쓸하게 있는 백소아의 모습을 언뜻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릿한 웃음을 자아냈다.

일이 이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비굴하게 신씨 가문에서 고용인 노릇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신경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웃기다.

“둘째 도련님, 둘째 도련님.”

그때, 집사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뭐? 사라졌다고? 언제?”

“조금 전이요. 사모님께서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앞치마만 내려놓은 채 뒷문으로 나갔습니다. 검정색 승용차 한 대가 있던데, 그걸 타고 가셨습니다.”

신경주는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은 깨끗했고, 이혼 합의서에는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창가로 나가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빠른 속도로 관해정원을 빠져나갔다.

‘아까는 가라고 해도 안 가더니, 지금 왜 갑자기 도망치듯 나간거야.’

신경주는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량번호, A9999. 누구 차인지 좀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5분 후.

“대표님, 알아냈습니다. 그건 KS그룹 대표의 차입니다.”

‘KS라……, 설마 구가네 큰 도련님?’

백소아는 작은 마을 출신이기 때문에, 돈도 없고 별다른 배경도 없었다. 그와 함께한 3년 동안 만난 친구도 없었다. 그런데 구가네 큰 도련님과 친분이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대표님, 혹시 오늘……, 사모님께 이혼 얘기를 꺼냈나요?”

비서가 별 뜻 없이 물었다.

“왜? 오늘은 그 말 꺼내면 안 돼?”

“그게 아니라……, 오늘은 사모님 생신입니다.”

그 말에 신경주는 깜짝 놀랐다.

……

검은색 롤스로이스 안.

구가네 큰 도련님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둘째 오빠는 네가 돌아온다고 돈 좀 꽤나 들여서 서프라이즈 파티도 준비한 걸로 아는데. 저녁엔 분명히 즐거운 시간이 될 거야.”

“지금 파티할 기분이 아니에요.”

구씨 가문으로 돌아온 그녀는 큰오빠의 어깨에 기대어 푹 한숨을 쉬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휴대폰 메시지창을 열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은 전남편이 아니라 바로 김은주였다.

[제가 뭐라고 했어요? 제 자리를 빼앗았으니 언젠가 제 자리를 되찾겠다고 했죠? 오빠 옆자리는 제거예요. 제발 주제 파악 좀 하세요.]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데도 신경주를 못 놓겠어?”

구윤은 백소아를 안쓰러워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오빠, 저 오늘 생일이에요.”

“알아. 신경주 그 놈은 하필 오늘……, 정말 벼락 맞아 뒤져도 싼 놈이야.”

“그래서 더 이상 아쉬울 게 없어요. 전에 알던 백소아는 이미 신경주에게 인격 살인을 당했어요.”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신경주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을 버텨냈지만, 이제야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정말 고통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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