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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네가 해준 밥을 3년이나 먹은 사람이야. 안 괜찮을 리가 있겠어?”

유남준이 쏘아붙였다.

박민정은 피식 웃으며 음식이 도착한 후 주방에 가서 밥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전에 요리라곤 전혀 할 줄 몰랐다. 유남준에게 시집간 이후에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다만 유남준은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고마워한 적이 없고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였고...

그는 거실에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그녀에게서 떼지 못했다. 몇 번을 쳐다봐도 질리지 않았다.

박민정은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일부러 유남준이 제일 좋아하는 소불고기에 약을 탔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았다.

이게 얼마만인가. 그녀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이! 유남준은 좀처럼 수저를 들지 못했다.

박민정은 그의 그릇에 소불고기 한 점을 집어줬다.

“집에서 먹는 거 괜찮다고 분명 말씀하셨어요 대표님이.”

유남준은 묵묵히 수저를 들고 소불고기를 먹었다.

박민정은 잔뜩 긴장한 마음을 부여잡고 그를 관찰했다.

그녀는 소불고기에 수면제를 탔다.

수면제의 양이 적을까 봐 그에게 몇 점이나 더 집어줬 지 모른다.

유남준은 짙은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넌 왜 안 먹어?”

“저는 별로 배 안 고파요. 대표님 많이 드세요.”

박민정은 긴장하여 몰래 손바닥을 꼬집고는 다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유남준은 더 캐묻지 않고 그녀와 함께 묵묵히 식사했다.

식사를 다 마쳤지만 그는 좀처럼 졸려 하지 않았다.

박민정은 어리둥절해졌다.

약을 적게 탄 걸까?

“물 한 잔 따라와.”

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이때 유남준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

오늘 그녀는 유난히 정성스럽다.

분명 그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설마 전에는 다 연기한 거고 오늘 모습이야말로 진심인 걸까?

박민정은 화들짝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혹여나 그가 뭐라도 발견한 줄 알고 심장이 덜컹거렸는데 결국 돌아온 대답이 이거였다.

“거실에도 물 있는데 왜 주방까지 가려고 그래?”

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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