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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물을 마시던 민아는 지아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뿜어버렸다.

“이런, 뭐야! 그놈이 아니야?”

민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이런 나쁜 여자일 줄은 몰랐는데? 애 아빠는 누구야, 가면 쓴 남자야 아님 연하남이야? 두 사람 너에게 잘해주는 걸 봐서 개도윤처럼 널 해치지는 않을 거야.”

지아는 마음이 복잡했다.

“둘 다 아니야...”

“지아야, 이건 아니지. 난 강세찬이 한번 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도 말해줬는데 넌 왜 아무것도 안 알려줘!”

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민아가 알아서 불만을 털어놓은 것들이었다.

“말 하자면 얘기가 길어.”

“그럼 짧게 해.”

민아가 들뜬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아 호기심이 동한 게 분명했다.

지아는 민아의 닦달을 이기지 못하고 전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항상 말이 많았던 민아도 그 말을 듣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자기 아이라는 걸 알아?”

“몰라, 그날 밤 이후로 떠났어. 그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그땐 상황이 급해서 그냥 벌어진 일이야. 분명 피임약을 제때 먹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민아야, 나 어떡하면 좋지?”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지아는 복잡한 마음에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모르겠어. 나도 아이를 가져본 엄마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작은 생명을 해치고 싶지 않지.”

주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아이는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요. 지아 누나가 앞으로 반년 정도 내가 준 약을 먹으면 임신을 해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요. 태아가 기형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때 평생 고생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이 아이를 지우는 게 나아요.”

이전과 같은 선택지에 놓여 있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아이를 지킬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지아는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고 싶었지만 임신은 자신의 발을 단단히 묶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뒤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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