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웠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유월영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저리가!”“꺼져! 저리 가라고!"남자에게서 나는 역겨운 냄새는 썩은 하수구 냄새보다 더 그녀를 메스껍게 했다. 유월영은 그의 입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살려줘! 살려주세요”“하하! 소리쳐봐, 목이 터져도 아무도 너를 구하러 오지 않아!” 남자는 그녀의 저항에 오히려 흥분하며 그녀의 옷을 찢어버렸다!드러난 하얀 피부가 남자의 야성을 더욱 자극했다!유월영은 미친 듯이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고 두 다리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어 그녀의 반항은 그저 애벌레가 땅에서 꿈틀거리는 것과 같았다.절망의 기운이 그녀의 온몸에 스며들었다. 이는 삼 년 전 그 비 오는 밤 이후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다.그때는 연재준이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구해줬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연재준도...그의 이름을 떠올리자 유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요즘 그녀는 계속해서 한 가지 질문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 연재준이 갑자기 그녀에게 그렇게 냉담해졌는지? 왜 더 이상 외출할 때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는지? 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왜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는지 그녀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유월영은 이 바쁜 시기만 지나면 기회를 잡아 그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이제는 질려서 헤어지고 싶은지.‘...아니지.’그들은 정상적인 남, 여 애인 사이가 아니었고 헤어진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그저 그의 도구일 뿐, 아마도 그가 이 도구에 싫증이 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것이다.그래도 그녀는 묻고 싶었고 그의 입에서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그들이 함께한 삼 년 동안, 아무도 그들의 관계를 알지 못했고, 두 사람이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시작할 때는 흐지부지했지만 끝날 때만큼은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손전등이 비춰왔다. 그들은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와 밧줄을 풀고 있는 유월영을 발견하고 바로 소리쳤다. “너 뭐 하는 거야!”이어서 또 다른 놈이 소리쳤다.“붙잡아!”유월영은 재빨리 덮쳐오는 사람을 피해서 바닥에 있는 모래를 한 움큼 집어 던져 남자의 눈에 뿌리고는 몸을 돌려 창문으로 달려갔다.“바보같이 서 있지만 말고 가서 얼른 잡아!”남자의 고함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남자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유월영은 창문을 발로 차고, 여러 쌍의 손이 그녀를 붙잡기 직전에 바로 뛰어내렸다!유월영은 아까 벽 옆에 모래더미가 있는 걸 보고 뛰어내릴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급한 나머지 각도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유월영은 그렇게 모래더미의 경사면에 뛰어내렸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그 순간 온몸의 뼈가 다 아파왔고 어디가 더 아픈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 사람들은 금방 쫓아올 것 같아 유월영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밤은 몸을 숨기기 좋은 장소였다. 유월영은 빛이 없는 곳으로 몸을 숨기며, 몸의 통증을 참으며 무작정 앞으로 달렸다.그 사람들이 쫓아올까 봐 유월영은 뒤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격렬한 달리기로 폐 속의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뇌도 점점 산소가 부족해 오는 듯했다. 목구멍에서는 쇠맛 같은 것이 올라왔다.그녀는 그것을 억지로 삼키며 달리다 앞에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다.‘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가?’유월영은 곧바로 불빛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집은 문이 닫혀 있었다. 그녀는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그 인신매매범들이 아직 쫓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유월영은 말할 힘조차 없었다. “살려주세요, 제발...”문이 빼꼼 열리더니 중년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다 창백하고, 온몸이 엉망인 유월영은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무슨 일이에요?
그러나 연재준이 그녀에게 질렸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그녀는 이 아이도 지킬 수 없었다. 의사가 그녀의 눈을 가려주고 눈을 감은 유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 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수술을 마치고 간호사는 유월영을 병실로 밀고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깨어났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과 유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간호사는 입원 등록을 질문했다. “1703번 침대 유월영 씨, 가족이 왔나요? 유월영 씨? 가족분들 오셨나요?”유월영은 입술을 달싹이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간호사는 그녀가 측은해 보여 입을 열었다.“제가 할게요. 구급차에 실릴 때 환자분이 신분증과 은행 카드를 주면서 직접 등록하고 요금 결제하라고 요청했어요. 저분이...”“...저는 가족이 없어요.”유월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갑작스러운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잃은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유월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동시에 경찰에 신고했었다. 경찰은 그녀가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진정되자 병실로 들어와 상황을 물었다.유월영은 생각나는 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경찰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 '두목'은 혹시 목에 호랑이 문신이 있던가요?”“네, 맞아요.”경찰은 그들을 아는듯했다. “그 조직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유괴해 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오랫동안 추적해 왔으니 걱정 마세요. 반드시 그놈들을 잡고 당신과 다른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가져다줄 겁니다!”유월영은 유산으로 인해 병원에 3일 동안 입원해 있었다.셋째 날, 수사 경찰의 전화가 왔다. 그들은 이미 그 인신매매범들을 잡았고 증거가 정리되는 대로 법원의 판결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공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때 유월영은 한창 해운그룹에서 사직하려고 연재준과 신경전을 벌리고 있을 때여서 그 일에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어차피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연재준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묻었다.“우리 다시 잘 살아와.”“자기야. 어머님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가족들 모두 아무 일 없이 살게 할 거야.”“날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돼?”“...” 유월영의 손은 그의 가슴을 계속 밀어내며 그들의 가슴이 맞닿는 것을, 그들의 심장이 맞닿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다.그녀는 전에 이미 말했었다. 두 사람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싫어요.”...다음 날 아침, 이승연은 법률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조서희의 전화를 받았다. “승연 언니, 어제 병원에서 월영이를 봤다고 했지?”“맞아. 어제 연재준이랑 같이 있었어.” 이승연은 사무실로 걸어가며 말했다.조서희는 뭔가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목소리를 낮춰 얘기했다.“내가 어젯밤 회사에서 야근하고 늦어서 집에 못 갔는데, 아침에 가보니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고!”이승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뭐?”조서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글쎄 누군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니까. 경찰에 신고해서 와서 사진 찍고 증거를 수집했지만 누군지 아직 몰라. CCTV 선도 다 잘려 있었어.”“도난당한 건 없어?”“아마도 없을 거야. 근데 그 사람들이 뭔가 다른 걸 찾으러 온 것 같아. 눈에 띄는 곳에 있던 금목걸이도 안 가져갔어. 지금 생각해 보니 월영이와 관련된 거 아닐까?”조서희는 증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유월영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이승연에게 알리고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혹시 연재준이 월영이를 감금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와 연락이 안 될 리가 없잖아. 우리 집에 뭔가를 찾으러 온 사람이 연재준 사람일 수도 있어.”이승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얼굴이 어두워진 채 물컵을 들고 정수기로 가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어제 월영이가 뭔가
이승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오성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차에서 끌어 내렸다. 조서희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승연 언니!”“괜찮아, 내가 잠깐 얘기하고 올게.” 이승연은 고개를 돌려 조서희를 안심시켰고 오성민은 그런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전봇대에 밀어붙였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당신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 이 아이는 우연히 생긴 거지, 맞아?”이승연은 그와의 이 스킨십도 그의 말투도 모두 다 불편했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에 오성민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 모르지? 이혁재가 너의 피임약을 바꿔치기했어. 네가 먹은 건 피임약이 아니라 임신이 잘 되는 보약이었다고. 그는 의도적으로 너를 임신시키려고 한 거야!”“!”이승연은 온몸이 떨려왔다.그녀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바로 든 생각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혁재가 좀 거칠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열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재빨리 반박했다.“오성민, 당신 정말 비열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더 잘 알아!”오성민은 입가에 냉소를 띄며 말했다.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조사해 봐. 내가 직접 똑똑히 들은 말이야.”그는 말을 마치고 이승연을 놓아주고 바로 자기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이승연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조서희가 급히 차에서 내려와 그녀 앞에 섰다. “승연 언니, 무슨 일이야? 저 사람 누구야? 무슨 얘기를 했어?”“...”이승연은 손에 든 가방을 꽉 쥐었다.“별일 아니야. 우선 동해안으로 가자.”그녀는 우선 유월영을 보러 간 후 이 일을 다시 조사할 생각이었다. 만약 이혁재가 정말로 그랬다면...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은 뒤 주먹을 꽉 쥐었다.두 사람은 차에 올라 떠났지만, 그들은 로펌 맞은편 길가에 멈춰 선 스포츠카 안에 있는 여자가 방금 있었던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자는 곧바로 이혁재에게 전화를 걸었다.“혁재 오빠, 방금 오빠 와이프네 로펌 앞에 있는데, 오빠 와이프가
가정부는 눈에 띄게 당황한 상태였다. 연재준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가 그렇게 겁이 나요?”가정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찰이 작은 사모님을 볼 가 봐...두려워요.”“사모님이니까 당연히 집에 있지.”“네.”가정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대담한 심리 상태를 가진 것도 아니죠. 우리같이 보통 사람들은 경찰과 법을 기본적인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요.”“이게 경찰과 법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아내와 남편이 함께 사는 것이 미풍양속에 반하는가?” 연재준은 그녀를 다시 앉히며 말했다. “이 변호사가 신고한 것 같은데, 당신이 그날 병원에서 보인 반응이 조금 이상해서 그녀가 오해한 것 같아. 오해를 풀면 될 거야.”‘오해?’유월영이 비웃었다. “나는 당신의 연극에 같이할 생각이 없어.”연재준은 반숙 달걀 하나를 그녀의 식판에 올리며 말했다.“하지만 오해를 풀지 않으면 이 몸이 체포될 텐데, 그러면 어머님을 돌볼 사람이 없어지잖아. 안 그래?”‘역시.’이 남자는 어젯밤 그녀를 껴안고 잘 지내자고 속삭였지만 아침이 되자 모든 것을 잊은 듯 그녀의 어머니로 다시 협박했다.한 번 당한 것으로 교훈을 얻은 유월영은 그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녀도 계란 후라이 하나를 그의 식판에 놓았다. 진심이 아닌 연기라면, 팔방미인의 유 비서도 지지 않았다.“만약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은 유월영이라는 아내를 잃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장부의 행방을 누구한테서 찾을 수 있을까요?”그가 어머니로 협박하자 그녀도 자신을 가지고 연재준을 협박했다.연재준은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봤지만 눈에 불쾌함이 서렸다.그가 불쾌해하면 유월영은 기뻤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연재준은 그녀가 집어준 계란 후라이를 천천히 먹으며, 문 앞의 소동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조서희가 지치지 않
조서희가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 없어! 월영이 저 사람과 아직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어. 부부가 아니야!”연재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티슈 꺼내 손을 닦았다.“그래요. 당신의 눈에는 내가 친구의 남편감으로 눈에 차지 않겠죠.”연재준이 유월영을 보며 이어 말했다.“당신도 참, 친구분들 앞에서 좋은 얘기 좀 해주지 않을 거야?”유월영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없는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꾸며내겠어요?”경찰은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녀에게 물었다.“유월영 씨, 친구분이 유월영 씨가 불법 감금되었다고 신고했는데, 사실인가요?”“아니요.”유월영은 ‘맞아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만약 그렇게 대답한다면, 경찰이 오늘 그녀를 구출할 수 있을지라도 어머니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연재준에게 돌아간 의미가 없었다.조서희는 유월영이 연재준에게 협박당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월영아, 우리가 옆에 있고 경찰도 여기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봐!”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연재준에게 따지듯 물었다. “만약 월영이를 감금한 게 아니라며 왜 월영이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하게 하고, 우리와 연락도 못 하게 한 건가요?”연재준이 대답했다.“월영이가 임신초기라서 밖에 나가 돌아다니다 다칠까 봐요.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조서희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임신?그녀는 유월영을 바라보며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이야?’“...”유월영은 잠시 멍해졌다. 연재준이 이미 외부에 그녀가 임신했다고 발표한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임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유월영은 그가 그녀의 계획을 눈치챈 줄 알았다.몇 초 후 유월영은 차분하게 말했다. “맞아. 밖에 나가다 배 속의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그녀는 이내 말을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만날 수 있잖아. 점심에 가지 마세요. 집에 새로운 요리사가 왔어. 요리사가 몇 가지 요리를 준비하게 하고, 오늘은 같이 밥 먹으면서
수술이 끝나 병실로 옮겨질 때까지도 유월영은 자신이 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를 병실로 데려간 간호사는 인적 사항을 등록하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유월영 환자분, 가족들은 어디 계신가요?”유월영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간호사가 재차 물었다.“유월영 씨, 가족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이때, 약품을 정리하던 다른 간호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한테 줘. 그거 내가 입력할게.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올 때 신분증이랑 카드 나한테 줬었어. 바로 등록하고 비용 결제하면 된다고. 아마 이 환자는….”유월영은 그제야 입술을 달싹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저는 가족이 없어요.”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점점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었다.깊은 절망감이 찾아왔다.수술을 마친 유월영은 홀로 병원에서 사흘간 입원해 있었다.그 동안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흘 째 되던 날, 드디어 연재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유 비서, 무단 결근 3일이면 충분히 휴식하지 않았어? 지금 옷 입고 서덕궁으로 와.”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배경 음악과 여자들의 웃음소리까지 같이 전해져 왔다. 유월영은 지금 입원 중이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유 비서.”낮게 깔린 중저음 목소리가 재차 전해졌다.화가 많이 났다는 증거였다.유월영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고 그대로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서덕궁으로 향했다. 그녀는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화장을 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녀는 대충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카운터로 직행했다.“해운그룹 연 대표님이 계신 방이 어디죠?”고개를 든 어린 남직원은 눈앞의 미모의 연인을 보고 수줍게 웃으며 다급히 길을 안내했다.“연 대표님은 1번 룸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