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준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걸어 그 친구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기다리는 동안 성동철이 갑자기 나타났다.심지안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말하며 황현준에게 눈짓을 보냈다. 성동철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비밀을 지키라는 신호였다.황현준은 손가락으로 살짝 OK 사인을 보였다.성연신도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어르신.”성동철은 성연신을 한 번, 황현준을 한 번 번갈아 가며 보더니, 손을 들어 둘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먼저 나가주세요. 지안이랑 따로 할 말이 있어요.”황현준은 순순히 응하며 밖으로 나갔다.성연신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그는 심지안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로 밖에 있을게요.”심지안은 그의 손을 꽉 잡고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심지안은 성동철이 회사의 표절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녀는 질책받을까 걱정하지 않았다. 성동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도 했고, 그가 하는 모든 조언은 그녀와 세움 주얼리를 위한 것이었다.게다가 세움 주얼리가 표절 논란에 빠진 것에는 심지안의 책임도 있었다.성동철은 의자에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안아,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았다.”심지안은 눈빛이 흔들렸고, 예상대로 할아버지가 알고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차분하게 대답했다.“죄송해요. 할아버지, 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미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반드시 세움 주얼리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회사를 너 혼자 이끌어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심지안은 이상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네가 원한다면, 청민을 돌아오게 해서 도와주도록 할 수 있어. 세움 주얼리의 운영을 그가 잘 알고 있으니, 너도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거야.”성동철은 온화
황현준은 너무 당황했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여기 회사야. 말조심해!”“코스프레라도 하려는 거야? 사무실에서?”남자는 개의치 않고 더욱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람 많아도 괜찮아. 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는 게 더 자극적이라 좋거든.”그의 말 속에 온통 도발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심지안은 황현준이 게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노는 줄은 몰랐다. 이 남자는 황현준이 말한 친구가 아니라, 밤에 만나는 상대인 것 같았다.“닥쳐!”황현준은 소리치며 얼굴이 새빨개졌다.“널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 지난번에 내 집에 왔을 때, 내 책상 서랍에 있던 물건 건드린 적 있어?”“아니. 우리는 책상 위에서 놀다가 지쳤잖아. 내가 서랍을 뒤질 시간이 어디 있겠어?”남자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앉았다.“내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는 거야?”황현준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야. 그저 직접 물어보고 싶어서 부른 거야. 의심했다면 벌써 경찰에 신고했겠지, 이렇게 애쓰지 않고.”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말했다.“쳇, 그 서랍에 있는 건 다 쓸모없는 종이들뿐이잖아. 경찰이 신경이나 쓰겠어?”“그건 쓸모없는 종이가 아니야. 내 소중한 작품이라고!”“작품은 무슨? 당연히 쓸모없는 종이지! 값어치도 없는걸.”“누가 값어치 없대요?”심지안이 끼어들며, 강렬한 눈빛으로 그 남자를 응시했다.“원작의 가치는 명백히 정해져 있어요. 특히 황현준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 몇십억 원에도 팔릴 수 있어요.”황현준은 당황하여,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듣고 멍해졌다.‘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가 그 초안이 그렇게 비싼 값어치를 할 수 있다고?’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생각했다.‘몇십억 원? 그 정도나 된다고?’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에 의심과 분노가 스쳐 갔다. 속으로는 욕을 하며 말했다.“그렇죠. 게다가 그는 우리와 수익 분배 계약도 맺
성연신이 말했다.“가요. 우주를 데리러 가요.”황현준은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각했다.‘제발요! 대표님, 성 대표님, 애정 표현은 좀 있다 하시죠! 표절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요!’...성우주의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루갈로부터 소식이 들어왔다.심지안은 급히 성연신의 휴대폰을 보려고 곁에 바짝 다가가, 눈을 반짝이며 그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성연신은 눈을 내리깔고 아름다운 얼굴에 약간의 초조함이 묻은 심지안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빨리 열어봐요. 보고 싶단 말이에요.”심지안은 재촉하며 그의 팔을 살짝 밀었다.성연신은 침을 한 번 넘기며, 심지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휴대폰을 조작했다. 루갈에서 보내온 것은 음성 메시지와 주소 하나였다.“형님, 그 사람이 세움 주얼리에서 나와 이 아파트에 갔습니다.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는데, 저희가 가서 확인해 볼까요?”주소에 나온 아파트는 성원 그룹 근처로 매우 가까웠다.성연신의 눈이 반짝였다.“괜찮아.”성연신은 직접 가기로 했다. 심지안은 그의 생각을 읽고 말했다.“저도 갈래요.”“좋아요. 황현준도 데려갑시다.”...성우주는 두 사람이 학교 문 앞에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멀리서부터 신나게 달려와 심지안의 품에 안겼다.“엄마! 보고 싶었어요.”“겨우 이틀 못 봤잖아?”심지안은 웃으며 그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맞아요. 하지만 책에서 하루 못 보면 삼 년 같은 기분이라 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벌써 육 년을 못 본 거예요.”심지안은 아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이때, 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이 녀석, 나한테는 인사도 안 하네?”평소 집에서 할아버지 외에는 누구에게도 무뚝뚝하게 굴던 성우주가 왜 심지안에게만 다정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성우주는 차분한 눈으로 대답했다.“여자들은 감정적이어서 더 많은 애정이 필요하잖아요. 남자들은 이성적이어서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제가 학교에서 착하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시험
황현준은 아파트 단지의 고급스러운 환경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상하네, 이렇게 돈 많은 친구가 있을 리가 없는데.”이 아파트의 집값은 최소 평당 600만 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분명히 황현준에게 친구 중에서 가장 부자라고 말했었다.“친구가 아니라 거래 파트너일 가능성이 크죠.”심지안이 추측했다.“내 초안 도면을 거래한 거라고?”황현준은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그럼 뭐겠어요?”성연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으며 말했다.“멍청한 건지...”그가 저지른 문제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이 시간에 우주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황현준은 화가 났지만 참으며 투덜거렸다.“알았어요. 빨리 들어가자고요.”그들은 해당 아파트로 들어가서 루갈에서 전달받은 주소로 올라갔다. 문 앞에 다다르자, 안에서 격렬한 말다툼 소리가 들렸다.“심지안이 말하길 그 종이 한 장만 해도 몇십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데, 넌 나한테 200만 원만 줬잖아? 날 바보로 아는 거야? 오늘 반드시 보상해 줘, 그렇지 않으면 다 폭로해 버릴 거야. 다 같이 죽는 거야!”“로이슨! 너 미쳤어? 그 종이 한 장이 무슨 몇십억 원이 된다고 그래?”“아직도 나를 계속 속이려고 하네, 내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좋아, 당장 너를 신고할 거야!”“얼마를 원하는데?”그 남자의 이름은 로이슨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였고, 어딘가 익숙했다. 성연신은 특이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목소리 연다빈 같지 않아?”심지안은 눈썹을 찌푸렸다.“연다빈이라니... 내가 듣기엔 임시연 같았는데...”다시 떠올려 보니, 연다빈 같기도 했다.갑자기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심지안은 그 생각을 접으려 했지만 너무 빨라서 놓쳐버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끼익...”문이 열렸다. 로이슨이 욕을 하며 나오면서 고개를 들어 성연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당... 당신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맞아요! 정말이에요. 그녀는 제 룸메이트일 뿐이에요. 세움 주얼리를 표절이라고 비난한 사람도, 황현준의 초안 도면을 산 사람도 저예요.”남자의 이름은 안희철이었다. 그는 곤란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집에 돈이 없어요. 어느 날 친구에게서 그가 유명한 디자이너 황현준을 알고 그의 집에도 갔다고 들었어요. 순간적으로 잘못된 마음이 들어서 세움 주얼리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 했어요.”심지안이 물었다.“그 친구가 누구죠?”황현준이 대답했다.“방금 도망간 로이슨이요.”성연신은 안희철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죄를 인정하지? 어떤 결과를 감당해야 할지 알고 있어?”안희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알아요. 하지만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도망칠 수도 없고, 차라리 태도를 좋게 보여주는 게 났겠죠. 잠시 후에 제가 해명하는 글을 올릴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황현준의 초안 도면을 꺼내 돌려주었다.심지안은 관자놀이가 쿡쿡 쑤시지만,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다.황현준은 도면을 받아 들고 살펴본 후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바로 제가 잃어버린 도면 초안이에요!”성연신은 눈썹을 펴며 안희철에게 지금 바로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리라고 요구했다.곧 댓글란은 세움 주얼리를 응원하는 댓글들로 가득 찼다.[그렇죠. 큰 브랜드가 어떻게 블로거의 디자인을 표절하겠어요.][이건 정말 잘못된 의심이었어요. 저는 세움 주얼리를 애정하는 충성 고객이에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 거예요!][이번 신제품 정말 예쁘던데, 표절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환불하려고 했었거든요.][헐! 억울하게 당한 거였군요. 지금 당장 환불 신청 취소해야겠어요!]안희철이 비록 죄를 인정하고 태도를 좋게 보였지만, 법을 어겼고 세움 주얼리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처벌을 면할 수 없었다.연다빈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석 잔의 뜨거운 차를 내밀었다.“죄송
심지안은 냉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미소를 지었다.“성원 그룹을 드나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마침 다빈 씨가 위험에 처했을 때 성 대표님을 만나려면 우연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제가 고작 그까짓 작은 일에 신경 쓸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다빈 씨는 피해자인데, 그렇지 않나요?”심지안의 비꼬는 어조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잠시 멍해졌다.황현준은 목을 움츠리고 입을 막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목시계를 보며 심지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늦었어요. 이만 갑시다.”하지만 심지안은 발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다소곳이 서 있는 연다빈을 바라보았다.연다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녀린 어깨를 돋보이게 하는 베이지색 잠옷은 그녀를 더욱 불쌍해 보이게 만들었다.성연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안 씨?”심지안은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이미지를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연다빈에게 휴지를 건네며 친절하게 말했다.“울고 싶으면 울어요. 불쌍한 척 참지 말고요.”이 말에 연다빈은 당황하여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연다빈은 눈이 붉어진 채로 심지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안 씨는 아직도 성 대표님이 저를 도와주신 게 마음에 걸리고 불편한가요?”심지안은 냉소하며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면 자신이 소심하고 집착이 강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억울해도 참아야 할 상황이었다.그러나 심지안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불편하고 불쾌하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사직할 건가요? 아니면 성원 그룹에 계속 남을 건가요?”만약 연다빈이 자진해서 사직한다면, 그녀는 상당한 보상금을 줄 생각이었다. 그녀의 용기를 존경하니까.연다빈은 눈물을 삼키며 심지안의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설명해봐.”“지안아...”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심연아가 펑펑 울
남자는 심지안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냉정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지안은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진유진에게 말했다.“너 먼저 돌아가. 난 가서 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낼 거야.”진유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저 사람에게 강우석의 일을 얘기라도 하려고?”“내가 직접 처단하는 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하지 않겠어?”심지안이 취기가 올라 몽롱해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유진은 영문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에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진유진이 보기엔 강우석의 삼촌도 멋있긴 하지만 분명 그와 마주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자가 더 매력적이었다. 하여 그녀는 심지안이 강우석 그 쓰레기 자식에게 대한 복수 때문에 눈이 멀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심지안은 술기운을 빌려 질끈 묶었던 머리를 휘리릭 풀어헤치고는 술 한 잔을 들고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때, 돌연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쥐고 심지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밖으로 나가버렸다.심지안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간다고? 그녀가 아직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순간 머리에 강우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남자는 술집에서 나간 뒤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 심지안은 차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이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고 뒷좌석에서 무표정하고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깥의 조명은 술집보다 밝아 그의 얼굴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야말로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외모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