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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절친의 배신

이튿날 아침, 나는 퀭한 눈으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고 신호연이 초췌한 나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지아야, 너 어디 아파? 안색이 너무 안 좋네?”

“네가 날 밤새 괴롭혔잖아. 몰라서 물어?”

대충 얼버무리자 흠칫하던 신호연이 씩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앞으로 술 마시지 말고 운동하자! 수면에 도움이 된대!”

그의 말에 갑자기 구역질이 확 올라온 탓에 화장실로 달려가 콧물까지 흘려가며 토했고 신호연은 뒤에서 긴장한 얼굴로 내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

“왜 이래? 나랑 같이 병원 가자!”

“아니야, 몸이 살짝 피곤해서 그래. 당신이 콩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 난 조금만 더 잘게!”

난 신호연을 밀쳐내며 억지웃음을 보였고 그는 갑자기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침대에 눕힌 뒤, 이불까지 덮어줬다.

“그럼 더 자. 딸은 내가 등원시킬게. 걱정하지 마. 혹시 많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나에게 전화를 해. 알았지?”

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두 부녀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에 기대 신호연이 콩이를 차에 태우고 동네를 벗어나는 걸 확인했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든 게 예전처럼 평범하고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으며 평소의 옷차림과는 다르게 흰 티에 청바지, 그리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뒤, 모자를 푹 눌러썼다.

진후 빌딩 맞은편에 있던 카페에 도착하여 빌딩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뒤, 빤히 빌딩 입구만 쳐다보았다.

가장 멍청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3일 내내 카페에서 지켜보고 있어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난 신호연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는데 신호연은 보통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했으며 그곳에는 빌딩 로비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

4일째 되던 날, 점점 주의력이 분산되던 그때, 신호연이 핸드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빌딩에서 나와 통화를 하면서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마음이 움찔하다가 나도 이내 카페를 나서서 신호연의 뒤를 밟았다.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었으며 차를 운전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렇게 멀리 가는 게 아닌 듯했다.

교차로에서 길을 건넌 신호연은 한 찻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고급 찻집으로 인테리어도 고전적이고 분위기도 아늑했기에 주변 상권의 고위층 관리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보아하니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 같은데 난 통유리로 된 창문을 바라보며 따라 들어가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찻집 2층 끝부분 창문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였다. 오피스 룩을 곱게 차려입은 이미연이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이렇게 되면 내가 굳이 따라 들어가지 않아도 이미연에게 신호연이 누구를 만나러 간 건지 봐 달라고 부탁만 하면 된다.

이런저런 생각에 추호의 고민도 없이 이미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창문을 통해 전화를 받은 그녀를 지켜보던 순간, 신호연의 모습이 창문에 나타났다.

이때, 이미연이 신호연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짓하더니 이내 내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한가해?”

이 한마디에 내 온몸의 신경들이 예민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절친 사이의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지만 지금은 이미연의 말이 나를 비꼬고 있는 듯이 들렸다.

이미연의 말은 그녀가 신호연과 함께 서 있는 모습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난 그녀에게 처절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너 어디야?”

피식 웃으며 묻자 이미연의 대답이 들렸다.

“나 지금 회사야! 회의 중이라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말을 하는 내내 이미연의 시선은 신호연에게 꽂혀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절친의 배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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