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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화

눈 깜짝할 사이 5일이 지났다.

정몽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장례식에 가려고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었다.

그녀가 방에서 나왔을 때 강책은 이미 집에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아 의문이었다.

거실로 나오니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다.

정몽연은 의자에 앉아 강책이 차려 놓은 밥을 먹으며 그가 남긴 쪽지를 봤다.

“10까지 데리러 갈게 -강책-”

그녀는 쪽지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다정하네…”

이때, 정계계산이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몽연아, 너 정말 강책 따라서 소란을 피우려는 거야?”

정몽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 강책이가 동생 장례식에 가면 안 돼요?”

정계계산은 냉랭하게 말했다.

“안된다고 한 게 아니다, 다만 모든 일은 때와 장소를 알아야지, 아침에 서안 해안이 완공돼서 강모의 무덤은 분명 없어졌을 거야. 강책이가 그걸 보면 많이 슬플 거야. 몽연아.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아라, 자칫 잘못하면 일이 복잡해질 거야.”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정계산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아빠는 출근할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정계계산은 서류 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가던 중 멈춰서 말했다.

"몽연아, 애초에 너를 강책이에게 시집보낸 건 아빠 잘못이다. 만약 강책이를 못믿겠고, 이혼하고 싶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아빠한테 말해. 아빠가 뭐든 도와 줄게.”

정몽연은 어리둥절했다.

물론 강책은 지금 가진 것이 아무거도 없다. 심지어 기본적인 생계유지도 힘들어 정가 집에 도움을 받아야한다.

다른 여자였으면 아마 이런 무능력한 사람을 남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혼은 가장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정몽연은 강책이 그녀에게 한 약속, 그에 대한 믿음 그리고 요 며칠 그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강책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

“아빠, 이혼은 생각 없어요, 아직까지는 계속 강책이랑 함께 하고싶어요.”

정계계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일은 잠시 접어두자. 몽연아, 언제든 마음 바뀌면 아빠한테 말해라, 알겠지?”

“네.”

“밥 먹어라, 아빠는 출근해야겠다.”

정계산의 차가 떠나자 검은색 아우디 차가 문 앞에 멈춰 서더니 등치 큰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누구 찾아오셨어요?” 정몽연이 다가가 물었다.

남자는 허리 굽혀 웃으며 인사했다. “몽연 누나 안녕하세요, 저 천칭칭이에요. 형님... 어... 강책이 친구에요, 둘째 도련님 제사 모시고 가려고 왔어요.”

“아, 강책이가 준비했다는 게 당신이군요?”

“네.”

“그래요, 갑시다.”

정몽연은 의심하지 않고 대문을 닫고 차에 탔다. 천칭은문을 닫고 차에 타 서강 연안 쪽으로 향했다.

……

서강 해안, 공터에 흰색 지프차 한 대가 서 있다.

하유룡은 조카 허가명과 함께 차에 올라앉아 담배를 피우며 강물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허가명이 웃으며 말했다. “삼촌, 정말 대단해요. 진짜 왕비서 시켜서 5일 만에 완성하다니, 근데 강모 묘는 헐지 않았어요?”

하유롱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너는 이해 못 할 거야. 강책이가 제사를 지낼 때 묘를 쓸어버릴 거야! 그때 가서 울며 사정해도 소용 없는 모습을 상상해봐, 속이 시원하지 않아?”

허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정말 계획적이네요. 저번에 강책이한테 맞은 거 생각하면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요.”

“그때는…” 하유룡은 허가명을 슬쩍 쳐다봤다.

“강책가 군복무를 몇 십 년해서 힘이 좋아. 너 아마 이번에 사람들 많이 불러야 할 거야. 아니면 저번처럼 맞을 거야.”

“삼촌 걱정 마세요. 이번에 진짜 힘 쎈 사람들만 한 세 트럭 불렀어요. 제 인맥으로 강책 한 명 처리 못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그래, 그럼 오늘 강책이한테 본 떼를 보여줘서 우리에게 지은 죄의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려주자!”

두 사람이 크게 웃었다. 강책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이미 본 듯했다.

……

다른 한편, 정몽연은 천칭을 따라 강모의 묘로 가고 있다.

몽연은 가는 길에 강변이 봉쇄된 것을 보았다.

“언니 말처럼 강변 전체가 다 봉쇄됐네, 외부인들은 아예 강 주변에 오지도 못하겠어.”

“오늘은 강변에서 강모 제사를 못 지낼 것 같아요.”

또한, 길에 사람이 없고 정가네에서 그녀를 빼고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정몽연은 이 광경을 보고 씁쓸함을 느꼈다.

“강책이가 속상해하겠지요?”

“오늘 사람들이 많이 안 올 것 같아.”

그녀는 홀로 상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칭이 엑셀을 밟아 봉쇄 구역으로 들어가 무덤 쪽으로 갔다.”

정몽연이 깜짝 놀랐다.

“천칭칭씨,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돌아가요!”

천칭칭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돌아가요? 장례식 가려면 묘로 가야지 않아요?”

“소란피우지마세요, 오늘 해안 개조하는 날이라 이쪽 도시 다 봉쇄해서 외부인은 못 들어가요, 들어갔다 잡히면 감옥 갈 수 있어요.”

천칭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몽연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하다 보니 벌써 묘 앞에 도착했다.

천칭이 문을 열어 주자 정몽연이 차에서 내렸다.

정몽연이이 주위를 살피자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몽연이 긴장하며 말했다.

“강책이는…?”

천칭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요.”

정몽연이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셋, 둘, 하나! 왔어요!”

그때 비행기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수십 대의 헬기가 날아왔고, 비행기 뒤편마다 망자에 대한 그리움을 추모하는 긴 천이 걸려있었다.

비행기가 이끌려 갑자기 강이 갈라지자 거대한 크루즈선 한 척이 천천히 달려와 강을 헤치고 새떼처럼 날아갔다.

그 크루즈 위에서 강책은 뒷짐을 지고 꿋꿋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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