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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묵은 빚과 묶어서 함께 계산하다

“들어오세요.”

성연신은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아 말을 아꼈다.

성형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의 시크한 뒷모습을 두려움에 떨며 바라보았다.

설마 이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들도 피할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성연신은 가정부에게 해바라기씨 한 접시를 가져오라고 분부하고 턱을 살짝 치켜올려 그들보고 까라고 했다.

그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소파에 반쯤 몸을 기댄 채 담요를 뒤집어썼다.

성형철과 성여광은 이유도 모른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바라기씨를 까기 위해 그들을 불렀다고?

성여광은 떠보려고 해바라기씨를 집어 들더니 만진 지 몇 초 되지 않아 몹시 가려워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접시에 있는 해바라기씨를 쳐다보더니 뭔가 눈에 익었다.

"아버지, 이건 F국의 해바라기씨에요. 직접 손으로 만지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

성형철은 눈을 부릅뜨고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성연신,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한다고 좋은 마음을 품을 리가 없지.”

“우주가 F국의 해바라기씨를 매우 좋아해요. 당신들이 이 접시에 담긴 해바라기씨를 다 까면 폐공원으로 보낸 일은 추궁하지 않을게요. 그렇지 않으면 묵은 빚과 묶어서 함께 계산하도록 하죠.”

차갑게 흘겨보던 성연신의 말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섬뜩했다.

사실, 그는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라 그날 심지안이 우주를 찾아가지 않았어도 우주는 여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성형철이 40년이나 50년 넘게 살았어도 한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

“까면 까는 거지 뭐 대수예요.”

성여광은 타협을 택했고 가려움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깠다.

성형철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살아만 있으면 걱정할 게 없었다.

“대표님, 지안 씨가 오셨어요.”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입을 열었다.

“우주도 데리고 와.”

정욱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심지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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