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위현의 판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위현조차 그 사실을 못 알아차린다면 정말 그동안 곁에서 배운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오늘 시장이 2653점에서 시작한 후, 기관 자금의 이탈과 월가 자본의 공격을 받아 잠시 2400점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과 에너지 섹터의 부상으로 지수가 2410점 부근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죠. 2400점 지지선을 두고 공매도와 매수세의 싸움이 매우 치열해 보이네요.”위현이 이렇게 말하며 대형 화면을 주시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저는 이 모든 게 폭풍 전의 고요함 같습니다. 월가 자본이 충분히 2400점 지지선을 돌파할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어요.”“그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진기가 말을 꺼냈다.이 말에 위현은 크게 놀랐다. 그러나 이진기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시장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2410점에서 흔들리던 지수가 갑자기 급락하여 2400점 지지선을 한 번에 뚫고, 심지어는 30점이 더 떨어져 2370점 부근에서 멈춰 섰다.“에너지 섹터에 문제가 생겼어요!” 위현이 크게 외쳤다. 화면에는 에너지 섹터의 거래 상황이 즉시 표시되었다.H국 석유와 H국 석화가 상장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호재로 작용했고, 많은 위험 회피 자금이 시장을 부추겨 에너지 섹터가 시장에서 소수의 상승 섹터 중 하나가 되었다.그러나 바로 그때, 에너지 섹터의 몇몇 리더 주식이 갑자기 중대한 악재를 발표했다. 회장 사임, 고위 경영진의 집단 사임, 큰 손실을 입은 사업 등의 소식이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발표되었다. 각각의 공고 뒤에는 곧 거래 정지를 신청할 것이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급변하는 모습을 보며 위현은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이 회사들, 도대체 뭐 하는 거죠?”“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네요.”이진기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
로저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H국의 주식 시장에는 10%의 하한가 제한이 있어서 여기까지 밖에 못 해. 하지만 내가 담당하는 이곳은 다르지. 이곳에선 H국의 어떤 산업이든 하루 만에 무너뜨릴 수 있어.”로저스 앞에 놓인 화면에는 놀랍게도 실시간 선물 거래가 표시되고 있었다. 주식 시장이 예고 없이 폭락해 첫 번째 주식 대참사가 온 것처럼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했다면, 선물 시장의 갑작스런 붕괴는 대다수가 외국 세력이 H국 경제 체제를 고의로 노린다는 징후를 느끼게 했다. 전자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법칙이라, 충분히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국가나 사회도 유사한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며 H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자는 명백한 금융 전쟁이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종류다.과거 냉전 시대, 세계를 양분했던 붉은 제국이 하룻밤 사이에 붕괴한 이유는 무엇일까? M국은 단 한 발의 총알도 쓰지 않고 동방의 거대한 붉은 제국을 분열시켰다. 이는 바로 금융 전쟁의 결과였다.이번에 월가 자본은 주식 시장 조작보다 훨씬 무서운 수단을 사용했다. 바로 국내 선물 시장을 직접 조작한 것이다. 국내 선물 시장 거래 품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 알루미늄, 석유, 밀, 목화, 설탕, 콩 등이 있다. 이들은 건설에 필요한 기본 광물 자재나 기본 식량으로, 국가나 사회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한 번 붕괴되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은 상상도 할 수 없다....대학을 갓 졸업한 양도현은 국내 선물 시장에서 평범한 트레이더였다. 대학 시절부터 선물 거래를 접한 양도현은 이 분야에서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됐다.처음엔 생활비를 벌기 시작해, 나중에는 등록금을 벌고, 이제는 대학 동기들이 아직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양도현은 이미 1억8천만 원이 넘는 저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1억8천만 원은 일반 가정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부였다. 원래 양도현의 예상대로라면, 오늘 목화
선물 시장의 붕괴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 시장의 붕괴보다 십 배나 더 크고 빠르다고 할 수 있다.이번에 목화 시세가 30% 폭락하면서 올해 목화 산업 전체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목화 산업의 붕괴는 방직, 의류 제조 등 하류 산업을 연쇄적으로 휘말려 산업 체인 전체에 파괴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이 시점에서, 오전 거래가 마무리되고 점심 휴장 시간이 되었다.이진기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이진기는 M국에서의 주요 거래 과정과 월가 자본이 오늘 국내 시장에서 벌인 일련의 행동을 다시 검토했다. 이윽고 검토를 마친 이진기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서 전화를 들어 유우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전화는 오랫동안 울린 끝에야 연결되었다.“우성 비서님, 오늘 오전에 월가 자본이 벌인 일련의 움직임을 확인했어요. 앞서 우리가 예측했던 것들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월가 자본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그들이 타국 경제를 저격하는 숙련도를 간과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물 시장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복기를 통해, 저는 한 가지 우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M국에서 제가 했던 행동과 그들이 우리 국내에서 한 행동들을 비교하면 우리는 경제력이나 기술 운영, 경제 상황 예측에서 모두 열세입니다.”전화 저편에서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잠시 후, 유우성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힘을 모아 방어를 해야 합니다. 이 힘을 중심으로 월가 자본과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습니다.”이진기가 말했다.[그런데 지금 문제는 리더가 부족하다는 거야.]유우성이 곤란해하며 말했다.[우리도 경제 금융 분야의 인재들을 많이 키웠지만, 그들이 말로서는 괜찮지만, 그들에게는 국제 대형 자본과의 대규모 대결에 관한 경험이 부족해. 이런 때 잘못된 리더를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정부 내 고위층인 유우성이 돌이킬 수
이진기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순간적으로 떠들썩하던 두 사람을 잠재웠다.반종현은 눈을 크게 뜨고 이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세븐 펀드가 국내로 돌아온다고요? M국은 어떻게 하려고요?”이진기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한세븐 펀드는 한세븐 펀드고, 저는 접니다. 한세븐 펀드는 여전히 M국 금융계에서 충분한 혼란을 일으킬 거예요. 하지만 저는 국내의 기반을 돌볼 여유가 있죠.”이경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목숨을 잃고 싶은 건가요?”이경한의 걱정은 유우성과 다르지 않았다.“M국은 밤에 거래가 시작되죠. M국이 장마감을 하면 이곳은 날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국내 주식시장은 낮에 시작되는데, 진짜 본인이 철인이라고 생각하나요?”이경한의 말에 이진기는 쓴웃음을 지었다.‘어떻게 하나 같이 생각이 깊지 못한지.’이미 친숙한 두 사람에게 이진기는 유우성처럼 예의 바르게 굴지 않았다.이진기는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두 분에게 맡기려고 합니다.”이 말에 반종현과 이경한은 깜짝 놀라며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안 돼 안 돼요, 우린 안 돼요.”다른 일이라면 다른 누구도 자신들보다 잘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반종현과 이경한이었지만, 이렇게 큰 일에 자만심을 부릴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실패하면 그저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가 아니다.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이경한과 반종현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자인했고, 월가 그 노련한 여우들에게 맞설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막 말한 두 사람이 이진기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자, 자신들이 농에 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보세요, 여러분조차 이 일을 할 엄두도 못 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요?”이경한과 반종현이 말하기도 전에 이진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문제는 감당할 수 있겠어요? 두 가지를 모두 신경 쓰다가 결국 둘 다 제대로 못 챙기면 손해 보는 거예요.” 이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이진기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 생각은 이미 GJ시 측에
반종현과 이경한은 이진기의 말에 입가에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작은 사업가들은 이민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산을 모두 팔거나 아예 버리고, 가지고 갈 수 있는 현금과 가족을 데리고 해외로 가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그러나 이종현이나 반종현 같이 큰 가문은 큰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문들이다. 스님은 절을 떠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이 어디로 이민 갈 수 있겠는가. H국의 명문 가문으로서 자리를 잡은 그들이, 어떻게 해외에서 낮은 지위로 견딜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사업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이기에 절대 버릴 수 없다.이진기의 말은 그들에게 명확한 교훈을 전달했다.“이 사태를 넘길 수 있다면 모두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넘기지 못하면, 모두 함께 망하는 거고요. 그리고 일단 이 일에 뛰어들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이진기의 말은 이경한과 반종현에게 강렬한 피 냄새를 느끼게 했다. 이윽고 그들은 이진기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이진기 씨, 이걸 누가 원하겠어요?”“아무도 쉽게 번 돈이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것은 좋지만, 언제든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니, 너무 무섭네요.”이진기사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각오도 없다면 왜 여기에 참여하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긴다면, 우리도 싸울 자본이 필요해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겁니다. 만약 지면, 말할 것도 없이 우리도 끝장이예요. 즉, 저항하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지만, 저항하지 않으면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뜻이예요. 어제 거래일에 목화 선물과 주식 시장 상황을 봤잖아요. 저는 두분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요. H국 경제의 기반과 배경은 M국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M국에서 제가 벌이는 소란을 봐도, M국의 근육과 뼈를 진정으로 다치게 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오늘이 첫날인데 M국 사람들은 이미 우리 나라 경제에 심각한 통증을 줬어요. 그렇다면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GJ시에서의 효율성이 최고조에 달했다.이진기가 이경한과 반종현을 배웅하고, 급히 외지에서 온 모윤석과 기석현 두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GJ시에서의 소식이 전해졌다.유우성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이진기가 의아해하며 받자마자 유우성이 말했다. “지금 해인 주인님과 함께 공항에서 오는 길이에요, 구체적인 사항은 곧 해인 주임님이 직접 말씀드릴 겁니다.”[알겠습니다.]이진기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이진기는 맞은편에 앉은 기석현과 모윤석의 깊은 고민이 담긴 얼굴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사실은 이런 거예요, 방금 반종현 씨와 이경한 씨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도 큰 문제는 없다고 확신했어요. 하지만 북서는 북서이고, 한강 지역은 한강 지역이죠. H국은 넓고, 아직도 많은 곳에 숨은 고수들이 있어요. 특히 모씨 가문이 있는 동남 쪽과 기씨 가문이 있는 O시는, 특히 O시는 첫 번째 경제특구로서, 이곳의 힘을 저는 절대 놓칠 수 없습니다.”그러자 기석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진기 사장님, 진기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마음인지 알고는 이해는 하나 우리 기씨 가문은 예로부터 조용히 성장해왔습니다. 가끔 다른 가문과 비즈니스 협력은 있지만 그것도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그들을 설득하라고 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모윤석도 이어서 말했다.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지역은 가난하기도 하죠, 진기 사장님도 알고 계시잖아요?”이진기는 두 사람의 반응에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진기는 기석현과 모윤석이 말한 것이 모두 핑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백퍼센트 진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어려운 일이기에 여러분이 해야 하는 거예요. 아무나 맡길 일이 아니니까 제가 여러분을 부른 거죠. 아니면, 조건을 이야기해볼까요?”그러자 기석현이 서둘러 말했다. “진기 사장님, 정말 오해입니다. 저희는 조건을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에요. 만약 이
2000년 5월 17일“[WEB 발신] [NH농협카드] 입금: 25억 109만 189원, 잔액: 25억 109만 189원”이진기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표시된 입금된 돈의 금액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는 흥분이 가시지 않아 빨간 홍조를 띠었다.5개월 전, 2020년 40살의 나이인 이진기는 2000년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하늘이 그에게 새삶을 살 기회를 주었다.금융업계에서 10여 년 동안 몸을 바친 이진기는 미래의 기억과 함께 다시 태어났다.더 이상 구차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이진기는 5개월 전, 드디어 손을 댔다!2000년 국내에서 제일 핫한 녹두 코인 매매가격의 기억을 되새기며 부모님의 유일한 집을 담보로 하고, 1억 5000만을 레버리지 20배를 걸고 1억 5000만 자금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걱정스럽고 초조한 마음으로 5개월을 보냈다.그가 기억하고 있는 오늘이 바로 녹두 코인이 최고의 매매 가격을 찍는 날이다. 5개월 전, 그는 녹두 코인을 제일 낮은 가격으로 사들였다. 오늘 녹두 코인의 가격이 폭등하여 이진기는 억만 부자가 되었다.녹두 코인을 오늘만 최고의 매매 가격을 찍고 내일부터 가격이 폭락하게 될 것이다.이진기는 과감하게 자신의 코인을 모두 팔았다. 세금을 빼고도 25억이 넘는 돈이 그의 카드에 입금되었다!1억 5000만에서 25억, 이진기는 하루 사이에 일반인에서 한평생 벌지도 못하는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대출금과 이자를 갚고도 아직 23억 5000만이 남아. 과거는 변하지 않았어. 나의 기억과 똑같아. 아직도 부자가 될 기회는 많아. 잡으면 돼. 23억이 언젠가는... 아니 빠른시일내에 백억 아니 천억도 될수 있을거야!”그는 메시지에 적힌 잔액을 몇번이나 확인했다. 이진기는 휴대폰을 보며 크게 웃었다.동네방네 빚만 가득했던 전생, 매일 아침 그의 휴대폰 화면에는 은행과 사채업자들의 독촉빚 문자만 가득했다. 그런 생활을 매일과 같이 보낸 그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궁핍하기만 했던 전생,
“이진기! 너 조금만 기다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하윤정은 그에게 독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씩씩거리며 문을 나서는 하윤정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이진기의 두 눈은 매우 공허했다.그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저녁 무렵,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이진기는 자신의 방에서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돈을 많이 벌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면 안되기 때문이다.누군가 그의 집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이진기가 문을 열었다. 그의 방문 앞에는 하윤정과 하윤도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주란옥 세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주란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진기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자 그녀는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이진기! 성실하고 착한 사람 같아 우리 딸과 교제하는 걸 허락했더니 감히 내 딸을 버려? 넌 사람도 아니야!”이진기는 눈에 띄게 눈시울이 붉어진 하윤정을 쳐다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란옥을 보며 말했다.“서로 동의하에 헤어졌으니까 말 조심해 주세요.”“헛소리하지 마!”하윤도가 이진기의 어깨를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우리 누나가 우는 거 안 보여? 변명하지 마. 우리 집에 쓰는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거잖아.”“엄마, 내가 전에도 말 햇잖아요. 농촌에서 자란 새끼 포부가 이렇지 뭐. 집에서 보고자란 것도 없으니 이런 거 아니겠어요? 어떻게 우리 누나와 비겨요?”주란옥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진짜 미쳤지. 그때 내가 왜 동의했을까. 내 아들 말이 맞아. 천한 부모가 길러 낸 자식도 천한 사람이지. 이깟 돈 몇 푼으로 사람을 거르는 거야.”“우리 딸 인생을 몇 년이나 낭비해 놓고 떠나겠다고? 꿈도 꾸지 마! 5500만 원은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에게 줘야 돼!”이진기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협박하는 주란옥 가족들을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돈 없어요.”주란옷이 픽 웃으며 말했다.“돈이 없다고? 돈이 없으면 너희 어머니 아버지가 지금 사는 집을 팔면 되겠네?”“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