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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작가: 장려원

제1화 실마리

깊은 밤, 딸을 재우고 나서야 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핸드폰으로 틱톡 동영상을 넘겨보다가 길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화면에 시선이 꽂혔다.

순간, 화들짝 놀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면을 자세히 보려고 핸드폰을 가까이 댔지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비제이가 화면을 돌려버렸다.

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라이브 방송 시간을 확인해 보니 지금 시간 때와 똑같았기에 실시간 방송이 확실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 장소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었다.

난 다급하게 남편 신호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남편이 부산에 출장 간지 3일이 지났는데 조금 전의 라이브 방송에 그의 모습이 찍혔다. 남편은 한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화면이 살짝 흔들리더니 훤칠한 외모의 신호연이 나타났고 그는 카메라를 보며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여보!”

“당신 지금 어디야?”

난 남편에게 물으면서 화면 속 배경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식당의 복도인 듯했는데 남편은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라이브에서 잠깐 봤던 남자는 분명히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난 고객이랑 밥 먹고 있다가 당신 전화를 받았지. 왜? 무슨 일 있어? 콩이는 자?”

남편이 술술 대답했지만 난 여전히 의심이 들어서 계속 물었다.

“당신 지금 부산에 있어?”

“당연하지. 왜 그래?”

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 속의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 아… 아니야! 언제 돌아와?”

내 질문에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답했다.

“곧 돌아갈 거 같아. 여기 일만 잘 처리되면 바로 돌아갈게. 남편이 보고 싶은 거야? 최대한 일찍 갈 테니까 얼른 자. 난 아직 좀 바빠서 이만 끊을게!”

남편은 나에게 입술을 삐죽 내민 뒤, 영상 통화를 끊었고 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남편을 의심한 나 자신에게 살짝 실망스러웠다.

신호연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일등 신랑으로 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내와 딸을 너무도 사랑하고 아끼는 남자였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가난한 청년이었다. 서울 사람이긴 했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몸이 허약한 여동생까지 있었다.

내가 수많은 남자들을 거절하고 지금의 남편을 선택한 건, 순전히 그의 수려한 외모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남편의 곁에 남아있기 위해 난 부모님의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남편과 맨땅에 헤딩으로 창업을 시작했으며 건재 회사를 설립하였다.

남편은 공급원을 담당하고 난 밤낮없이 발로 뛰어서 고객을 만나고 계약을 따내느라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하마터면 위에 구멍이 날 뻔했다.

다행히도 우리 두 사람의 노력에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회사가 안정이 될 때쯤 난 임신을 하게 되어 하던 업무를 멈추고 회사를 남편에게 맡긴 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전담 주부로 전향했다.

어느덧 우리 두 사람의 딸은 네 살이 되었고 가족 셋이서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이 점이 늘 미안한 남편은 나에게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요즘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건가? 어떻게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난 다시 침대에 누워 조금 전에 화면에서 봤던 그 남자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아마도 내가 신호연에게 너무 의지한 탓에 잘못 본 게 맞는 것 같았다.

그 남자를 내 남편이라고 착각했던 건, 그 남자가 입고 있던 코트가 너무 낯익었기 때문이었으며 이번 출장 전에도 내가 직접 다리미로 다려줬던 코트와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이튿날, 신호연은 약속대로 일찍 돌아왔고 콩이에게 간식까지 엄청 많이 사 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잔뜩 했고 조금이나마 그의 피곤함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식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을 때, 신호연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기름 냄새가 너무 나. 가서 좀 씻어!”

“이건 기름 냄새가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야. 집에서 요리를 안 하는 여자도 있어?”

난 옷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남편은 다정하게 피식 웃더니 내 머리를 어루만져 주면서 갈비 한 조각을 나와 콩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래, 그래, 우리 예쁜 공주들, 많이 먹어!”

식사를 마친 뒤, 난 콩이를 일찍 재웠고 씻고 나와서 남편 곁에 다가가 야릇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기름 냄새나?”

나의 도발에 신호연이 피식 웃더니 손으로 나를 살짝 꼬집었다.

“여보,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

말을 끝낸 남편은 나를 침대로 확 끌어당겼으며 터프하게 나를 리드해 주었다. 한바탕 야릇한 운동을 끝낸 뒤, 남편은 씻으러 욕실로 향했고 난 그의 듬직한 등을 보며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나도 남편을 따라 씻으러 화장실로 가려던 그때, 침대 끝에 놓여있던 남편의 핸드폰에 카톡 문자 알람이 울렸고 핸드폰을 힐끔 쳐다본 난,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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