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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너를 사랑하니까 가능한 거야

고청민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냉큼 선물을 받았다.

“고마워.”

하지만 심지안은 너무 창피해 구멍이라도 파서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는 이 약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허기를 채우던 진유진이 심지안을 향해 소리쳤다.

“지안아, 술 다 마셨어? 네게 할 얘기가 있어.”

결혼식도 끝났으니 정욱에게서 들은 얘기를 심지안에게 전해줘야 했다.

심지안은 마치 지푸라기도 잡은 듯 고청민의 손을 뿌리치고 진유진을 향해 대답했다.

“알았어, 지금 갈게.”

고청민은 그녀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진유진에게 돌렸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로운 표정을 지은 채 발걸음을 돌려 심지안을 따라가려 했다.

그러자 민채린이 슬쩍 그를 막아 나섰다.

“기다려봐, 네게 물어볼 게 있어.”

“뭔데.”

고청민은 동작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심지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심지안의 상태가 좀 이상하지 않아?”

이 말에 고청민은 멈칫하더니 시선을 심지안에게서 거두고 민채린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이상한데?”

“전체적으로 정신상태가 몽롱해 보여... 간단한 화장으로는 음침한 얼굴색을 가릴 수 없어.”

“요 며칠 동안 정말 많은 일이 발생하긴 했어.”

고청민은 무심코 심지안의 상태에 대해 해명했다.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어?”

“지난번에 네가 나에게 최면을 걸어준 건 기억나?”

고청민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기억나. 무슨 일이라도 있어?”

“내가 최면을 받은 그 며칠 동안 지금의 심지안과 비슷한 상태였다고 생각해.”

민채린은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길을 받아들이며 뜸 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가 심지안에게 최면을 걸었지? 내 말이 틀려?”

지난번 황궁에서 심지안과 성연신을 목격했을 때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애매해 보였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에서 심지안이 누구에게 호감을 더 느끼는지는 여자인 민채린이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고청민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더니 그는 내심 평온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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