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마음에 들지 않아요?”‘여자들은 다들 이런 성대한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나?’성연신은 이런 이벤트를 하기를 꺼렸지만, 심지안이 기뻐한다면 기꺼이 하려 했다. 심지안은 대답 대신 팡팡 튀는 불꽃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쁘네요.”“앞으로는 함부로 다른 사람 연락처 같은 거 추가하지 말아요. 생각보다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해요.”심지안은 그의 진지한 어조를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연신 씨, 질투하는 거예요?”성연신은 얇은 입술을 꼭 다문 채 한참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질투 나요.”그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학생들은 심지안에게 눈길을 줄 자격조차 없었다. 심지안은 눈빛이 반짝이며, 작은 손을 허리에 올리고 말했다.“일부러 그렇게 한 거예요.”성연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런 기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았으니, 앞으로 회사 직원들과 거리를 두도록 해요.”성연신은 바로 수락했다.“알겠어요. 그럼 지안 씨도 낯선 남자랑 카톡 추가하지 마요.”“그건 연신 씨의 태도에 달렸죠.”성연신은 그녀의 오뚝한 콧날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내 태도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객관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좋아요. 오늘 밤엔 만족시키도록 노력할게.”성연신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고, 심지안의 긴 머리를 넘기며 평소처럼 태연하게 말했다.심지안은 약간 발그레해진 얼굴을 만지며 그를 무시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진지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성연신은 심지안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성연신은 휴대전화로 간단한 디저트를 주문했다. 그리고 심지안이 잠깐 쉬는 동안 직접 과일을 집어 입에 넣어주었다.심지안은 매우 만족하며 한 조각씩 과일을 먹었다. 과일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심지안은 아직도 처리할 서류가 남아있었다. 성연신은 떠나지
“대표님, 꼭 믿어주세요. 저는 정말 표절하지 않았어요. 억울해요!”황현준은 마치 자기 연인을 빼앗긴 사람처럼 절망스럽게 외쳤다.심지안은 차가운 목소리로,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온라인에 올라온 증거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그녀는 그 원본 디자인 초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비전문가도 세움 주얼리의 신제품과 얼마나 유사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황현준이 어떻게 결백을 증명할지 보고 싶었다.황현준은 억울한 듯 목이 메었다.“저도 증명할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정말 억울해요. 그리고 그 도안은 그 블로거가 그린것이 아니에요. 분명히 제 초안이에요!”황현준은 집 책상 서랍에 있던 도안이 사라지고, 모르는 사람 손에 들어간 이유를 알 수 없었다.심지안은 이마를 짚으며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표절은 원작자에게 치명적이에요. 판매된 제품을 회수하고, 명성과 인기에 큰 타격을 입게 되겠죠.”“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신고하면 제가 조사받게 될 거고, 그러면 제 명성은 끝장이에요!”황현준은 간절히 애원했다.“시간을 좀 주세요.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심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무슨 방법을 생각해 낼 건데요?”“저... 저도 지금은 모르겠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심지안은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일단 회사로 와요. 같이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황현준의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들은 심지안은 약간 긴장을 풀었다. 어쨌든 직접 온다는 것은 그가 떳떳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었다.표절 사건에는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황현준은 예상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그 여린 모습은 동정을 자아냈다.심지안은 잠시 당황했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떻게 자신을 증명할 생각이에요
황현준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걸어 그 친구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기다리는 동안 성동철이 갑자기 나타났다.심지안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말하며 황현준에게 눈짓을 보냈다. 성동철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비밀을 지키라는 신호였다.황현준은 손가락으로 살짝 OK 사인을 보였다.성연신도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어르신.”성동철은 성연신을 한 번, 황현준을 한 번 번갈아 가며 보더니, 손을 들어 둘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먼저 나가주세요. 지안이랑 따로 할 말이 있어요.”황현준은 순순히 응하며 밖으로 나갔다.성연신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그는 심지안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로 밖에 있을게요.”심지안은 그의 손을 꽉 잡고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심지안은 성동철이 회사의 표절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녀는 질책받을까 걱정하지 않았다. 성동철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도 했고, 그가 하는 모든 조언은 그녀와 세움 주얼리를 위한 것이었다.게다가 세움 주얼리가 표절 논란에 빠진 것에는 심지안의 책임도 있었다.성동철은 의자에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안아,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았다.”심지안은 눈빛이 흔들렸고, 예상대로 할아버지가 알고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차분하게 대답했다.“죄송해요. 할아버지, 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미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반드시 세움 주얼리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회사를 너 혼자 이끌어 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심지안은 이상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네가 원한다면, 청민을 돌아오게 해서 도와주도록 할 수 있어. 세움 주얼리의 운영을 그가 잘 알고 있으니, 너도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거야.”성동철은 온화
황현준은 너무 당황했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여기 회사야. 말조심해!”“코스프레라도 하려는 거야? 사무실에서?”남자는 개의치 않고 더욱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람 많아도 괜찮아. 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는 게 더 자극적이라 좋거든.”그의 말 속에 온통 도발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심지안은 황현준이 게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노는 줄은 몰랐다. 이 남자는 황현준이 말한 친구가 아니라, 밤에 만나는 상대인 것 같았다.“닥쳐!”황현준은 소리치며 얼굴이 새빨개졌다.“널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 지난번에 내 집에 왔을 때, 내 책상 서랍에 있던 물건 건드린 적 있어?”“아니. 우리는 책상 위에서 놀다가 지쳤잖아. 내가 서랍을 뒤질 시간이 어디 있겠어?”남자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앉았다.“내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는 거야?”황현준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야. 그저 직접 물어보고 싶어서 부른 거야. 의심했다면 벌써 경찰에 신고했겠지, 이렇게 애쓰지 않고.”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말했다.“쳇, 그 서랍에 있는 건 다 쓸모없는 종이들뿐이잖아. 경찰이 신경이나 쓰겠어?”“그건 쓸모없는 종이가 아니야. 내 소중한 작품이라고!”“작품은 무슨? 당연히 쓸모없는 종이지! 값어치도 없는걸.”“누가 값어치 없대요?”심지안이 끼어들며, 강렬한 눈빛으로 그 남자를 응시했다.“원작의 가치는 명백히 정해져 있어요. 특히 황현준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 몇십억 원에도 팔릴 수 있어요.”황현준은 당황하여,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듣고 멍해졌다.‘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가 그 초안이 그렇게 비싼 값어치를 할 수 있다고?’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생각했다.‘몇십억 원? 그 정도나 된다고?’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에 의심과 분노가 스쳐 갔다. 속으로는 욕을 하며 말했다.“그렇죠. 게다가 그는 우리와 수익 분배 계약도 맺
장장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해오던 출장 생활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날짜를 앞당겨 돌아온 심지안은 한달음에 남자친구 강우석의 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강우석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기저기 혼잡하게 널려 있는 옷 거지들이 눈에 들어왔고 침실 쪽에선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 그녀가 배신을 당한 것이다!심지안은 온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녀는 제멋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꺅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옆에 있는 이불로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한 심지안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역겨움이 토사물을 타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녀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강우석이 바람을 핀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이복언니라는 이 소름 끼치는 상황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설명해봐.”“지안아...”강우석은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넌 정말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연아야.”성격, 외모, 배경... 연아는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고 있다. 예쁘고 온화하며 섹시하다. 또한 일적으로도 강우석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고 그가 높이 날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반면 심지안은 몸에 손조차 대지 못하게 하는 냉혈녀일 뿐만 아니라 심씨 집안에서의 지위 또한 심연아에게 한없이 미치지 못한다. 두 사람 중 저울추의 방향이 어디로 기울어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을 아프게 바라보았다.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심연아가 펑펑 울
남자는 심지안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냉정히 시선을 거두었다.심지안은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진유진에게 말했다.“너 먼저 돌아가. 난 가서 저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낼 거야.”진유진이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저 사람에게 강우석의 일을 얘기라도 하려고?”“내가 직접 처단하는 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혼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쾌하지 않겠어?”심지안이 취기가 올라 몽롱해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유진은 영문을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에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진유진이 보기엔 강우석의 삼촌도 멋있긴 하지만 분명 그와 마주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자가 더 매력적이었다. 하여 그녀는 심지안이 강우석 그 쓰레기 자식에게 대한 복수 때문에 눈이 멀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심지안은 술기운을 빌려 질끈 묶었던 머리를 휘리릭 풀어헤치고는 술 한 잔을 들고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때, 돌연 탁자 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쥐고 심지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밖으로 나가버렸다.심지안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간다고? 그녀가 아직 입을 떼지도 않았는데?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순간 머리에 강우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한 발 한 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남자는 술집에서 나간 뒤 롤스로이스 차에 올라탔다. 심지안은 차 옆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이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고 뒷좌석에서 무표정하고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깥의 조명은 술집보다 밝아 그의 얼굴을 더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흠잡을 곳 없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야말로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외모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핸드폰은
심지안은 환각이라도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남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결심이 선 듯 눈을 반짝이며 결연히 말했다.“서로 숨기지 않는 게 좋겠네요. 전 성 불감증이에요.”오늘 목격했던 그 광경을 생각하니 그쪽으론 트라우마까지 생겨버린 심지안이었다.남자가 조금 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다. 이어 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심지안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이어 남자가 말했다.“타요.”차에 앉은 심지안은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유진아, 날 기다릴 필요 없어. 나 강우석의 삼촌이랑 부모님을 뵈러 가는 중이야!」「??? 역시 넌 대단해. 속도가 빠르다 못해 로켓도 따라잡겠는걸?」병원 VIP 병실.성수광이 침대에 누워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흥분이 가득 섞인 얼굴로 심지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이 아가씨는...”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지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할아버님, 전 손자분의 여자친구예요. 오늘 너무 급하게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성수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저놈의 여자친구라고요? 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사실 저희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요. 또한 제가 일 때문에 출장도 몇 번 다녀와야 했던 탓에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어요.”심지안의 예의 있고 애교 섞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조금 전 함께 밖에서 밥을 먹다가 할아버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해요.”깔끔하게 뻗은 눈썹, 별이라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단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그리고 고급스러운 트렌치코트 아래로 드러난 가늘고 매끈한 발목까지, 한눈에 봐
은옥매가 심지안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등을 톡톡 두드리고는 위로하는 척 말했다.“지안아, 화내지 마. 내가 이미 네 언니를 혼내줬어. 언니로서 응당 동생에게 양보해야지.”“지안아, 미안해. 나 내일 바로 우석이한테 가서 약혼을 취소하자고 말할게.”심연아는 연민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얼굴로 말했다.“감정이라는 거 마음대로 할 순 없지만 넌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잖아. 네 언니인 내가 그 사람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는 거였어...”심지안은 그녀의 역겨운 말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가까이 지냈다는 건 침대에서 함께 뒹굴 정도로 가까이란 뜻이야?”“너 그게 무슨 막말이야!”심전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약혼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청첩장도 다 보냈는데 취소하라고? 난 그런 창피는 당할 수 없어.”“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심지안이 눈물이 가득 차올라 붉어진 눈으로 은옥매를 가리키며 한글자 한글자 내뱉었다.“심연아도 저 사람처럼 다른 여자의 남편을 빼앗는 취미가 있어요. 대체 왜 저런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데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심전웅이 심지안의 뺨을 후려갈겼다.감당할 수 없는 힘의 충격에 심지안은 머리에서 윙윙 소리까지 들려왔다.그 모습을 본 은옥매의 눈동자에 잠시 흐뭇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고는 당황스러운 척 심전웅을 막았다.“이러지 말고 말로 하세요!”“저런 애를 감싸긴 왜 감싸.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집에서 얌전히 있으려면 있고 아니면 당장 꺼져. 죽은 네 엄마처럼 보기만 해도 짜증 나니까.”심전웅은 분노에 씩씩거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을 노려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딸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아닌 한 맺힌 원수를 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지안이는 아직 어리니까 당신이 이해해요. 당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어서 나랑 같이 들어가서 자요.”은옥매는 심연아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지안이를 잘 위로해줘.”