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큰 형님의 손에는 장총이 들려 있었고 그는 종인검을 향해 천천히 방아쇠에 손을 갖다 대었다.냉혹한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자태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였다.원래도 종인검의 팬이었던 여자들은 지금 이 남자를 보고 완전히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다.하지만 맞은편 종인검은 여전히 표정 하나 까딱하지 않고 조용히 장검을 들어 칼날을 반짝였다.칼날 위에 살의가 응집되어 있는 것 같았다.“종인검, 어서 들어와 봐!”큰 형님이 냉혹하게 입을 열었고 순간 발을 내디디자 ‘펑'하는 굉음이 들렸다.링 전체에 원형의 파도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심판도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 기류에는 몸이 휘청거렸다.용소설을 비롯해 기세등등하던 남녀들은 지금 온몸에 거센 풍랑을 맞은 듯 창백해졌다.진짜 고수들의 대전이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용호태조차도 눈을 가늘게 뜨고 조심스럽게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집법당 큰 형님의 거센 기운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번 비공개 무예 대결이 집법당의 새 주인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큰 형님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온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종인검의 표정도 어두워졌다.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이 펄럭거렸지만 손에 든 장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고불변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만년설 같았다.큰 형님은 종인검의 심리를 건드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예상 밖이었다! 꿈쩍도 하지 않다니!흥!이 모습을 본 큰 형님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순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장총을 쓸어내리다가 쏜살같이 들어 올려 앞에 있는 종인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종인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가 지체 없이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다.“촹!”양측의 무기가 부딪히는 순간 쇳소리가 울렸고 공중에서는 불꽃이 튀었다.큰 형님의 장총은 어떤 무기보다 포악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오늘 눈앞의 사람을 때려눕히지 않으면 링을 내려갈 것
보아하니 오늘 이 대결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 같았다.용호태는 심호흡을 하고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현재로서는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그 다음으로 종인검이 하 씨 성을 가진 저 개자식을 죽이고 당주가 되기만 한다면 용호태는 앉아서 남은 인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이제 무성의 분쟁 따위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용호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하현이 용소설의 도발을 견디지 못하고 얼른 링 위로 올라와 주길 바랄 뿐이었다.용호태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심판이 앞으로 나와 의료진에게 들것을 가지고 나와 사람을 옮기라고 지시한 뒤 큰 소리로 외쳤다.“누구 또 도전할 사람 있습니까?”“종인검에게 도전할 사람이 없다면!”“오늘 비공개 무예 대결은 종인검이 승리한 것으로 하겠습니다!”“지금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나중에 집법당 당주의 영패를 가지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 없을 것입니다. 우리 집법당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태를 용인하지 않을 거고요!”“맞습니다!”“그렇습니다!”“우리의 당주가 되려면 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에서 일등을 해야 합니다!”이 말을 듣고 용호태가 일찌감치 매수해 둔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을 펼친 목적은 명확한 것 같았다.공명정대하다는 명분 아래 판을 벌여 놓고 공개적으로 하현을 죽인 뒤 종인검을 성공적으로 자리에 앉히려는 속셈인 것이다.용호태, 용소설, 그리고 일부 용문 집법당 장로들은 모두 하현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도발적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하현, 당신도 대단한 사람이잖아?”“어서 올라가!”“재주가 있으면 어서 올라가 보라고. 올라가서 종인검과 한판 붙어야지!”“이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으면 어떡해? 그렇게 배짱이 없어?”꿈쩍도 하지 않는 하현의 모습에 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계속 도발하며 입을 열었다.하현을 자극해 끝내 링에 올려놓고 죽이는 것이 그녀의 지상 최대의 임무였던 듯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상석에 오르지 못하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기세등등한 모습을 한 여자가 다가와 눈을 아래로 깐 채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이름이 하현 맞지?”“당신도 링에 올라 당주 자리를 쟁취하고 싶은 거지?”“부당주가 한 마디 전해달래.”“당신은 종인검의 상대가 못 돼!”“얼른 꺼져!”“종인검을 다시는 안 보는 게 당신 신상에 나아. 안 그러면 그가 당신을 죽이려 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용소설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을 덧붙였다.“들었지? 부당주가 지금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봐주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러니 더 이상 나도 따지지 않겠어!”“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설마 죽고 싶은 건 아니지?”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부당주한테 말해. 상대를 너무 많이 자극하면 그것도 효과가 없다고.”“당신들은 설마 종인검 저 사람이 감히 날 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종인검 정도로는 날 링 위로 끌어올리지 못할 텐데.”“당신들이 자꾸 나한테 저 링 위로 올라가라고 하니 난 오히려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고 싶은데.”“당신들 연극 잘 봤으니 이제 좀 피곤해서 말이야. 먼저 가 볼 테니까 따로 배웅할 필요는 없어.”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용천오가 준비한 모든 계획은 오로지 하현을 자극해 링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그런 다음에는 종인검이 단칼에 해결할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자극하고 압박하는데도 하현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들은 난감했다.자신들의 갖은 수법에도 하현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하현이 정말로 떠나려는 것을 보고 용소설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만약 오늘 하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녀 앞에 닥칠 결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링에 올라올 줄 알았는데. 안 올라올 줄은 몰랐네.”“뭐? 당신 눈에는 내가 감히 못 올라갈 사람으로 보여?”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종인검은 하현의 말을 듣고 차갑게 내뱉었다.“나도 당신에 관해선 좀 들었어. 듣자 하니 당신은 항성과 도성에서 남양의 전신 양제명을 등에 업고 우리 용오행 당주를 해친 후에 스스로 당당히 나서 당주를 폐위시켰다고 하던데.”“이번엔 무성에 와서 한여침과 당신 주위의 여자들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치고 있군!”“대단해! 정말 대단해! 인정!”“꾀가 많고 재주도 좋아. 그리고 뻔뻔하기까지 해!”“이제는 날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핑계를 대고 꽁무니를 빼려고 해!”“안타깝게도 말이야. 당신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되는 사람한테 미움을 샀지 뭐야!”“용천오가 특별히 나에게 분부를 내렸지. 그래서 내가 당신을 친히 저세상으로 데려다주려고!”종인검은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당신 체면을 봐서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용문 집법당 영패를 내놓으면 살려주겠어!”“3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줄 테니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야말로 당신이 그나마 인물인 것을 봐서 지금이라도 당신이 무릎을 꿇는다면 건드리지는 않을게.”“무릎을 꿇으라고? 내가?”종인검의 눈에 뾰족하게 날이 섰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 마라야?!”“사람이 봐준다고 할 때 덥석 물 것이지 기어코 벌을 받겠다니 원! 진정한 고수 앞에서 그런 씨알도 안 먹힐 수법을 쓰다니! 정말 가소로워서!”말을 마치며 종인검은 손에 든 장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칼날 위에 살벌한 기운이 하현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곧이어 칼날은 잡아먹을 기세로 하현의 목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퍽!”하현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내디뎌 종인검 앞에 바짝 몸을 가까이 다가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힘껏 손바닥을 휘둘렀
”자, 집법당 고수. 이제 말해 봐!”“이제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말해 보라고. 그래야 내가 당신을 살려 둘지 죽일지 결정할 거 아니야!”말을 마치며 하현은 손바닥을 한껏 들어 올렸다.순간 아까 보였던 종인검의 교만함과 오만방자함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힘껏 종인검의 얼굴을 후려쳤다.종인검의 얼굴은 말도 못 할 만큼 부어올랐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욱 아연실색하였다.한족에서 지켜보던 용소설조차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종인검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가진 자인가!방금 그는 단칼에 집법당 큰 형님을 처단했다.그가 휘두르는 검은 무적이라고 할 만했다.그런데 왜 하현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인 것인가?용호태도 할 말을 잃긴 마찬가지였다.심지어 그의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경련이 일었다.순간 그는 하현에게 얻어맞은 그날 오후로 돌아간 것 같았다.종인검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르는 하현의 손바닥이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마냥 소름 끼쳤다.“퍽!”결국 종인검의 얼굴에 하현의 손바닥이 날아들었고 그의 얼굴이 링의 모서리에 부딪혔다.한참을 몸부림치던 그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마지막 일격을 날리듯 종인검의 앞에서 손바닥을 치켜들었다.“풀썩!”종인검의 눈을 움찔거리더니 망설임 없이 무릎을 풀썩 꿇었다.그는 정말로 무서웠던 것이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었다.용호태와 용소설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들이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음모가 하현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뜻밖에도 종인검마저 무릎을 꿇고 말았다.지금 용호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를 용천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까맣게 타들어갔기 때문이다.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피를 토할 만한 시간도 주지 않았다.하현은 품에서 영패를 꺼
뒷짐을 지고 냉랭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하현.그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종인검이 있었다.사방에선 하현을 연호하는 소리가 점점 기세를 더하며 커져 가고 있었다.모든 집법당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해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종인검을 무릎 꿇리는 무적의 실력에다 용문 집법당의 영패까지 손에 쥐고 나타났으니 전설 속에 떠도는 영웅이 환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눈앞에는 이미 당주가 결정된 것이었다.용소설은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그녀 뒤에서 방금까지 하현에게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날리던 일행들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단발머리 여자는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하현에게 더 강하게 자신의 매력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쯤 그녀도 그와 한 편이 이 영광의 주인공이 되어 있지 않았겠는가?“하현!”“당주 용오행을 해친 자가 바로 당신이야!”“그런 당신이 어떻게 우리 당주가 될 자격이 있어?!”용호태 주변 측근들이 하나같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그들은 오늘 그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어떻게 해서든 하현이 상석에 앉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맞아. 용오행이 내 손에 죽은 건 확실해.”하현이 냉랭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그러나 용오행은 문규를 어겼어. 안팎의 적과 내통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용문주는 집법당이 엉망진창이 되고 난장판이 된 것에 화가 나서 날 집법당에 보내 사태를 수습하게 하셨지.”“그래서 말인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에 오르려고.”“나의 원칙은 오직 하나야.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거.”“그래서 난 오늘 밤 용호태를 기다렸던 거야.”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뒷짐지고 용호태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간 용호태는 사색이 된 얼굴로 어쩔 수 없이 하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용호태... 당주께 인사 올립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일행들에게 손짓을 했다.그의 측근들 중 마뜩잖아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용호태의 행동을 보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당주, 인사 올립니다!”사방팔방에서 집법당 제자들이 겁에 질린 용호태를 보다가 종인검에게 서선을 돌린 다음 영패를 들고 있는 하현를 쳐다보았다.순간 집법당 제자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당주, 인사 올립니다!”모든 상황이 평정되었다....이른바 비공개 집법당의 무예 대결을 정리한 후 하현은 모든 뒤처리를 진주희에게 맡겼다.한여침은 사람들을 데리고 집법당을 진압했다.능력 있는 진주희의 지휘 아래 그녀 측근이 몇 명 더 투입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법당 전체가 쉽게 진압되었다.도끼파 본거지에서 돌아온 후 하현은 최희정 모녀가 풀려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었다.그러고는 일이 이렇게 흘렀다.무성에 온 지 사흘도 안 되어서 하현은 이미 도끼파를 평정하였고 무성 황금 회사를 손에 넣은 뒤 지금은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이로써 그는 충분한 역량을 손에 쥐게 된 셈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성 경찰서에 전화해 무고한 두 사람을 풀어주라고 요청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물론 내일까지 무성 경찰서에서 최희정 모녀를 풀어줄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하현이 직접 무성 경찰서에 가면 되는 것이었다.도끼파 본거지에 돌아온 하현은 설유아가 일찌감치 쉬러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그는 설유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머리를 닦으며 문자메시지를 뒤적거렸다.이슬기, 하수진, 동리아 등은 하현이 무성에 간 후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새로 진전된 사항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하현은 그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이튿날 아침, 핸드폰이 ‘띵'하고 울리는 소리에 하현은
전화를 끊은 뒤, 하현은 설유아를 데리고 우선 무성 경찰서로 향했다.설은아와 최희정이 감옥에서 나오는 수속을 밟는 것 외에도 하현은 자발적으로 어젯밤 일정에 대해 진술하고 충분한 증언을 제공했다.어젯밤 있었던 용호태와 성원효의 죽음은 결국 그 칼끝이 자신을 향해 있음이 분명했다.상대가 직접 경찰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 낫다고 하현은 생각했다.무성 경찰서 2인자 성경무는 의아해하는 얼굴을 했지만 하현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말하고 녹취록을 작성하겠다는데 거절할 명분이 있겠는가?성경무는 마지못해 기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두 가지 일이 앞뒤로 동시에 진행되었고 모든 수속이 완료되자 이미 오후 3시가 되었다.하현이 경찰서 정문에 서서 설은아와 최희정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진주희가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났다.이들 중에는 변호사, 보좌관, 경호원 외에도 하현이 낯익은 용문 자제들이 몇 명 있었는데 아마 진주희가 용문 집법당에서 선별한 것 같았다.진주희는 역시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누구든 하루아침에 용문 집법당이라는 조직을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하지만 능력이 탁월한 진주희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공손하게 하현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와서 녹취록을 작성하셨다면서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사전에 대비를 해 놔야지.”진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도로 위의 CCTV를 포함한 증거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신의 어젯밤 여정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요. 용호태, 성원효의 죽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충분해 보입니다.”“적어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무성 경찰서와 관청에서도 이 일로 우리를 귀찮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단지...”“방금 소식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성호남이 펄쩍펄쩍 뛴다는군요.”“당신이 성원효을 죽였다며 복수를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