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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마음에 없는 말

배현우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 내가 을이라는 느낌을 더 짙게 한다. 갑과 을이 된 것 같은 상황은 늘 나를 불안하게 한다.

내 불안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배현우 눈을 피했고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배현우에 대한 마음이 좋아하는 감정 이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배현우라는 늪에 내가 더 깊게 빠져들고 있다.

함정이다. 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큰 함정에 빠져있다.

그러나 배현우는 의외로 확실했다. 캄캄한 바다에서도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타수처럼 배현우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전부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나는 배현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배현우의 좋아한다는 표현이 그저 듣기 좋게 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현우의 좋아한다는 표현이 진심인지 아닌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배현우의 신분, 위치, 외모, 나이... 이 모든 게 나와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 나는 나이도 많고 이제 막 4살인 딸도 있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실패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여자든 배현우 옆에 있고 싶어 할 것이다. 배현우 옆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현우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내 마음과 몸, 그리고 머릿속까지 모두 배현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배현우 곁을 떠나 마음 정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상처받을 사람도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내 전화를 안 받은 진짜 이유는, 나를 피하려고 그런 거죠?” 배현우는 차분한 얼굴로 물었다.

나도 모르게 두 발짝 뒤로 물러나 그를 애틋하게 바라봤다. 정원 내부를 비추는 불빛이 배현우 얼굴을 밝게 비췄다.

“맞아요. 피한 거예요. 더 이상 현우 씨에게 빠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더더욱 그렇고요. 왜냐면... 누가 봐도 내가 아주 부족해요. 어쩌면 나 혼자 김칫국물 마시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현우 씨는 전혀 생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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