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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유남준은 짙은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

“괜찮아. 이미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어.”

김인우의 눈가에 실망의 기색이 스쳤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계속 더 캐물었다.

“너 그런 장소 나가는 거 제일 싫어하잖아?”

유남준은 그의 수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담담하게 말했다.

“뭐든 예외가 있기 마련이지.”

김인우는 더 머무르지 않고 바로 나갔다.

그는 라운지에서 마침 박민정이 회사 동료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미소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였다.

이때 비서가 김인우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회장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

“알았어.”

...

오후.

특수학교.

박민정은 새로 연 음악 교실에 가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가르쳤다.

유남준은 한 무리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문밖에 서 있었다.

그는 박민정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처음 본다. 맑고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졸졸 흐르는 물결처럼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유남준은 그녀의 얼굴에 띈 연한 미소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건 거의 본 적 없는 미소였다.

“선생님 너무 대단하세요.”

“대체 어떻게 배우신 거예요?”

아이들은 숭배의 눈길로 박민정을 쳐다봤다.

다른 후원자들보다 보청기를 착용한 박민정에게 유난히 더 호감이 갔는데 아마도 공감대가 형성돼서 그런가 보다.

박민정은 아이들에게 노력만 하면 반드시 더 우수해질 거라고 말했다.

유남준은 줄곧 밖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에게 박민정은 항상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공주님이고 장점이라곤 전혀 없는 여자였는데 인제 보니 아니었다.

위문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박민정은 아이들과 일일이 작별을 고했다.

밖에 나오자 유남준이 어느새 경호원들을 다 돌려보내고 홀로 용수나무 아래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서 있는 남자는 훤칠한 체격에 차가운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를 향해 걸어갔다.

“대표님...”

그녀의 부름에 유남준은 얼른 손에 쥔 담배를 껐다.

박민정은 실로 의아할 따름이었다. 유남준이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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