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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천천히 얼굴에 붙은 얇은 막을 떼어내자 입체적인 그의 오관이 고스란히 거울에 비쳤다. 몇 달 동안 햇빛을 보지 않은 탓에 원래도 하얀 피부가 핏기가 전혀 없었고, 셔츠 앞섬이 다소 열려 있었다.

중세기 뱀파이어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이었다.

그는 맨발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열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샤워기의 물이 쏟아지며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가 다시 걸어 나왔을 때, 그에게서 풍기는 권위적인 기운을 숨길 수 없었다.

가면 단추를 채우고 제복을 입은 후 지휘실로 곧장 걸어갔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다들 길을 비키며 군인 자세로 똑바로 서서 경례했다.

“장관님.”

이도윤이 큰 보폭으로 걸어 들어오자 평소 호탕하게 굴던 진봉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관님, 해적선은 침몰했고 해적들 중 일부는 구명뗏목을 타고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남기지 마.”

“네.”

“화물선 상황은 어때?”

“저희 형님이 방금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안전하게 지킬 겁니다.”

도윤은 울타리 옆에 있던 작은 꼬맹이를 떠올리며 걱정과 불안이 교차했다.

당시 그 상황에서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아의 안위에만 정신이 팔렸었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생각에 그는 행복하면서도 다소 긴장했다.

조금 전 일부러 떠보았을 때 지아가 그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으려는 걸 보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지아가 자신이 두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놔둘 리 없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해적들은 모두 생포되거나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고,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맹국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느님, 부처님께 비느라 바빴다. 오늘 정말 운이 좋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목숨은 끝장났을 것이었다.

화물 빼앗기는 건 둘째 치고, 해적이 배에 오르면 모두 죽을 운명이었을 테니까!

일찍이 배를 운영할 때 해적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악마들의 수법을 겪은 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오늘 운 좋게 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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